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훈 영화감독이 2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자신의 작업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1963년 당시 대한청소년개척단 125쌍 합동결혼식 모습이 담긴 영상물을 보여주며 “결혼식에 참석한 신랑, 신부들이 장례식장도 아니고 전부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 너무 이상하다”고 말했다.
유성호
참으로 아픈 사건이란 생각이 들었다. 엄청난 피해를 당했음에도 그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 매우 어려운 사건. 사랑하는 가족 또는 친구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모두 이 사건과 엮여 있으니 말이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사정과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는 지점이 있다. 이 감독도 동의했다.
"스토리펀딩 4화, '박정희 시대 강제 결혼, 나는 끌려왔다' 편을 SNS에 공유하면서 '박정희판 위안부 사건'이란 글을 달았다. 거의 유사한 거 같다. 국가가 추진하는 사업에 남성들을 강제로 동원했고, 힘들어하고 탈출하려 하자, 그들의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여성을 강제로 납치해서 결혼시켰다. 결혼이란 행사만 공식적으로 있었다 뿐이지, 그 외 내용은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저지른 것과 다름없다. 할머니들은 그 얘기를 꺼낼 때마다 눈물을 흘리신다. 지금도 한이 많이 맺혀 계시다."한이 맺히기는 앞서 소개한 개척단 '관리자(이 감독은 이들을 가해자라고 표현하지 않았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감독은 "박정희 정권과 기획자들이 죽이라고 지시하지만 않았을 뿐이지, 사실상 아무 뒤탈이 없도록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나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며 "그러니 도망가면 매질하고 그러다 죽어버린 사람들도 있었으니, 비록 직접 자신의 손으로 죽이지 않았어도 얼마나 큰 죄책감으로 남아 있었겠느냐"고 했다.
이 감독은 이 개척단 관리자의 인터뷰를 담은 티저 영상을 곧 공개할 예정이다. 이 감독은 현재 다큐멘터리 영화 후반부 편집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예정 런닝 타임은 90분에서 100분, 설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얘기를 들으며 해결해야 할 질문 하나가 남아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왜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꼭 극장에 올리고 싶어하나.
-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지 않을까?"대중들이 접할 수 있는 경로도 중요하다. 중요한데, 하지만 다큐멘터리 주인공이 누구고, 무엇을 원하느냐도 중요한 포인트다. 이 분들은 넷플릭스 모른다. 인터넷도 잘 할 줄 모르고, 스마트폰 말고 폴더폰 쓰는 사람도 많다. <그것이 알고 싶다>인지, <추적 60분>인지, <PD 수첩>인지, 이 분들에게는 그게 중요하지도 않다. 방송에만 나갔으면 좋겠다는 거다. 그래서 방송사 접촉해봤는데 계속 막히니까, 영화 다큐멘터리 상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여전히 '주범들'을 쫓고 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이런 거대한 인권 유린 사업을 누가 기획했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1960년대 미국은 개발도상국에 국토 개발 사업에 원조를 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양곡 등을 포함해 70조 원 이상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 서산 개척단만 있는 게 아니다. 1960년대 말까지 이런 간척사업장, 국토개발사업장이 140개 있다는 걸 공식 문서 통해 확인했다. 프레이저 보고서에 미국 원조사업을 이용해 박정희 정권 초기 부정축재를 했다고 나온다. 어르신들의 잘못이 아니라 국가의 잘못이었다는 걸 꼭 알려드리고 싶다. 그것이 개척단원 어르신 무의식에 박혀 있는 '내가 잘못'이란 착각을 풀어줄 방법이다."
이 감독이 아직 풀어낼 수 없는 이야기는 그래서 더 많았다. 그는 여전히 '주범들'을 쫓고 있다. 그의 용의선상에 '거물 정치인' 이름이 올라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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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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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판 '위안부' 사건, 제보자는 <1박 2일>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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