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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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예에서 보듯 독자를 특정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독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쓸 내용도 표현 방법도 결정되기 때문이다.
독자가 없는 글은 있을 수 없다. 혹자는 발표할 계획 없이 단지 나만 혼자 보기 위해 쓴 일기나 자서전과 같은 글의 경우에는 독자가 없는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혼자 보기 위해 쓴 일기나 자서전이라 해도 결국 자기 자신은 읽지 않는가. 읽는 이가 단 한 사람이라도, 나 자신만이라도 독자는 독자다. 따라서 어떤 글이든 반드시 독자가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 독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글쓰기 방식이나 내용이 달라져야 한다는 당위가 생긴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학교 선생님이 자기 반 학생들에게 학년을 마무리하면서 편지를 보낸다고 해보자.
이럴 때 1년 동안 학급에서 있었던 일들이 중심 이야기가 될 것이다. 조금 범위를 넓힌다 해도 학교 차원, 나아가 국가 차원의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다만 학교나 국가 차원의 이야기라 해도 반 학생들에게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관련이 있는 얘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되는 내용을 이 글에 집어넣는다고 하면 과연 학생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얻겠는가.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어릴 적 일기 쓰기 방학숙제를 개학 하루 전날 몰아서 썼던 추억에 관한 글을 쓴다고 해보자.
읽는 이가 자식들이거나 혹 손자 손녀라고 하면 아마도 이런 식으로 서술할 것이다.
"그땐 일기 쓰기가 참 고역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참 좋은 자기 성찰의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매일 매일 일기를 쓰면 나중에 한꺼번에 억지로 쓰는 것보다 훨씬 편하고 거짓말을 만들지 않아도 된단다, 그러니 너희들도 꼭 일기는 매일 쓴다는 생각으로 실천해라."
공자왈맹자왈이 될 확률이 높다. 그런데 친구들과 이 소재로 이야기를 나눈다면?
교훈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친구는 당연히 없을 테고, 그 일로 빚어진 갖가지 추억들을 떠올리며 깔깔거릴 것이다. 남의 일기 훔쳤다가 들통 난 일, 날씨를 잘못 적어 한꺼번에 쓴 게 들통 난 일, 쓰지 않았음에도 깜박하고 안 가져왔다고 둘러대다 내일까지 가져오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밤새 낑낑대고 써갔지만 한꺼번에 쓴 것이 들통 난 일, 이런 것을 추억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이렇게 읽(듣)는이가 누구냐에 따라 같은 소재라도 내용이 달라지고, 이야기 방식도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를 특정하는 것은 글쓰기에서 기본이기도 하고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독자층에 따른 표현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사항이 있다.
독자층이 어린이인데도 어른들이 사용하는 단어나 글 방식으로 표현한다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해지겠는가. 그 반대로 어른이 독자인데 어린이들에게 하듯 쓰면 유치해서 안 읽을 것이다.
이처럼 글을 쓸 때 독자층을 특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결론으로 이 글을 갈무리하면서 독자층과 관련한 표현 방식에서 내가 오래전부터 생각해오던 거친 주장 하나를 이 기회에 얘기해보겠다.
특정 지역의 독자층을 대상으로 글을 쓸 때 굳이 서울에서 사용하는 표준어로 사용해야만 하는가 하는 점이다. 표준어를 사용한 표현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무난히 소통된다는 이유에서 글을 쓸 때 표준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특정 지역의 표준어는 특정 지역의 말글이 아닐까. 경상도라면 (서울의 말글살이를 기준으로) 경상도 사투리가, 전라도라면 전라도 사투리가 그 지역의 표준어가 아닐까.
그렇다면 특정 지역의 독자로 특정된다면 특정 지역의 사투리로 글을 써야 한다는 당위가 생긴다.
글의 본질이 무엇인가. '뭔가를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글자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서울 사람이 경상도나 전라도에 가서 사투리를 접하면 다 알아듣지 못하고, 반대로 경상도나 전라도 사람이 서울에 오면 서울말을 다 알아듣지 못한다. 때로는 통역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특정지역의 독자들이 가장 잘 알아들을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래서 나는 특정 지역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의 표현에서 그 지역의 말글살이 특성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모두 한 번 진지하게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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