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사람은 얼굴에 나타난다. 그러니 싫은 걸 억지로 하지 말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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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글을 쓴다는 것은 한두 꼭지 아니면 서너 꼭지의 글을 쓰는 마음가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쉽게 자서전을 쓴다고 해보자. 흔한 말로 누구나 자신의 삶을 소설로 쓰면 책 한 권으로도 부족하다고 한다. 그만큼 쓸 말이 많다는 얘기이다. 그래서 자서전 쓰기는 하루 이틀에 끝날 작업이 아니다. 글을 늘 쓰는 프로작가라 해도 적어도 두세 달은 족히 걸린다.
하물며 글쓰기 초보자인 우리는 쉽게 가늠할 수 없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6개월은 걸린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 아닐까. 글쓰기가 아직 낯설기도 하거니와 기술도 생각보다 서툴기 때문에 이보다 더 걸린다고 하는 게 맞을 듯싶기도 하다.
이후 초보자가 어떻게 명문을 구사하며 자유자재로 글을 쓰게 되는지 그 진화과정은 면허를 막 딴 초보운전자가 최고 드라이버가 되는 과정과 흡사하다.
처음에는 1단 기어를 넣고 조심조심 서행하고, 조금 익숙해지면 백미러를 통해 좌우 정도는 살펴가며 2~3단 기어로 달릴 수 있게 되고, 더 익숙해지면 백미러는 기본이고 룸미러까지 보며 전후좌우를 확인하면서 5단 기어를 넣고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아 최고 속도로 달린다.
그런데 장기전인 글쓰기는 성실함과 지구력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끝까지 완주하기가 힘들다. 몸에 습관화시키고 또 반드시 해야 하는 일과 중의 하나가 되어야 끝까지 써낼 수 있다.
하루 중 특별한 시간을 정해서 반드시 쓴다는 원칙을 세워라.
나는 가족들이 모두 잠들어 있는 새벽 시간에 주로 글을 쓴다. 고요할 뿐만 아니라 전화나 일상적 일들이 일어나기 전이어서 방해하는 일들이 전혀 없어 몰입하기에 최상이다. 출근이나 일 때문에 새벽이나 일과시간에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일기 쓰듯 쓰는 것도 좋다.
그런데 조심해야 할 것은 하루에 쓸 일정량을 정해놓을 것인가 아니면 양을 상관하지 않고 일정 시간 동안 쓸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많은 사람이 일정량을 정해놓고 작업하려고 하는데 프로작가들도 사실 정해진 시간 안에 일정량을 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전업 작가는 글 쓰는 일이 직업이기 때문에 이런 접근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글 쓰는 일만 하는 경우라면 감당할 수 있는 하루 목표량을 정해놓고 실천하면 된다. 그런데 글쓰기 초보자인 우리는 프로작가처럼 할 수 없다. 분량 채우는 데에 목적을 두면 일상의 일정에 영향을 미친다. 정한 분량을 채우려면 대부분이 예정한 시간을 훌쩍 넘길 것이고, 결국 부담스러운 일이 되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 다 삶의 질을 좋게 하려고 하는 일인데 스트레스가 되어서야 되겠는가. 그래서 처음에는 양보다는 시간을 정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단 한 줄을 쓰던 한 장을 쓰던, 아니면 아무것도 쓰지 못하던 일정 시간 동안 반드시 글쓰기와 씨름하도록 한다.
일정 시간을 정해놓고 매일 습관적으로 글을 써나가면 자신의 글쓰기 속도가 감지될 것이다. 아무리 애써도 한 줄 쓰기가 버겁고, 이틀 사흘, 아니 한 달이 지나도 늘 제자리걸음이어서 답답할 것이다. 당연하다. 글쓰기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는다면 직업을 작가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글쓰기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아우성치는 것은 대부분 조급해서다. 우물에 가서 숭늉을 찾기 때문이다. 우리가 여기서 명심해야 하는 것이 있다. 이 글쓰기를 반드시 끝내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가. 아니다. 시쳇말로 내가 끝내고 싶을 때 끝내면 된다. 그러니 조급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또 하나. 즐겨라. <논어> '옹야편'에 보면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 즐기는 것은 싫증을 느끼지 않는다. 매일 새롭다. 지루할 틈이 없다.
즐기는 사람은 얼굴에 나타난다. 그러니 싫은 걸 억지로 하지 말란 얘기다. 다만 할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약간 소극적으로라도 시작하고, 시작하고 보니 내가 할 일이 아니다 싶으면 애당초 그만두는 것이 낫다. 싫은 걸 억지로 하려고 하면 힐링이 아니라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러나 소극적이지만 조금씩 써나가는 것이 재미있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루 이틀 반복되면 나도 모르게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은 한 권의 책을 자신에게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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