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 전격 사임... 37년 독재 '종식'

탄핵 절차 개시되자 사임... 인권탄압·경제파탄 '오명'

등록 2017.11.22 09:23수정 2017.11.2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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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의 퇴진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의 37년 독재가 막을 내렸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각) 제이컵 무덴다 짐바브웨 의회 의장은 국영 방송 연설을 통해 무가베 대통령이 사임서를 제출하며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고 공식 발표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사임서에서 "나는 헌법 96조 항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기 위한 사직서를 제출한다"라며 "순조로운 권력 이양을 위해 즉각적이고 자발적으로 사퇴한다"라고 밝혔다.

지난 15일 군부 쿠데타에 의해 실권을 잃은 무가베 대통령은 퇴임을 거부해왔지만 집권 여당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이 이날 공식적인 탄핵 절차를 개시하자 전격 사임했다.

수도 하라레에서는 시민들이 환호하고 춤을 추며 독재 정권 종식을 기뻐했다. ZANU-PF는 무가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즉각 중단하며 48시간 이내 권력을 이양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부 세습' 노리다가 권좌에서 쫓겨난 무가베

올해 93세의 무가베 대통령은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던 짐바브웨의 독립 운동을 이끌며 '해방 전사'로 칭송받았고,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1980년 대통령에 올랐다. 하지만 정권을 잡자 독재자로 돌변했다.


절대 권력을 휘두르며 온갖 인권탄압과 부정부패로 악명을 떨쳤고, 외국 군대까지 동원하며 수많은 정적을 살해하고 무려 2만여 명이 목숨을 잃는 무자비한 숙청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서방 국가들이 강력한 제재를 내리면서 짐바브웨 경제는 파탄나고 국제사회에서도 고립됐지만, 무가베 대통령은 독재를 이어가며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 심지어 내년으로 예정된 대선에도 출마해 100세까지 통치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무가베 대통령의 욕심은 자신의 독재로 끝나지 않았다. 영부인 그레이스 무가베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기 위해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던 에머슨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을 전격 경질했고, 음난가그와는 생명의 위협을 호소하며 해외로 망명했다.

그러자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을 지지하던 군부가 거세게 반발하며 쿠데타를 일으켰고, 집권 여당까지 퇴진 압박에 가세하면서 짐바브웨를 무려 37년간 통치하던 무가베 대통령 정권은 37년 만에 끝났다.

한 전문가는 "무가베 대통령은 짐바브웨에서 백인 소수 정권을 몰아내고 식민 지배를 끝냈으나 경제 파탄을 남겼다"라며 "그의 퇴진은 다른 아프리카 독재자들에게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독재 끝낸 짐바브웨, '새로운 독재'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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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의 퇴진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군부와 ZANU-PF는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을 차기 대통령으로 지지하고 있다. 무가베 대통령으로부터 경질되면서 해외로 망명했던 그는 다시 귀국해서 공식적으로 정권을 이양받을 것으로 보인다.

무가베 대통령과 독립 운동을 이끌었던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은 재무·국방·법무장관과 하원 의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는 당분간 대통령 대행을 맡다가 내년 대선에 공식 출마할 예정이다.

하지만 무가베 대통령의 독재 정권의 '2인자'로 군림하며 인권탄압, 선거조작 등에 가담했던 그가 군부를 등에 업고 정권을 잡으면 또 다른 독재가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무가베 대통령의 퇴진 운동을 지지해온 영국 노동당 케이크 호이 의원은 "음난가그와는 무가베보다 더 억압적인 지도자가 될 수 있다"라며 "내년 대선에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가 보장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짐바브웨 #로버트 무가베 #에머슨 음난가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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