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대학에 파고든 '반기문'... 반갑지 않다

[주장] 한국교통대와 반기문, 무슨 연관이 있길래 비전센터까지 세웠나

등록 2017.12.06 08:12수정 2017.12.06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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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0일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충북 충주 국립 한국교통대학교 중앙도서관 앞에서 '반기문 청년 비전센터' 개원식에 참석했다. 또 이날 한국교통대학교 국제회의장에서 '유엔과 21세기 글로벌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강연도 진행했다. 체육관에서는 대학 관계자, 학생들과 함께 오찬까지 이어갔다.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반기문 전 총장이 충청북도 출신임을 감안해 충북도가 그를 이용한 관광 홍보, 마케팅 사업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가 과하다. 충북도도, 한국교통대학교도 단순 홍보가 아니라 우상화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교통대와 반기문의 교집합은... 혹시 충청북도?

반기문청년비전센터 개원식
반기문청년비전센터개원식한국교통대

   
처음 한국교통대학교에 '반기문 청년 비전센터'라는 글귀가 들어설 때 많은 사람이 의문을 품은 것으로 알고 있다. 중앙도서관의 입구부터 반기문 전 총장 이름이 가득했다. 입구부터 시작해서 도서관 내부까지 '반기문 청년 비전센터'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내부에 들어가면 한편에 그의 사진과 약력 등을 기재돼 있고, 소파를 비치한 것도 모자라 '반기문 포토존'까지 만들어놨다.

그가 UN 사무총장 시절, 국내에선 그의 위대함을 부각했지만 해외에서 그의 평가는 그다지 좋지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간극은 올해 초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19대 대선 후보로 이름이 거론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반기문이 대선 출마선언을 여러 가지 의혹이 뒤따랐다. 불법정치자금 23만 달러 수수 의혹, 임기 종료 후 자국 선거 출마를 제제하는 UN 방침 등이 바로 그것이다. '세계 대통령'이라 불리는 UN 사무총장을 어떻게 아무나 할 수 있겠나. 하지만 반 전 총장은 결국 대선 출마 의사를 접었다. 대선 출마선언과 함께 여태 쌓아온 명성마저 놓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충북도에 불던 '반기문 마케팅 열풍'은 잦아드는 듯했다.

그럼에도 한국교통대학교는 반기문을 놓지 않았다. 김영호 한국교통대 총장은 반기문 청년비전센터가 열리던 날(10월 20일) "반 전 총장의 세계평화 정신과 리더십 강좌, 지역사회 핸디캡 극복을 위한 팀 프로젝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 운영하고, 이를 국제협력센터로 적극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라면서 "지역과 대학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재정이 부족한 대학 상황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반기문 청년 비전센터' 건립을 위한 재정 지원을 받고, 여러 기업체로부터 발전기금을 확보한다는 것을 설립 이유로 삼았다.


과도한 반기문 마케팅, 우상화 논란 부른다
   
도서관 입구 도서관 입구부터 반 전 총장의 이름이 걸려 있다.
도서관 입구도서관 입구부터 반 전 총장의 이름이 걸려 있다.백현우

'반기문 청년 비전센터'가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지원금을 받아서 개발도상국 우수 유학생을 유치하고, 재학생 해외 유학을 확대하고, 장학기금을 모으고, 제2의 반기문 육성을 위한 글로컬 리더십 훈련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반기문과 전혀 상관없는 대학교에서 그의 이름과 얼굴이 도서관의 중심에서 자리 잡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수의 한국교통대 학생들도 좋은 반응을 보이진 않는다. 충주 출신이라는 한 한국교통대 학생은 반기문 청년비전센터를 두고 "왜 있는지 모르겠다. 학생들을 위한 거라면 뭐라 말하기 힘들다"라면서도 "학교와 관련이 있는 사람도 아닌데, 반기문 전 총장의 사진이 너무 크게 있는 게 부담스럽다"라고 말했다.
   
반기문 우상화 정책은 한국교통대학교만의 일이 아니다. 일찌감치 반기문 마케팅에 뛰어들었던 음성은 반기문 생가 마을과 반기문 기념광장, 기념관 등을 건립했다. 또 반기문 이름이 들어간 길도 2개나 있다. '반기문 비채길'과 '반기문로'다. 충주에서는 그가 학창시절을 보낸 문화동의 '반기문 옛집' 일대 정비를 했다. 충주시에 가면 그의 이름을 자주 볼 수 있다. 반 전 총장이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오면서 다시 반기문을 기리는 움직임이 보인다.


한국 사회에서 '우상회'는 생소한 논란 거리가 아니다. 이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둘러싼 논쟁이 있다. 최근에는 박정희기념도서관 부지 내 동상 설치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경북 구미시는 무상급식과 같은 정작 필요한 곳에 예산을 책정하지 않고 약 1000억 원가량의 예산을 들여 박정희 기념사업에 매진해 시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박정희 동상은 이미 많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에 군복을 입은 모양의 흉상이 있고,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원 본관 서쪽에도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시 생가엔 무려 5m 높이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뿐만 아니다. 충북 옥천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 탄신제'까지 지내고 있다.

아직 역사적으로 정리가 안 된 인물을 우상화하고 동상을 세우고, 길을 만드는 모습이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다.

반기문 옛집 .
반기문 옛집.충주시

#반기문 #충주시 #한국교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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