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도보통지> 서문이번에 북한이 단독 등재한 정조가 직접 지은 <무예도보통지>의 서문이다. 정조는 이 병서를 통해 이 땅의 백성들을 아픔없이 지키고자 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며 느꼈던 참혹한 고통을 치유하기 위하여 정조는 이 병서를 만들었다. 이제는 분단으로 고통 받는 이 땅에 통일을 향한 새희망으로 '무예도보통지'의 무예24기가 올곧게 다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수련은 배신하지 않는다.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소장
남북공동 등재의 꿈이 사라졌다.
지난 1일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가 북한의 단독 등재신청으로 제13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 회의 심사를 거쳐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선정됐다.
<무예도보통지>는 1790년(정조 14) 4월, 4권 4책에 언해본을 별도로 묶어 목판본으로 편찬한 병서로서 보병무예 18가지와 기병들이 익힌 마상무예 6가지가 수록된 군사무예 훈련서이다. 이 병서는 현재 육군박물관,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등을 비롯해 국내 여러 박물관에 소장돼 있으며, 북한의 경우에는 평양 인민대학습당에 보존돼 있다. 그리고 일본의 쓰꾸바대학(筑波大學) 도서관에도 한 부가 보관돼 있다.
이 병서에는 단순히 우리의 무예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그리고 몽골과 동남아시아의 군사무예가 조화롭게 실려 있다. 비록 적국의 무예지만, 오늘날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조차도 배워야 한다는 철저한 실용의 논리로 만든 병서였다. 머리로만 아니 입으로만 자주국방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몸으로 배우고 깨우치는 진정한 실학의 완성품이 <무예도보통지>인 것이다.
실은 지난 2016년에 북한이 자신들이 보존하고 있던 <무예도보통지>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지역 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고 공식 발표한 후 약간의 물밑 접촉을 통해 남북공동 등재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던 중이었다.
특히 필자의 경우 북한의 공식 발표가 있던 날부터 꼭 3일 후인 11월 3일에 서울대학교 규장각에서 '무예도보통지 편찬과 그 가치'라는 제목으로 창립기념 논문발표를 진행할 예정이었기에 그 보도 내용이 더욱 아쉽기만 했다. 그날 서울대 규장각에서 열린 논문발표는 '정조대 어정서 및 명찬서의 재조명'이라는 주제로 정조의 명으로 편찬된 여러 가지 서적들에 대해 심도 있는 주제발표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