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도 놀라게 한 충남의 '거대' 굴뚝들

[미세먼지의 경보, 당신의 건강이 위험하다②] 치명적인 미세먼지 토해내는 충남

등록 2017.12.02 16:16수정 2017.12.0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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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충청지역 시민기자들로 구성된 특별취재팀이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의 원인과 대안을 집중 취재합니다. 기획 <미세먼지의 경고, 당신의 건강이 위험하다>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서울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세먼지 배출 주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계획 철회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세먼지 배출 주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계획 철회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최윤석

"굴뚝에서 나오는 99.9%는 수증기입니다."

의아했다. 김동섭 한국서부발전 기술본부장의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그 0.1%가 하늘을 희뿌옇게 만들었다는 거다. 안전모를 둘러쓴 그의 등 뒤로 7개의 거대한 굴뚝이 우뚝 솟아 있다. 구멍을 타고 나온 하얀 연기가 파란 하늘을 가렸다. 시커먼 가루가 충남 태안군의 땅끝마을을 삼켰다.

여기만 이런 게 아니다. 충남 서천의 땅끝마을도 석탄을 태우고 남은 재로 뒤덮였다. 한국중부발전 서천화력발전소에서 나온 것들이다. 태안과 마찬가지로 바다를 매립해 보관하고 있는 데도 역부족이다. 회처리장(화력발전소에서 태우고 남은 석탄회 등 폐기물을 처리하는 공간)에 방치된 시커먼 재가 지금 이 시각에도 바람에 휘날려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도시로 흩어지고 있다.

미세먼지 토해내는 충남

그린피스 '초미세먼지, 침묵의 살인자'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해 발생하는 초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날 이들은 "초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입자가 매우 작아 호흡기는 물론이고 피부로도 침투해 호흡기 및 심장질환을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많은 시민들이 초미세먼지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날아온다고 오해하지만, 실제로는 50~70%가 국내에서 발생한다"며 "정부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의 규제를 강화하고 현재 계획중인 석탄화력발전소 증설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그린피스 '초미세먼지, 침묵의 살인자'그린피스 활동가들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해 발생하는 초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날 이들은 "초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입자가 매우 작아 호흡기는 물론이고 피부로도 침투해 호흡기 및 심장질환을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많은 시민들이 초미세먼지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날아온다고 오해하지만, 실제로는 50~70%가 국내에서 발생한다"며 "정부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의 규제를 강화하고 현재 계획중인 석탄화력발전소 증설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유성호

충남의 하늘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문건에 거론됐다. 물론 좋은 일은 아니다. 1998년부터 2015년까지 OECD의 35개 회원국의 초미세먼지(PM 2.5, 지름 2.5㎛ 이하) 노출도를 조사해봤더니, 상위 15위 가운데 6곳이 충남에 있다는 거다.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 초미세먼지 노출도 1위를 기록했다.

"창문도 못 열고 살고, 장독대 뚜껑도 못 연다."
"배추에 탄재가 내려 앉아 씻어도 먹을 수 없을 지경이다."

충남에 사는 지역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시커먼 가루에 고통 받으며 산다는 게 빈말이 아니란 거다. 정확한 데이터도 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굴뚝에 부착된 자동측정기로 측정한 오염물질 배출량을 집계해 발표했다.


지난해 전국 1545개의 굴뚝을 측정해보니, 우리나라의 대기오염 배출량은 40만 1677톤이었다. 이중 충남 지역은 10만 8708톤으로 전체 27%를 차지했다. "99.9%가 수증기"란 말대로라면, 화력발전소에서 얼마나 많은 석탄을 태우는지 감을 잡을 수 없다.

대기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굴뚝도 드러났다. 충남에서는 보령화력발전본부가 2만 8633톤으로 가장 많았다. 태안 땅끝마을에 있는 화력발전소는 2만 5803톤으로 뒤를 이었다. 당진에 있는 현대제철(2만 3476톤)과 당진화력본부(1만 7423톤)도 대기오염물질을 많이 토해냈다.


대기오염물질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굴뚝을 타고 유해환경물질이 불법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충남지역 화력발전소의 환경위반 자료를 분석한 결과, 12건의 위법사례가 적발됐다. 한마디로 충남의 굴뚝은 '구제불능'이란 거다.

치명적인 미세먼지, 원인은?

박근혜 정부 미세먼지 대책은 'F' 방독면과 박근혜 대통령 마스크를 쓴 서울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11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감사원이 10일 발표한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사업 추진실태' 감사결과 박근혜 정부의 미세먼지 정책이 총체적 부실로 들어났다"며, '석탄화력발전소 감축' '경유 택시 도입 철회' '경유차운행 제한' 등 실질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박근혜 정부 미세먼지 대책은 'F'방독면과 박근혜 대통령 마스크를 쓴 서울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11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감사원이 10일 발표한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사업 추진실태' 감사결과 박근혜 정부의 미세먼지 정책이 총체적 부실로 들어났다"며, '석탄화력발전소 감축' '경유 택시 도입 철회' '경유차운행 제한' 등 실질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권우성

거대한 굴뚝에서 뿜어져 나온 연기는 이웃동네로 흩어진다. 시커먼 덩어리를 태운 재는 바람에 휘날려 도시로 날아간다. 우리나라가 미세먼지로 뒤덮인 것은 '중국 탓'만은 아니었다.

한반도 상공에 특별한 항공기가 떴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PM10, 10μm 이하)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우리 정부와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해 5~6월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누비며 대기오염의 원인을 조사했다. 예상 밖의 결과였다.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측정된 미세먼지의 기여율이 국내 52%, 국외 48%로 나타났다. 중국은 34%, 북한 9%, 일본 등 기타는 6%였다.

충남의 화력발전소와 화학단지 치명적인 결과도 나왔다. 초미세먼지가 오염물질과 결합해 만들어졌다는 거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입자가 매우 작은 초미세먼지는 인체에 치명적이다. 수도권 대기오염을 살펴보니 초미세먼지에 휘발성유기화합물이나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이 뒤섞여 있었다. 초미세먼지 중 이렇게 만들어진 2차 생성이 75% 이상이란 거다. 그렇다면 오염물질은 어디서 왔을까? 한미 양국은 '수도권 남쪽, 충남'을 지목했다. 다음은 조사결과에 따른 핵심 제언이다.

'질소산화물(NOx)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배출, 특히 톨루엔과 같은 방향족 배출을 감축하여 미세먼지와 오존 오염을 줄일 수 있을 것'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과소평가되고 있어 제대로 산정하면 대기오염 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수도권 남쪽(충남)의 점 오염원이 매우 많았고, 인체에 해로운 오염물질이 인근 지역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구제불능 굴뚝, 도시를 망치다

대기중으로 나오는 연기 과연 안전한가?  충남 태안군 원복면 방갈리에 위치한 한국서부발전(주)태안화력
대기중으로 나오는 연기 과연 안전한가? 충남 태안군 원복면 방갈리에 위치한 한국서부발전(주)태안화력신문웅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리에 무대가 설치됐다. 큼지막한 현수막도 내걸렸다.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발파 버튼을 눌렀다. 굉음이 하늘이 울려 퍼졌다. 지난해 7월에 열린 한국중부발전의 신서천화력발전소 착공식의 광경이다.

또 하나의 거대한 굴뚝이 세워진다. 크기는 기존에 있던 서천화력발전소의 2.5배 크기다. 사용연료는 유연탄으로 시설용량은 1000MW이다. 한국중부발전은 오는 2019년 9월을 준공 목표로 하고 있다.

충남 태안에서도 지역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모였다. 지난 15일 한국서부발전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제2차 국민소통 공감데이 행사를 열었다. 이날 김동섭 한국서부발전 기술본부장은 태안화력발전소의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홍보했다. 

사이클론 탈황·집진기술. 이름도 생소한 이 기술이 태안화력 1호기에 적용돼 미세먼지를 줄였다고 했다. 올해 1~9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2015년 같은 기간보다 41% 감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양의 대기오염물질이 거대한 굴뚝을 타고 휘날렸다. 황산화물(SOx) 6,726톤, 질소산화물(NOx) 8,581톤이 하늘로 흩어졌다.

굴뚝만 문제는 아니다. 화력발전소 저탄장도 초미세먼지 농도를 높였다. 대전대학교 김선태 교수 연구진이 화력발전소 주변 기후환경 영향연구를 한 결과다. 석탄을 하역, 야적하면서 많은 양의 먼지가 배출되고 화력발전소에서 나온 미세먼지가 환경오염과 건강 피해 문제를 야기시킨다는 거다.

그래서다. 지역 주민들은 불안하고 걱정이 크다. 지난 5월 서천화력발전소주민대책위원회는 성명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서천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은 충남의 쾌적한 환경을 되살릴 수 있고, 발전소 주변 주민들의 생계 피해를 해결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절호의 기회를 살려 서천 군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주길 바란다."

지난 15일 만난 조신호 당산어촌계장도 근심을 쏟아냈다. 그는 태안화력발전소가 들어선 태안군 이원면에 거주하고 있다.

"최근에 상용발전을 시작한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배출량이 영흥화력보다 높은 것으로 안다. 지역 인사를 모아놓고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홍보하는 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수도권 사람들만 사람이 아니고, 시골에 사는 우리도 사람이다."

'구제불능' 굴뚝이 켜켜이 늘어서 있는 충남, 오늘도 겨울바람을 타고 굴뚝을 타고 흘러나온 대기오염물질이 하늘로 날아간다. 이렇게 거대한 굴뚝은 시골의 공기를, 도시의 공기를 망쳤다.
#화력발전소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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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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