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은 숙박비 50만원으로 한달을 지낼 수 있는 멋진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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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도시' 여행의 선구자25년 전, 하루키는 <먼 북소리>에서 이미 '한 달에 한 도시'를 유랑하며 글을 썼다. 우리가 여행을 준비하던 2012년, 하루키는 파리, 뉴욕, 런던 등에서 한 달씩 여행하고 쓴 에세이를 내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읽은 하루키의 책은 너무 오래전에 읽었을 뿐더러 한 달에 한 도시씩 머무른 하루키의 여행 패턴을 인지할 수도 없었다. 한 달씩 도시를 옮기며 여행을 한 사람이 25년 전에도 있었다는 사실, 그 사람이 하루키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세계 여행을 끝마친 후 <먼 북소리>를 다시 읽고 나서였다.
요즘은 숙박 공유 플랫폼을 이용해 숙소 사진을 미리 보고, 다녀온 방문객들의 리뷰를 읽고,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다. 숙소에 도착해서 이게 아니다 싶으면 뛰어나올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그러나 25년 전 여행을 한 하루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리라.
그가 그리스 섬에 살던 어느 날, 텔레비전이 없어 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 폭풍우 소식을 본인만 몰랐고 비상식량도 준비하지 못한 채 이틀을 지냈다고 한다. 그러다 잠시 날이 갠 순간을 이용해 전력 질주로 음식을 사 왔다는 이야기를 하며, 그 시절에는 남들만큼 알려면 텔레비전이 꼭 필요했다고 우스갯소리를 적어 놓았다.
<먼 북소리>에서 그는 이탈리아 팔레르모(Palermo), 그리스 미코노스(Mykonos)와 하루키 섬 등을 옮겨 다니며 여행과 집필을 했다고 한다. 물론 그때는 숙박 공유 플랫폼 같은 편리한 온라인 예약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지인이 소개해 준 부동산이라든가 친구의 친구 집에 머무는 등 아날로그 방식으로 우여곡절 끝에 집을 찾는 과정도 소개되어 있다.
다행히 우리는 하루키 보다 손쉬운 방법으로 푸켓에 한 달짜리 집을 구했다. 하루키처럼 비싼 돈으로 컨디션이 엉망인 집을 빌린 게 아니라 집주인과 가격 협상을 거쳐 새로 지은 콘도의 첫 게스트가 되었다.
장기 여행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태국의 관광 도시들에는 외국인들을 위한 콘도가 많은 편이며 우리가 머무는 숙소도 그중 하나였다. 콘도 입구를 통과하려면 신분증을 맡기거나 디지털 키를 소지해야 하는데 지문인식까지 마쳐야만 콘도의 수영장과 헬스장까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남쪽 나라 여행자를 위한 교통수단, 스쿠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