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카메라에 침 뱉기도... 멱살을 잡히기도 했죠"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426] 박영민 KBS 기자

등록 2017.11.03 14:58수정 2017.11.0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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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민 KBS 기자
박영민 KBS 기자이영광

언론노조 KBS 본부(아래 KBS 새노조)와 MBC본부의 파업이 어느덧 60일을 넘겼다. 다행히 MBC는 구 여권 추천 이사들이 사임하고 방송통신위가 보궐이사 두 명을 선임해 이달 중으로 정상화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KBS는 이 싸움이 언제 끝날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MBC는 단일 노조 성격이라 뉴스와 시사교양, 예능의 결방이나 파행은 물론 드라마도 릴레이로 결방하지만, KBS는 양대 노조인 탓에 대부분의 예능과 드라마가 정상방송 되고 있어서 파업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첫 파업에 참여하는 KBS 새노조 막내 조합원은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했다. 지난 1일 여의도 KBS 근처 커피숍에서 2016년 1월에 KBS 입사한 박영민 기자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었다. 

박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자기소개 좀 부탁드려요.
"지난해 1월 입사한 2년 차 기자인데 회사가 작년에 신입사원을 뽑지 않아 아직 막내입니다. 파업 전엔 사회 2부 사건팀 강남-광진 라인 경찰서 출입하며 취재했습니다."

- 2일이면 새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지 60일 되잖아요. KBS 입사해서 첫 파업인데 요즈음 어떻게 보내세요?
"파업 종료 시점을 예측하고 들어온 건 아니지만 처음엔 새로운 경험이라는 생각이 많았어요. 선배나 동기들과 이야기하고 같이 활동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아져서 그런 면은 좋다고 생각해요. 평소 저희가 이야기 못 했던 부분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같이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투쟁 분위기도 나쁘지 않아요. 저희가 열심히 하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제 동기들은 파업 봉사단이라고 해서 봉사활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시간, 점심이나 저녁때는 선배들과 만나서 밥이나 술을 먹으면서 앞으로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해요. 또 평소 너무 바빠서 책을 제대로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생각 정리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책도 읽으면서 공부도 하고 개인적으로 발전적인 시간을 쓰고 있어요."

- 이전에는 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어요?
"저는 사회 문제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기자를 준비했기 때문에 평소에도 관심을 많이 두고 있었어요, 물론 파업할 경우 불편함은 있죠. 지하철이나 버스 등이 파업했을 때 분명히 불편한 부분들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왜 이분들이 파업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본 것 같아요. 사실 회사 내부적으로 투쟁을 하다가 안 되니 마지막으로 공장이나 장비를 멈춰 세우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잖아요. 최후의 목소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왜 저렇게 나왔는지에 대해서 목소리를 많이 들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 혹시 파업 취재를 해본 적 있어요?
"아직 파업 현장에 나가 취재한 경험은 없었는데, 파업은 아니지만 재개발 구역 안에 있는 버스 회사의 철거 집행 시도 현장을 취재해본 적은 있어요. 이 회사가 명도집행을 통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어요. 그러나 이분들은 대체 차고지가 없어서 나갈 수 없다고 버티는 거예요. 재개발업체 측이 물리력을 동원해서 이분들을 강제해산 시키고 철거하려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그분들은 버스로 막고 위로 올라가서 소화기를 뿌리며 저항하는 현장을 파업 바로 직전에 취재했었거든요. 그분들의 절박함이 느껴지더라고요. 다만, 제가 너무 그분들의 입장에서만 취재할 수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그분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되 강제로 집행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이야기도 충분히 들었죠. 다행히 심한 갈등은 하루 내내 지속되다가 극적인 타협안이 나왔어요."

- 파업 취재하는 것과 자신이 직접 하는 건 다를 것 같은데.
"그렇죠. 사실 제가 파업하기 전에는 파업 현장에 있는 분들 이야기를 듣는 쪽에 있었지만, 이번엔 직접 파업을 하니 다른 언론사에서 취재를 오잖아요. 그리고 저희가 하는 이야기나 외치는 목소리가 다른 매체를 통해서 국민에게 전달되는 거잖아요. 그러나 저희는 이런 부분을 이렇게 냈는데 한두 줄 정도 짧게 나가거나 아니면 충분히 전달되지는 않은 것 같은 점이 아쉬운 거예요.


그런 생각이 드니 '아, 내가 파업이나 집회, 시위 현장에서 그분들의 목소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그분들의 요구 사항을 파악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썼었나'는 반성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 제가 이런 현장에 나가면 처음부터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키면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고 세 줄짜리 간단한 기사가 아닌 저분들이 외치는 게 무엇이고, 왜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고, 해법이 무엇인지까지 담을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 이전부터 언론 문제에 관심이 있었나요?
"제 전공이 신문방송학인데 학교 다닐 때부터 언론문제를 배우고 토론하는 수업을 많이 들었어요. 저는 공영방송 KBS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치 권력과 언론의 관계, 재벌과 언론의 관계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어요. 왜냐면 언론은 사회의 문제되는 부분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하는 데 정치 혹은 경제 권력 때문에 말하지 못하거나 논조가 편향적이거든요. 그래서 관심을 가졌죠."

- 파업은 노동자의 학교란 말도 있어요. 파업을 통해 배울 게 많다는 의미가 같은데 파업을 해보니 어떠세요?
"파업을 해보니 알게 되는 것이 많은 데 그중 하나는 기존 노조가 하는 활동이 회사에서 제약받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노조를 하면 불이익을 주거나 노조가 힘을 못 쓰게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그동안 노조 집행부가 얼마나 힘들게 회사를 상대로 싸워 왔느냐란 생각도 들더군요. 또 노동법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어요. 파업하는 사람들에게 데스크나 윗선 간부급들이 연락해서 파업 참여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위법한 행위란 것 등을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어요. 우리가 파업 현장에 모여 목소리를 내야 회사가 들어주고 사측의 논리대로 흘러가지 않도록 제동을 걸 수 있는 게 노동자들의 힘이라는 것을 배워가는 것 같아요."

- 파업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을 것 같아요.
"그렇죠. 경험해 보지 않은 상태에서 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 보던 집회 현장과 지금 보는 집회 현장이 다르니까 파업 현장이나 집회에서 그분들의 목소리가 더 와닿는 것 같아요. 너무 절박하시다는 생각에 경험의 폭이 더 넓어지는 것 같아요."

- 사회부 소속이잖아요. 그럼 지난해 촛불집회 때 취재도 하셨을 텐데, 촛불집회에서 MBC 기자들의 경우 태그를 떼고 방송할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했었는데 KBS는 어땠어요?
"저희도 다를 게 없었죠. 현장에 나가보면 분위기가 달라요. 일단 저희가 인터뷰를 하려고 시민을 섭외해서 이야기를 나누면 주변에 가시던 분들이 '쟤네랑 인터뷰하지 마. 쟤네는 왜곡해서 내잖아'하고 욕하며 지나갔어요. 그러면 인터뷰를 하려고 했던 분이 민망해서 죄송하다며 자리를 뜨는 경우도 있었고 한 선배의 경우는 시민들이 와서 멱살을 잡기도 했어요.

동기 카메라 기자는 시민들이 카메라에 침 뱉어서 상실감도 들었다고 해요. 저희가 많은 군중 안에서 집회나 취재를 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옥상을 빌려서 올라갔고 현장과는 멀어졌죠. 그리고 저희는 지난해 취재와 제작을 분리해서 운영했는데, 현장에 나가 우리가 인터뷰하거나 스케치해서 오면 회사에서 선배들이 그림을 보고 리포트를 만들었어요. 현장에서 저희가 보고 느낀 것들이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어요. 어떤 선배가 개를 끌고 나온 사람을 찾아 달라고 하면 그걸 찾아서 그림(영상)을 보내주는 식이죠. 그렇게 리포트가 제작되니 우리는 현장에서 정해진 것을 가져다주는 사람에 불과하다고 공통적으로 느꼈던 거 같아요."

- 가장 힘든 건 무엇이었어요?
"제가 법조 출입하는 기자는 아니지만, 촛불집회 당시에 너무나 많은 의혹이 언론을 통해 나왔잖아요. 근데 제가 끌고 갈 수 있는 주제가 없는 거예요. 이슈를 끌어가고 의혹은 던지고 해야 하는데 그것을 못 하게 하게끔 막고 저 자신도 역량이 안 되어서 흘려 버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태극기 집회와 순식간에 반반으로 나눠서 비교하는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 그런 걸 기계적 중립이라고 하는 데 기계적 중립이 맞는지에 대한 생각도 한번 즈음 해보게 됐을 것 같아요.
"기자협회에서 최근에 티타임을 가졌어요. 거기서 나온 얘기 중 하나가 5:5로 하는 기계적 균형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죠. 제 경험으로도 5:5로 나누는 게 정답은 아니고 오히려 왜곡일 수 있어요.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태극기 집회 참가자 한 사람이 물리력을 행사해서 경찰서에 입건됐어요. 그래서 이 내용을 담으려고 하니 데스크에서는 촛불집회에서도 물리적 폭력을 찾아야 둘 다 담을 수 있다는 거예요. 왜냐면 한쪽의 폭력만 부각된다는 거죠. 그런데 그러면 한 쪽을 못 찾았다고 해서 다른 쪽까지 사라지는 게 정답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보거든요. 물론 정치적으로 첨예한 상황에 대해서는 국민의 수신료를 받는 회사이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안도 많은데 기계적 균형만이 공정한가를 봤을 때 제 짧은 경험이지만 그것은 아니라고 보는 거죠."

- 지난 1월 MBC 막내 기자들이 사과 동영상을 올려서 화제가 됐습니다. 물론 MBC 막내 기자와 연차는 다르지만 같은 막내로서 어떻게 봤는지 궁금해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신선했어요. 그분들이 직접 얼굴을 내밀고 나와서 진심이 느껴졌거든요. 그리고 MBC 선배들이 막내 기자들 반성문에 대해 화답했잖아요. 저는 울컥하더라고요. 저분들은 안에서 간절하게 싸우고 그동안 본인들이 한 것은 아니지만 무너져가는 MBC 저널리즘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하는 게 와닿았고 저희에게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희도 해야 하는 일이거든요. 사과는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과의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일치된 의견이 없어서 못 하고 있어요. 막내라서 느끼는 간절함과 통렬한 반성이 저에게 영향을 줬어요."

- 지난주 방통위가 방문진 보궐 이사를 선임하자 자유한국당은 언론장악 음모가 드러냈다며 반발했어요. 아마 KBS 보궐이사 선임할 때도 비슷하게 반응할지도 모르겠는데 이들이 '방송장악'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세요?
"지난 9년 동안 방송장악을 한 게 누군지 여쭈고 싶어요. 공영방송에 이념 편향적인 이사와 이사장을 내려보내서 KBS가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걸 방해하셨던 분들이 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변화하려고 하는 걸 방송장악이라고 하시면 '너무 염치가 없지 않느냐'고 믈어보고 싶어요. 방송 장악은 구 여권이 자신들의 뜻과 맞는 사람들을 내려 보냈던 거고 지금은 정부 여당이 내려 보내는 것이 아니라 법에 있는 그대로 방통위가 선임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기사도 많이 나왔는데 보궐이사는 전에 추천했던 쪽에서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있는 쪽에서 하는 게 맞죠. 물론 여권과 야권에서 추천하는 건 방송법 개정을 통해 KBS를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시켜야겠지만 아직은 그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과거 관례에 따라서도 현 여권이 추천하는 게 맞다고 나와 있어요. 그걸 방송장악이라고 국회에서 투쟁하시고 노트북에도 붙여놓으셨던데 보시는 분들이 알아서 판단하시겠지만, 방송장악이라고 주장하는 건 스스로도 부끄럽지 않을까 해요."

- 복귀하면 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직전까지 하던 취재가 있어요. 지금 파업을 하면서도 짬짬이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돌아가면 기존에 하던 취재를 빨리 마무리 짓고 싶어요. 또 지난 1년 동안 집회현장 취재를 많이 못 다녔는데 파업이 끝나고 돌아가면 집회 현장에 가서 더 많은 분 목소리를 듣고 그걸 기사로 만들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KBS 얘기보다 기자 얘기를 좀 하면, 지금 제작거부나 파업을 통해 나와 있는 기자들은 다시 어떻게 하면 KBS를 살릴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거든요. 개인적으로도 고민하는 시간이고요. 이 고민의 결과물을 가지고 현장에 돌아가면 다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방송이 되도록 더 발로 뛰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박영민 #KBS 새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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