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대신 택한 게 하필 콜라라니... 아, 트럼프여!

모르핀 중독 치료 위해 만든 콜라, 아직도 성분 안 밝혀져

등록 2017.11.16 14:59수정 2017.11.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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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콜라를 마실 때마다 찝찝하다. 콜라 원액에 담가 놓은 뼈가 몇 시간 만에 녹아 없어지더라는 얘기를 듣고 난 후부터 쭉 그랬다. 이 소문의 정확한 출처는 알 수 없지만 잘못된 이야긴 아닐 것이다. 콜라에는 신맛을 내는 물질인 인산이 들어 있다. 인산은 칼슘과 결합하려는 성질이 강해 뼛속 칼슘을 녹여낸다. 이뿐만 아니라 콜라엔 많은 양의 당 성분과 카페인이 들어 있어 중독될 위험까지 있다. 그래서 유럽의 여러 나라에선 초등학교에서 콜라를 비롯한 청량음료를 판매할 수 없도록 했다. 건강을 해치는 음료로 기피 대상인 콜라가 처음 만들어질 당시엔 약국에서 판매하는 약이었다니, 믿기 어렵다.


19세기 말 미국엔 천연광천수에 의학적인 효능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았다. 약국에선 영험하기로 유명한 수입 광천수를 가져다 팔았다. 그런데 광천수를 병에 담아 파는 일은 지금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운송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고, 광천수를 담은 병이 압력 때문에 터져버리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가장 좋은 방법은 천연광천수만큼 약효가 있는 인공 광천수를 직접 만드는 것이다. 이를 해결해준 것은 '소다 파운틴'이라는 탄산수 제조기였다. 이 기계에서 나온 물은 진짜 광천수처럼 톡 쏘는 맛이 났다. 여기에 광천수 맛과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베이킹 소다(중탄산나트륨)를 넣은 것이 지금까지 사랑받는 '소다 음료'의 출발이다. 약국마다 소다 파운틴을 들여놓고 식물의 뿌리나 허브, 과일주스, 설탕 등을 넣은 음료를 만들어 팔았다.

미국 애틀랜타의 내과 의사인 존 펨버턴 역시 자신만의 약물 개발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는 사실 모르핀에 중독된 상태였다.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펨버턴은 1885년 페루의 코카 잎에서 추출한 코카와 아프리카의 콜라 너트에서 추출한 카페인을 넣어 '펨버턴의 프랑스 와인 코카'라는 음료를 개발했다. 그는 이 음료가 미국인을 병들게 하는 과로, 변비, 우울증, 두통, 성 기능 장애, 아편과 모르핀 중독 등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사실이 아니었다. (출처: <인류 역사에 담긴 음식문화 이야기> 린다 시비텔로 지음, 도서출판 린 펴냄)

얼마 뒤 애틀랜타에서 알코올이 들어간 모든 음료의 판매를 중지했다. 펨버턴은 긴 이름의 음료에서 와인을 빼는 대신, '7X'로만 알려진 비밀 성분을 첨가해 새로운 음료를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코카콜라다.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멜라니아 여사가 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멜라니아 여사가 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연합뉴스

펨버턴은 1887년 코카콜라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제조 비법은 은행의 대형금고에 보관했다. 이때만 해도 코카콜라는 약이었다. 하지만 이 '약'이 그의 건강을 지켜주지는 못했다. 펨버턴은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2년 후 미국의회가 약품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하자 코카콜라를 음료로 바꿔 판매하기 시작했다.


코카콜라 제조법은 아직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맛을 내는 성분은 라임주스와 오렌지, 레몬, 넛맥, 계피, 오렌지 꽃 오일, 바닐라 등이다. 전체 분량의 1%도 되지 않는 '7X'의 성분과 혼합 비율은 극비다. 1993년 한 기자가 원조 코카콜라 제조법이 담긴 서류를 입수했다며 이를 공개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코카콜라 측은 자신들의 방식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놨다.

얼마 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왔다. 국빈 만찬에서 다 같이 청주로 건배를 할 때, 그가 들고 있는 술잔에는 다른 것이 담겨 있었다. 바로 다이어트 콜라다. 트럼프는 자신의 형이 알코올 중독으로 숨진 후부터 지금까지 술을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단다. 대신 그의 백악관 집무실에는 콜라를 주문하는 버튼이 따로 있을 정도로, 그는 콜라 마니아이다. 그 많은 음료 중에서 알코올 중독을 피해 택한 것이 하필 콜라라니, 시트콤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어이없는 웃음이 난다. 그의 개인적인 취향에 시비를 걸 생각은 없다. 다만, 술을 마시지 않는 이유와 콜라를 즐겨 마시는 행위가 어딘가 좀 어긋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콜라 #코카콜라 #존 스틸스 펨버톤 #과학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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