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노동자의 형성>, 나름북스, 2017
나름북스
'신노동자'는 기존의 노동자와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개념이다. 저자는 사회주의의 이념 아래 건설된 나라답게 기존의 중국에서 노동자는 나라의 주인이자 나라를 이끄는 집단으로서 존중받고 우대되었다고 말한다.
헌법을 위시한 법령들에 노동자 집단을 위한 여러 혜택들이나 권리 보장이 삽입되었을 뿐 아니라, 실제로도 그들의 사회적 지위는 높게 유지되었다고.
그러나 남순강화 이래 자본주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상황이 바뀌었다. 대규모 자본의 도입으로 중국에서는 여러 공장들이 세워지고 도시화가 촉진되었는데, 이때 부족한 일손들은 자연스레 농촌 일대에서 공급되어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고향인 농촌을 떠나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된 이들이 바로 '신노동자'이다. 이들은 과거 사회주의 아래의 노동자와는 달리 철저히 자본의 논리에 의해 활용되는 삶을 영위해야만 한다.
노동자의 권리보다 자본과 경제발전의 논리가 더 우선하는 시대에서 이들은 자연스럽게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려도 박사의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신노동자들은 짧게는 수개월, 평균적으로도 2년 미만의 기간 동안만 한 직장에 머무른다. 자연스럽게 고급 기술을 연마하거나 높은 임금을 받게 되는 경우는 적다. 다수가 단순 업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며 돈을 번다.
문제는 그렇게 돈을 벌어도 삶의 질이 낳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은 '호적제도'가 존재한다. 태어난 곳에 그 호적이 매여 있기에, 신노동자 집단은 자식을 낳아도 공립 학교에 보내기가 불가능하다. 결국 민간 학교에 보내거나 아이의 호적 등록을 포기해 교육을 시키지 않는다. 민간 학교의 비용은 매우 비싸기 때문이다. 본인들 또한 호적상의 문제로 도시에서 제공하는 각종 혜택들에서 배제된다.
신기하게도 이들 신노동자는 열심히 모은 돈들로 떠나온 농촌에 땅을 사거나 집을 짓는 경우가 많았다. 농촌이 언젠가는 돌아갈 곳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즉 떠나왔지만 여전히 자신들의 '집'은 '농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저서에서는 이것이 문제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왜냐하면 그 귀향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개혁개방이 처음 이루어질 당시 도시로 나온 1세대 신노동자 집단이 탄생한 지도 수십 년이 흘렀다. 그동안 인구는 농촌에서 유출되기만 했다. 자연스럽게 농촌은 황폐화되었고, 대부분의 생태계와 시설들이 못쓰게 되거나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해 버렸다. 생활 인프라도 도시에 비해 너무나 열악하다.
결국 개혁개방의 물결 아래에 탄생한 신노동자들은 ① 과거 노동자의 대우는 누리지 못하면서 ② 도시에서도 온가족이 낮은 삶의 질 속에 갇혀 있으나 ③ 돌아갈 수 없고 돌아가도 아무 의미가 없는 농촌 생활에 집착하며 돈을 쏟아붓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철저한 떠돌이의 인생인 것이다.
노동자들이 만들어갈 중국의 미래중국 정부 역시 21세기 들어 이 문제를 점차 인식하고 있다. 이들 신노동자 집단의 규모가 2억명을 훌쩍 넘어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졌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에서도 이 문제가 언급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실제로 행해지는 대책은 미약하다. 그로인한 사회 갈등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손립평 교수는 '파열된 사회'라는 개념을 제시해 중국의 현재를 설명한다. 통계가 보여주기를 중국의 소득격차는 이미 영미권 선진국보다도 더욱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사회에 파열음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은 현재로서는 '소극적 저항'의 모습으로만 나타난다. 바로 잦은 이직을 통해 열악한 기업 및 지역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이는 국소적 구인난을 유발시키게 된다. 물론 이것이 사전적 계획이나 집단 행동으로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신노당자 개개인이 불합리한 현재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으로 '떠남'을 선택했고, 그것이 뭉쳐져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드러날 뿐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의 산업정책은 여전히 노동계층의 문제는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 자본의 논리만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인민이 있는지가 어떤 정부인가를 결정한다', '어떤 노동계급이 있는지가 어떤 정치인지를 결정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노동자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불공평한 처우를 직시하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워야 한다는 강조다.
매년 신노동자, 즉 떠돌이 노동자는 중국에서 1000만명씩 늘어나고 있는 중이라 한다. 이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행동에 나서게 되면, 중국 역시 무작정 힘으로 억누를 수는 없는 변화의 물결을 겪을 것이다. 과연 그런 미래가 언제쯤 실현될지, 중국의 노동 지위는 회복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중국 신노동자의 형성 - 도시와 농촌 사이에서 길을 찾는 사람들
려도 지음, 정규식 외 옮김,
나름북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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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시민기자. 서울대 로스쿨 졸업. 다양한 이야기들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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