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입구도서관 입구부터 반 전 총장의 이름이 걸려 있다.
백현우
'반기문 청년 비전센터'가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지원금을 받아서 개발도상국 우수 유학생을 유치하고, 재학생 해외 유학을 확대하고, 장학기금을 모으고, 제2의 반기문 육성을 위한 글로컬 리더십 훈련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반기문과 전혀 상관없는 대학교에서 그의 이름과 얼굴이 도서관의 중심에서 자리 잡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수의 한국교통대 학생들도 좋은 반응을 보이진 않는다. 충주 출신이라는 한 한국교통대 학생은 반기문 청년비전센터를 두고 "왜 있는지 모르겠다. 학생들을 위한 거라면 뭐라 말하기 힘들다"라면서도 "학교와 관련이 있는 사람도 아닌데, 반기문 전 총장의 사진이 너무 크게 있는 게 부담스럽다"라고 말했다.
반기문 우상화 정책은 한국교통대학교만의 일이 아니다. 일찌감치 반기문 마케팅에 뛰어들었던 음성은 반기문 생가 마을과 반기문 기념광장, 기념관 등을 건립했다. 또 반기문 이름이 들어간 길도 2개나 있다. '반기문 비채길'과 '반기문로'다. 충주에서는 그가 학창시절을 보낸 문화동의 '반기문 옛집' 일대 정비를 했다. 충주시에 가면 그의 이름을 자주 볼 수 있다. 반 전 총장이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오면서 다시 반기문을 기리는 움직임이 보인다.
한국 사회에서 '우상회'는 생소한 논란 거리가 아니다. 이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둘러싼 논쟁이 있다. 최근에는 박정희기념도서관 부지 내 동상 설치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경북 구미시는 무상급식과 같은 정작 필요한 곳에 예산을 책정하지 않고 약 1000억 원가량의 예산을 들여 박정희 기념사업에 매진해 시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박정희 동상은 이미 많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에 군복을 입은 모양의 흉상이 있고,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원 본관 서쪽에도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시 생가엔 무려 5m 높이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뿐만 아니다. 충북 옥천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 탄신제'까지 지내고 있다.
아직 역사적으로 정리가 안 된 인물을 우상화하고 동상을 세우고, 길을 만드는 모습이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