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군 단양읍 구경시장 농민헌법운동단양군농민회 농민들이 구경시장에서 농민헌법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유문철
내년 지방선거 때 31년 만에 헌법을 바꾼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국회에서도 개헌 특위를 구성하고 개헌 논의를 하고 있다. 우리 농민들은 이번 개헌 때 반드시 농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헌법 조항이 개헌 헌법에 명시되기를 바라며 7월 18일에 국회 농민대토론회를 열었다.
그 결과물로 10월 18일 국회에서 45개 농민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이 농민의 권리와 먹거리 기본권 실현을 위한 헌법개정 운동본부를 발족했다. 전국에서 이른바 농민헌법 청원 백만 서명운동이 들불처럼 퍼졌다. 11월 1일 농협중앙회에서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 실현을 위한 농민헌법 천만 서명운동으로 뒤따라 붙었다.
단양에서 지난 한 달 반 동안 농민회와 농협이 서명운동에 나서 6천 명이 넘는 서명을 받았고 1만 서명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오늘도 서명운동을 했다. 침체하다 못해 몰락해 가는 단양을 되살리기 위해 농민이 살아야 함을 단양군민들이 서명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열기를 모아 12월 14일 단양군의 모든 농민단체와 기관, 군민단체들이 모여 헌법개헌 농민헌법 단양군민대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농민이 살아야 단양이 살고 나라가 산다는 걸 한마음 한뜻으로 결의한다. 마을이 살고 학교가 살고, 단양이 살고, 전국의 모든 시골이 사는 방법의 첫번째 단추는 헌법에 농민의 권리,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을 명시하는 것이다.
대가초등학교 3학년 한결이와 유치원부터 6년째 같은 반에서 공부하는 미성이 할아버지가 어제 행복씨앗학교 출범식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하신 말씀.
"제 두 손주가 이 학교에 다닙니다. 전 이 학교 2회 졸업생입니다. 대가초등학교는 일제강점기 때 문을 열었습니다. 4년 동안 일본말로 공부를 했어요. 해방되고도 교실이 없이 나무 그늘 아래에서 수업을 했습니다. 비가 오면 비를 피해 도망 다녔어요. 그때는 힘들어도 학생이 많았습니다. 600명 넘게 다녔어요. 지금 24명이 다녀요. 어떻게 이리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학교가 행복씨앗학교로 선정되어 지원도 많이 받고 학교가 좋아진다는데 학교가 문 닫지 않고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지난해 9월 공모교장으로 오신 유승봉 교장 선생님은 쑥스러운 듯 이렇게 말문을 여셨다.
"제가 초등학교 때 우리 반 64명 중 59등이었습니다. 체육특기생이 다섯이었으니 사실상 꼴찌였죠. 말도 한마디 못하는 내성적인 아이였어요. 그런데 어느 날 바둑이 신기하게 재밌어 보이더라고요. 몇날 며칠을 혼자 독파했습니다. 그리고는 바둑을 두었는데 제가 이기는 거예요. 놀라웠죠. 제가 하고 싶은 건 스스로 성취하는 기쁨을 그 때 처음 깨달았어요. 그리고도 고등학교 마칠 때까지 공부는 썩 잘하지 못했어요.그래도 어찌어찌해서 교사가 되기는 했지요. 단양이 첫 발령지였고요. 17년을 단양에서 아이들 가르쳤어요. 첫 발령받은 해에 선생님들을 모아 풍물패를 만들었고요. 연극단도 만들어서 오래도록 공연했어요. 돌아보면 소심한 제가 자기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 된 건 어릴 때 바둑을 스스로 깨치며 깨달은 경험이 밑거름이었어요.대가초등학교 어린이들이 그렇습니다. 여러분도 영상으로 보셨고 사물놀이 공연도 보셨지만 이 작은 학교에서 지난 일 년 동안 아이들과 더불어 살며 전 이 아이들이 스스로 학습하는 모습을 쭉 지켜보았습니다. 도시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입니다.지난해부터 준비한 행복씨앗학교를 내년에 본격 운영하면서 교직원, 학부모님, 지역 주민들과 함께 힘을 모아 농사를 짓듯이 이 학교를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학교로 키워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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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는 단양한결농원 농민이자 한결이를 키우고 있는 아이 아빠입니다. 농사와 아이 키우기를 늘 한결같이 하고 있어요. 시골 작은학교와 시골마을 살리기, 생명농업, 생태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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