국감장에 웬 사상검증? "한국당은 맨날 북한만..."

[국감-과방위] 방통위원장에 KBS <김정은의 두 얼굴> 방송 평가 요구하다 파행

등록 2017.10.31 17:53수정 2017.10.31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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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방통위원장에 KBS <김정은의 두 얼굴> 방송 평가 요구하다 파행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KBS스페셜 <김정은의 두 얼굴> 프로그램에 대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의 답변을 듣던 도중 야당 의원들이 적절하지 않은 질문이다고 항의하자,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맨날 북한, 북한, 북한만 먹고 삽니까!"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3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때 아닌 '사상 검증'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그 대상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었다.

KBS 출신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가 문제였다. 민 의원은 지난 9월 방송된 KBS스페셜 <김정은의 두 얼굴> 프로그램을 두고, "이게 온전한 정신으로 제작했는지 모르겠다. 김정은을 혁명가, 저평가된 지도자로 묘사했다"면서 "KBS가 이런 방송을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위원장은 "방송심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하고 있다"고 전제한 후, "제 개인적 생각으론, (방송 내용은) 상식적으로 판단하는 김정은에 대해 다른 측면도 있지만 적도 잘 알아야 한다는 차원 아니겠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충분한 보충 설명도 내놨다. 이 위원장은 거듭 되는 민 의원의 질의에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도 잘 알고, 적도 잘 알아야 하고, 그 사람(김정은)을 살인광 정도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전략적 측면도 있을 수 있고, 그렇게 (해당 방송을) 이해할 수도 있다고 본다", "(김정은에 대한) 국민적 감정과 평가와는 다른 측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즉, 해당 방송이 북한 김정은에 대한 일반적 평가와 다른 의견을 내놓긴 했지만 그 역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견 중 하나로 이해될 수 있고,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한 전략적 관점에서도 유익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민 의원의 질의는 계속됐다. 다분히 해당 방송을 '북한 찬양 다큐'로 규정 짓고 이를 긍정하는 이 위원장의 사상을 검증하는 모양새였다.

결국, 이 위원장은 "저는 개인적으로 (김정은을) 폭군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재차 밝혔다. 다만, "그(김정은)를 잘 이해해야 극복할 수 있다면, 진실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우리가 김정은에 대해서 너무 일방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과방위원장인 신상진 한국당 의원은 이를 걸고 넘어졌다. 그는 다음 질의순서인 의원에게 마이크를 넘기지 않고 직접 이 위원장을 향해 "김정은에 대해 일방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어떤 건가"라고 재차 물었다.

여당 의원들이 "편파적으로 회의를 운영하고 있다"고 항의했을 땐, "위원장 얘기하는 데 끼어들지 마세요", "박홍근 의원님이 간섭할 문제가 아니다", "존경하는 변재일 (민주당) 의원님, 왜 대변인 역할을 하십니까"라고 맞섰다.

결국 고성이 오가면서 국감은 다시 중지됐다. "여기가 무슨 사상검증 하는 데냐(이상민 민주당 의원)", "(이 위원장의 발언은) 이런 시각도 있다는 것 아니냐(변재일 민주당 의원)" 등 민주당의 비판이 이어졌지만 한국당 의원들의 태도는 당당했다. 김정재 의원은 "그러니까 답변을 잘 하셔야지. 그래야 (여당의) 엄호를 안 받죠"라고 이 위원장에게 핀잔을 주기도 했다.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비판엔 고영주의 '반박' 기회까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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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스페셜 <김정은의 두 얼굴> 프로그램 평가 질문에 난감한 이효성 방통위원장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KBS스페셜 <김정은의 두 얼굴>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를 묻는 민경욱 자유한국당의 질의에 답변한 뒤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 유성호




한편, 한국당 의원들은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발언을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한 이 위원장을 겨냥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비판한다"는 취지로 비난하기도 했다.

앞서 이 위원장은 고 이사장의 해당 발언에 대한 평가를 묻는 김성수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특정인이 특정사상을 가졌다고 단정할 땐 학술적 논란 여지가 많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라면서 "뚜렷한 증거 없이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서 특정인을 공산주의자라고 단정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이고 그 분을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정재 의원은 "고영주 이사장이 왜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했는지 논리정연하게 의견을 펼치셨는데 그 배경이나 컨텍스트(맥락)를 아시나"고 이 위원장을 몰아 세웠다. 이 위원장이 "(문 대통령이) 부림사건 변호를 맡았다는지"라며 말끝을 흐리자, "어떤 배경에서 이런 얘기를 했는지 전혀 모르지 않나"라고 따져 물었다.

민경욱 의원은 아예 고 이사장을 상대로 질의를 하면서 반박 기회를 줬다. 고 이사장은 "(이 위원장의 발언에) 어이가 없다. 내가 평생을 이념, 공안문제로 살았다. 아무 근거도 없이 (증거가 없다고) 말하는 게 어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효성 #사상검증 #민경욱 #김정은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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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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