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지성, 시민사회 단체 '부활'에도 기여할까?

[인터뷰] 정재영 홍성YMCA 사무총장, "지식공유플랫폼 통해 시민운동에 활력 불어 넣고 싶다"

등록 2017.11.08 11:59수정 2017.11.0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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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영 홍성 YMCA 사무총장은 미래 사회의 시민단체는 시민과 시민을 연결하는 허브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영 홍성 YMCA 사무총장은 미래 사회의 시민단체는 시민과 시민을 연결하는 허브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환

간혹 천재들이 나타나 인류역사에 한 획을 긋기도 한다. 하지만 인류의 거의 모든 문화유산은 집단 지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 기술이나 건축기술은 물론이고 전래 동화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의 손질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경우가 많다. 물론 그 속도는 현저하게 느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개개인이 지닌 능력과 지식은 이전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모일 수 있게 됐다. 인터넷 덕에 개개인이 지닌 크고 작은 지식을 순식간에 한데 모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집단지성의 힘을 시민운동에도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인구 밀도가 낮은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는 시민사회단체들이 고사위기로 치닫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긴급 수혈된 젊은 시민운동가들은 지역의 시민사회를 살리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은 미풍에 불과하지만 충남 홍성YMCA에서는 최근 의미 있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실험의 주요 과제는 집단지성의 힘을 시민운동에 접목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재영 홍성YMCA사무총장은 "시민단체가 깃발만 드는 시대는 끝났다"며 "시민과 시민을 연결하는 중간 네트워크 조직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영 사무총장(29)은 그 대안으로 지식공유플랫폼을 들고 나왔다. 정 총장에 따르면 지식공유플랫폼에서는 누구나 강사가 될 수 있다. 개인의 사소한 경험도 강연의 주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재영 사무총장은 지난 2015년 군 제대 후 충남 홍성으로 귀촌해 홍성YMCA 간사를 맡았다. 활동가가 부족한 탓에 최근에는 최연소 사무총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그만큼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가 말하는 지식공유플랫폼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들어 봤다. 

- 지식공유플랫폼이 생소할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배움이나 가르침이 꼭 전문적일 필요는 없다. 삶의 사소한 경험도 교육의 형태로 충분히 나눌 수 있다. 이런 사소한 지식들은 쉽게 사장되는 측면도 있다. 이런 지식도 일종의 사회적 자본인데, 제대로 쓰여 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문성은 딱히 필요 없다. 지식공유플랫폼 안에서는 구두 손질하는 법, 칼 가는 법 등 일상에서의 사소한 정보를 공유(강의)하는 것도 가능하다. 자신만이 가진 삶의 노하우를 강연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이런 강연을 듣고 배운 사람들이 자신만의 노하우를 더해 또 다른 강연자로 나설 수도 있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 한다는 의미가 아닌 것 같다.
"이를테면 지방자치단체의 의정을 감시하는 의정지기단도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시민들이 모여 지자체의 의정을 감시하는 것이다. 시민들이 지닌 공동의 목표나 욕구를 발견하고 그 사람들을 새롭게 그룹 짓는 것도 중요하다. 그 안에서 지식을 공유하고 재생산해 집단지성을 이루고 또 하나의 지식공유 모델로 탄생할 수도 있다. 


일단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웃과 함께 모여 독서모임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생태를 공부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 독서모임은 생태 공부에만 머물지 않을 수 있다. 작은 독서모임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무분별한 개발 행위에 반대하는 시민운동으로까지도 발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획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도 있었을 것 같다.
"지식을 나누기 보다는 자신의 사업을 위해 강연을 자처한 분들도 더러 있었다. 간접 광고를 원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특정 업체에서 나오는 기구를 써야 요리가 가능한 수업을 하겠다고 한 분들도 있었다. 이런 분들을 걸러내는데도 힘이 들었다. 지식 공유가 아직은 생소하고 낯선 탓인지 수강생이 많지 않다. 사실 그것도 걱정이다."

-시민운동과 관련해 원래 가지고 있던 꿈이 있었나.    
"청소년 관련 일을 하고 싶었다. 나이가 되어 고아원에서 나오는 아이들과 함께 사는 것이다. 아이들은 보통 300~500 정도의 지원금을 받고 고아원을 나온다. 자립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그 때문에 고아원을 출원한 아이들이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집을 새로 짓고, 고아원에서 나온 아이들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고 싶었다. 아이들이 독립할 수 있을 때까지 그들의 울타리가 되어 함께 살고 싶은 꿈이 있었다. 물론 그 꿈을 접은 것은 아니다."
#정재영 #지식 공유플랫폼 #홍성YMCA #집단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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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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