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건협 MBC 노조 수석 부위원장
이영광
- 오늘(15일) 오전 9시로 파업이 중단되었어요. 이명박근혜 정권의 언론장악에 대한 처음이자 마지막 승리인데 소감 부탁드려요."당연히 기쁘죠. 이명박 정권 이후로 공영방송 장악이 계속됐는데 그때부터 9년 만이고 MBC에 김재철 사장이 들어온 이후를 기점으로 하면 7년 만이에요. 처음으로 승리해서 기쁜데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습니다."
- 해임 발표 났을 때 느낌이 어땠어요?"월요일 방문진 앞에서 집회하면서 김장겸 해임 소식을 들었을 때도 좀 멍했어요. 김연국 위원장이 뒤돌아서서 눈물 훔치고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우리가 이겼습니다!'라고 하는데 굉장히 비현실적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2010년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정권 차원의 MBC 장악이 시작됐습니다. 2010년 39일 파업, 2012년 사장 최장기였던 170일 파업이 있었지만 승리하지 못했고, 이후 5년 동안 MBC는 처참하게 망가졌습니다. 10명의 해고자가 나왔고 6명은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200명이 징계를 받거나 부당 전보됐습니다. 정권 차원의 극악한 탄압에 노동조합이 계속 수세에 몰렸잖아요.
2012년 170일 파업에서 저희가 승리하지 못하고 복귀했고 극악한 탄압이 계속됐잖아요. 그리고 내부적으로 많이 침체되어 앞으로 과연 파업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지난해 촛불 혁명 이후 다시 희망이 생겼습니다. 이번에 파업할 수 있었던 것도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온 국민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국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기회 있을 때마다 드립니다."
- 73일 만에 파업이 끝난 건데 지난 73일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이번 파업은 MBC 노조 역사상 최고 강도의 파업이었습니다. 예전 파업에서는 주조정실이라고 방송 최종 송출을 맡는 곳은 늘 파업 예외인력으로 빼줬는데, 이번에는 그곳도 예외가 아니었어요. 지난 2012년 170일 파업만큼 길지는 않았지만 정말 밀도있게 파업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부분별 지역별 상관없이 전 부문, 전 지역의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모든 일을 하셨어요. 저희가 파업을 하다 보면 집회 준비하는 팀이 있고 파업에서 시민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홍보하기 위한 팀이 있고 세탁소팀도 있죠. 특보팀도 있고 특별 취재팀도 있어요. 비단 조합 집행부가 아니더라도 그런 일을 조합원들이 다 맡아서 정말 열심히 뛰어 주셨어요."
- 이번 파업 승리의 의미 뭐라고 보세요."아직 완결된 건 아니지만 다 아시다시피 지난 9년 동안 MBC만 놓고 보면 처참하게 망가졌잖아요. 우리 사회 적폐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언론이었잖아요. 우리나라 언론 중에서 사적 소유가 아닌 공적 소유인 KBS, MBC가 주요 타깃이 되었죠. 김장겸 사장을 해임함으로써 MBC를 정상화할 단초가 된 것이 가장 큰 의미죠. 그리고 MBC를 정상화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가 시작된 거죠. 물론 앞으로 많은 과제가 남아 있지만요."
- 지역 MBC 중 몇 곳은 파업을 풀지 않고 있어요. 김재철 사장 이후 7년 동안 지역 MBC도 처참히 무너졌다던데 어느 정도인가요?"MBC가 무너지기 시작한 게 김재철 사장의 취임 때부터죠. 김재철 사장부터 김장겸 사장으로 이어지기까지 이 체제에서는 정권에 적극 협력한 부역자들이 그 대가로 지역 MBC 사장 자리에 갔습니다.
이 사람들이 지역 MBC에 와서 한 일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 데 하나는 방송에 직접 개입하는 거죠. 대전의 이진숙 사장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지역 주요 뉴스에 이집트 주요 인사가 방문했다는 걸 인터뷰로 크게 낼 이유가 없거든요. 그런데 이런 뉴스를 내보내고 본인이 직접 대담을 하기도 하고요. 이진숙 사장은 자기가 관심 있는 부분을 가지고 뉴스 가치와 관계없이 뉴스로 낸 거죠. 뉴스를 사유화했다는 거죠. 대전 같은 경우에 보도국장은 지역사 간부 중에는 유일하게 언론노조의 언론부역자로 선정됐거든요. 이분이 보도국장으로 있으면서 지역의 주요 현안, 노동 관련 뉴스, 시민단체의 활동, 촛불집회 같은 아이템이 뉴스에 잘 반영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해요.
또 하나는 지역 사장으로 내려와 이들은 방송의 공정성, 공영성, 지역성이라는 가치보다도 수익 위주 경영을 했어요. 지역 방송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시킨 사례가 많거든요. 이들은 자기가 그 자리에 계속 있기 위해서는 서울 사장에게 잘 보여야죠. 서울에서 매년 지역사 경영평가라는 걸 하는 데 거기 보면 경영평가 총점 100점 중에 경영 효율화 항목 배점이 35점이에요. 이 중에 영업이익률, 인건비 증감률 같은 게 세부항목으로 들어가 있어요. 말하자면 방송사는 일반 사업장과 좀 다른 데도 수익을 많이 내면 점수를 좋게 주는 거예요. 그리고 인건비를 줄이면 점수를 많이 주는 거예요.
어떤 현상이 생기냐 하면 방송사는 사람이 제일 중요하거든요. 방송은 사람이 만드는 거잖아요. 그런데 사람을 줄이는 거예요. 자연스럽게 정년퇴직하면 인원이 자연 감소되는 데 새로 충원을 안 해요. 사람은 나가는데 신입 사원은 뽑지 않고, 명예퇴직을 전 지역사에 걸쳐서 많이 받았어요. 대구 같은 경우에도 20여 명이 최근 3년 사이에 명예퇴직이란 이름으로 회사를 나갔어요."
- 김재철 사장은 MBC 광역화도 추진했잖아요. 이것도 악영향을 준 것 같은데."김재철 사장이 있을 때 김종국 사장을 진주 MBC와 창원 MBC 통합 사장으로 보낸 거예요. 두 개 회사에 한 명의 사장을 보내서 강체 통폐합을 했고 그 과정에서 반대하는 조합원 중 3명(재심에서 2명은 감경, 정대균 수석만 해고 유지)을 해고하고 무더기 징계를 내리면서 강제 통폐합을 결국 했죠.
그런데 최근 국정원 개혁 위원회가 과거 문건을 찾아보니까 거기에서 MBC 민영화라는 이야기가 나오죠. 거기 보면 지역 MBC부터 먼저 민영화해서 그 재원으로 MBC를 민영화한다는 내용이 나오잖아요. 결국, 지역 MBC 광역화라는 게 서울 사장이 이야기하기로는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고 방송 권역을 넓혀서 제작 활성화 시키는 걸 명분으로 이야기했지만 실제로는 MBC 장악 시나리오 중 일환이었다는 거죠."
- (지역 방송국을 합쳤을 때) 피해는 무엇인가요?"MBC 경남을 놓고 보자면 진주와 창원을 합친 거잖아요. 아무래도 동일 편성 시간대에 보도할 수 있는 뉴스가 한정되기 때문에 인구가 적은 지역 뉴스는 작게 취급되죠. 지금은 또 분리했어요. 통합하면 지역 소식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죠. 통합과정에서 늘 하는 얘기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하지만 통합과정에서 지역사회는 통합 이전이든 이후든 사람을 줄입니다."
- 어제(14일) 백종문 부사장이 사표를 냈는데."당연히 백 부사장은 언론 부역자로 MBC 내부에서 정권의 언론장악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부역자라고 생각하고 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어떤 생각으로 나갔는지는 모르겠으나 사임하고 나가서 MBC 내부의 부역한 임원들의 모든 잘못이 덮어지진 않을 거로 생각해요. 이분들은 법적으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제 MBC 재건의 첫발은 뗀 것 같아요. 어떻게 재건할지가 과제죠. 리모델링을 주장하는 소리가 있는가 하면 어차피 망가진 것 이참에 완전히 재건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요."재건축에 가까운 리모델링을 해야 되겠죠. 김장겸 사장이 해임됐다고 모든 게 해결된 건 아니잖아요. 최기화씨 등 서울의 임원들과 부역의 대가로 지역사 사장 자리에 오른 사람들도 모두 퇴출시켜야 할 것이고요.
더 중요한 것은 저희 내부의 개혁입니다. 우리 스스로 과거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국민들에게 진정어린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반성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현재 부문별, 지역별로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체제에서 지난 9년간 집권세력과 부역자들이 공영방송을 장악한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MBC 재건 리포트'를 만들 예정입니다. MBC 재건을 위한 청사진을 만드는 겁니다.
여기에는 공영방송으로서 MBC가 지향할 가치에 대한 강령과 규범을 만들고 보도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겁니다. 그리고 위법 경영 철폐 및 의사결정 투명성과 합리성 제고를 해야 합니다. 지난 9년 동안 보도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만 무너진 게 아니고 내부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됐거든요. 그전에는 내부에서 의사 결정할 때 지위고하를 떠나 토론을 하는 문화가 실종됐어요.
지역사 사장 선임 제도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전까지는 서울 사장이 전국 16개 지역 MBC 사장을 정했어요. 이렇게 되면 안 되죠. 공영방송인데도 서울 사장이 자기 것으로 사유화하는 게 되는 거예요. 이런 체제는 안 되고 지역 시청자와 지역 MBC 구성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게 만들어서 서울과 지역사가 수직적 체계가 되는 게 아니라 수평적인 네트워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 이번 파업의 목적은 공정방송을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정방송이 기계적 중립을 말하는 건 아니란 말이죠. 이 부분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기계적 중립은 보통 논란이 되는 사안을 보도할 때 논란을 피해 가는 방법으로 많이 쓰거든요. 굉장히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안이 있을 때 이런 게 있고 이런 게 있다고 서로 상반되는 것을 나열하면 보는 사람은 굉장히 헷갈리거든요. 기계적 중립이라는 것도 사실은 가치 판단을 유보하는 것처럼 하면서 실제로는 한쪽 편의 손을 들어주는 거죠. 언론의 역할은 사실 전달 만이 아니라 사실 속의 진실을 전달해 시청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장 선임구조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어요.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권력의 방송장악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어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할 것 같은데."다음 사장은 현 체제에서 뽑을 수밖에 없어요. 새롭게 제도를 정비해서 사장을 뽑으려면 시간이 너무 걸리는 데 그러면 최기화 사장 대행 체제가 계속되는 거잖아요. 그걸 저희가 보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지금 저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현 체제에서 가장 지혜롭게 사장을 뽑는 건데 거기에 더해 기자님 말씀하신 것처럼 사장 선임 구조 개혁 문제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MBC가 영구적으로 정치적 독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MBC는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라서 방문진이 MBC의 대주주이면서 MBC 사장을 뽑도록 돼 있죠. 그런데 법에는 그런 내용이 없지만 이 방문진 이사를 관행적으로 정부 여당이 6명, 야당이 3명을 추천해왔습니다. 무조건 정권 입맛에 맞는 사장을 임명하도록 돼 있는 거예요. 정부 성격에 따라 왔다 갔다 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방문진이 정치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식적이지 않은 분들이 방문진 이사로 계시니까 MBC 사장 자리에 이상한 사람들이 오게 되는 거죠. 그래서 방문진 이사를 선임할 때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된 인사들이 선임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해요.
지금 여러 법안이 나와 있어요. 언론 장악 방지법도 나왔죠. 그 법은 사실 시기적으로 봤을 때 수명이 다한 법안 같고, 새롭게 여러 가지 논의가 활발히 되고 있거든요. 추혜선 의원도 개정안을 발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앞으로 활발하게 논의가 되겠지만 원칙은 정치권의 개입을 차단하고, 국민들이 원하는 사장을 뽑을 수 있는 방향으로 법, 제도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우선 김장겸 사장은 해임됐고 백종문 부사장은 사임했으니 나머지 언론 부역자들 모두 퇴출시켜야 합니다. 동시에 지역사 사장들도 퇴출돼야죠. 그다음 보도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 을 쟁취하는 건 저희가 들어가 일로 처리해야 하는 것도 있고 단체 협약이나 편성 규약 등 제도적으로 고쳐야 할 것도 있죠. MBC의 정치적 독립을 영구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법, 제도 개혁도 과제일 것이고 저는 지역 MBC 출신인데 공영성의 한 축이 지역성이거든요.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는 연방제 수준의 지역 분권을 이야기 하는데 이게 사실 권한만 갖고 감시할 수 있는 체계가 돼 있지 않으면 상당히 우려할 부분이 있거든요. 특히 현행 선거제도 아래서는 다양한 정치 세력이 제도권으로 들어올 수 없잖아요. 지방의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지역 분권과 함께 지역 방송에 가장 중요한 한 축인 공영방송인 지역 MBC를 완전히 정상화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지역 네트워크를 수평적 네트워크로 복원하는 것도 굉장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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