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자극적으로"... 이게 다 트래픽 때문이고, 수익 때문이다. 몇몇 언론은 여기에 목숨을 건다. 여기에 저널리즘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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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기사는 어떻게 탄생 가능한 걸까. 일반적으로 언론사에서는 데스크의 승인이 필요한데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저런 기사는 데스크의 승인을 받지 '않는다'. 절대 받을 리 없다. 지난 몇 년간 스포츠연예 매체에 종사했던 내 경험상으로는 말이다.
스포츠연예 매체에서 몸 담았던 내게는 지금의 저런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나 과거를 끄집어내는 기사가 낯설지 않다. 나 역시 그런 기사를 하나도 쓰지 않았다고는 말 못한다. 연예 관련에서는 너무 많아서 '콕' 집어 말하기 어렵다.
언론의 망가진 저널리즘의 끝을 보여줬던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의 일은 아직도 내게 충격으로 남아있다. 모든 이슈가 세월호로 뒤덮였을 때, 당시 내가 다니던 매체의 편집국장은 내근하던 기자들을 향해 세월호 관련 기사를 쓰라며 이렇게 말했다.
"조금 더 자극적으로 제목을 뽑아라."당시 온 이슈가 세월호에 몰리자 편집국장이 강구한 방법이었다. 스포츠연예 매체에선 '당연히' 세월호 취재를 할 리 없다. 연예스포츠 매체라고 해서 사회 관련 기사는 안 쓴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일반' 카테고리를 이용하면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기사 작성은? 다른 매체에서 내보낸 기사의 문단을 바꾸거나 내용을 줄여서 쓰면 된다. 그리고 제목을 약간 수정해 송고하면 가능했다. 물론 데스크는 검토하지 않는다. 기자들 모두가 스스로 포털에 기사를 보낼 권한을 갖고 있었다.
당시 기자들은 수근거렸지만 편집국장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기사를 쓰는 당사자들의 스트레스는 엄청났고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바이라인을 내 이름이 아닌 '온라인기자'나 '미디어팀' 같은 가상의 이름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을까.
일부 회사에서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기자의 이름으로 아이디를 만들어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쓴다는 소문도 있었다.
내가 쓰고 내가 포털에 보내고... '데스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