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수집노인 우울증 정도 (사진 = 논문 '폐지수집노인의 생활실태와 노인복지정책적 대안')
김순종
폐지수집 노인들은 높은 수준의 우울증 증상도 보였다. '단축형 노인 우울증 척도(SGDS-K)'를 사용해 폐지수집 노인 199명의 우울증 정도를 테스트한 결과 이들의 우울정도는 평균 7.482를 기록했다. 전체 평균은 위험 수준인 8점보다 낮았지만, 절반 이상이 위험수준에 해당하는 8점 이상을 나타냈다. 199명 중 101명이다.
폐지수집 노인들의 우울 정도는 나이, 성별, 주거형태, 건강, 가까운 친구나 이웃의 수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70세 미만의 경우 우울 정도는 평균 8.79로 위험 수준이었던 반면, 70세 이상은 평균 6.93으로 안전 수준이었다. 남성의 경우 평균 우울 정도는 6.56인 반면, 여성의 경우 평균 7.94로 비교적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독거노인의 경우 우울 정도는 평균 8.15로 위험 수준이며, 비독거노인의 경우 평균 6.69로 안전 수준이었다. 가까운 이웃이나 친구가 없는 노인의 우울 정도는 평균 8.31, 1~2명의 이웃이나 친구가 있는 노인의 우울정도는 평균 8.09, 3명 이상의 이웃과 친구가 있는 노인의 경우는 우울정도가 평균 5.77에 달했다.
정부지원 한정, 폐지 수집활동 공공근로 변경 등 조치 필요문제는 이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정부의 지원은 한정돼 있다는 데 있다. 기초노령연금이나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으로 삶을 지탱해 갈 수는 있지만 부양의문제에 가로막혀 혜택을 받고 있는 노인이 적다. 정부가 지난 8월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비수급빈곤층의 규모는 93만 명에 달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더라도 상황은 열악하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7.7%(통계청, 2016년 기준)로 OECD 평균 노인빈곤율 12.1%보다 한참 높다. 이 때문인지 노인자살률도 OECD 평균보다 3배 높은 10만 명당 55명에 달한다.
연금제도도 열악하다. 선진국의 경우 은퇴 후에도 안정적 연금 수급을 통해 은퇴 전 수준의 소득이 보장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제도는 급여액이 적어 소득보장 안전망 역할을 하지 못 한다. 2017년 국민연금 월평균 수령금액은 33만 3천원으로 1인 가구 최저생계비 65만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노인들, 특히 폐지수집 노인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요구된다. 우선은 폐지수집 활동을 새로운 일자리 형태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폐지수집 활동의 거점지역(복지관 등)을 정해두고 공공근로 방식으로 운영해 일정한 수입을 보장해 주면, 폐지수집 노인의 자존감 향상은 물론 이들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도 개선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