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탄교육 <다중지능 계발 워크북> 2017.12. 홍보 내용'여러 지능이 전체적으로 골고루 발달해야 한다’는 문구가 삭제
이슬기
정작 가드너는 "다중지능이론 상품에 대해 승인한 적이 없다"지난 2014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하워드 가드너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메일로 보내 답변을 받았다.
1. 한국의 유아 사교육 상품이 귀하의 다중지능이론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까? 또 다중지능이론에 근거하고 있다는 한국의 사교육 상품이 실제로 다중지능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보십니까?2. 다중지능이론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3. 한국의 학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무엇입니까?답변 메일에서 가드너 교수는 한국의 많은 사교육업체와 상품들이 다중지능이론에 따라 다양한 지능을 개발시켜준다고 주장하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서 가드너 교수는, 한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다중지능이론 상품에 대해 결코 승인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다중지능이론은 시작했을 때부터 왜곡되고 오용되어 왔다. 나는 비록 사교육 회사들이 다중지능이론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워낙 그런 사례가 많아서) 그렇게 놀랍지는 않다. 나는 어떠한 특정 제품을 결코 승인한 적이 없다. Since its inception, MI Theory has been misused and misrepresented. Although I was not aware Shadow Education Companies were making unsubstantiated claims about MI Theory, unfortunately I am not surprised. I have never endorsed specific products."또 가드너 교수는 다중지능이론의 본질적 가치가 '개인화'(individualization)와 '다원화'(pluralization)라고 밝혔는데, '개인화'는 아이들이 자신만의 형태로 학습 기능한 방법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며, '다원화'란 다양한 여러 가지의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에 따른다면, 각각의 유아를 심도 있게 관찰하거나 파악하여 제공되지 못하고, 표준화·구조화되어 있는 시중의 영유아 사교육 상품은 다중지능이론을 구현하기 어렵다.
"개인화란 인간이 태어났을 때부터 각 사람 본연, 자체의 사고 형태를 띠는 데, 사람들은 이를 고려하여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지도 및 양육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많이 아이들이 자신만의 형태에서 학습 가능한 방법으로 가르쳐야 하며, 아이들이 이해한 것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아이들이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용인하는 방식을 통해 평가해야 한다. Individuation (also termed personalization), suggests that since human beings have their own unique configuration of intelligences, we should take that into account when teaching, mentoring or nurturing. As much as possible we should teach individuals in ways that they can learn and we should assess them in a way that allows them to show what they have understood and to apply their knowledge and skills in unfamiliar contexts.""또한, 다원화란 중요한 내용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술, 과학, 역사, 수학 등 어떤 과목을 가르치든 간에 다양한, 여러 가지의 방법으로 알려줘야 한다. As for pluralization, that is a call for teaching consequential materials in several ways. Whether you are teaching the arts, the sciences, history, or math, you should decide which ideas are truly important and then you should present them in multiple ways."이에 따라 가드너 교수는 "부모와 교사들은 그들의(사교육 업체의) 주장을 거부해야 한다. Consequently parents and teachers should reject such claims"고 권고하였다. 이는 더 이상 사교육 업체들의 상업 논리에 현혹되지 말고 올바른 소비를 하라는 촉구인 것이다.
결국, 다중지능은 각기 다른 개성과 재능을 가진 학습자 개인이 존중받는 환경에서 발달이 가능하고, 다중지능이론은 인간 지능의 다양성에 주목한 것으로 '여덟 개의 지능이 모두 발달해야 한다'는 획일적 이해와는 거리가 멀다. 그뿐만 아니라 다중지능이론의 창시자인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2014년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다중지능이론 상품에 대해 승인한 적이 없으며, 부모와 교사는 그들의 주장을 거부해야 한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해당 이론의 창시자가 직접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중지능이론이 영유아 사교육 상품의 홍보 담론으로 이용되는 현 상황은,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세 번에 걸친 기사를 통해 영유아 교재·교구 담론에 대해 분석하고 비판했다. '만 3세 무렵에 뇌의 발달이 대부분 완성된다'는 뇌과학 담론, '한글은 일찍 배워야 인지 발달에 효과적이다'는 한글 조기 교육 담론, '다중지능 발달을 위해 다중지능 교재·교구를 사용해야 한다'는 다중지능 담론 등, 영유아 사교육 업체는 상업적 의도로 학부모가 검증하기 어려운 교육 이론을 유포하여 불안감을 조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부모로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교재 교구 업체의 그럴듯한 홍보도, 어떤 교육이론도 아니라, 그저 영유아 시기에 중요한 것은 부모의 스킨십과 충분한 수면(이기숙, 2015)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영유아 사교육 업체의 압도적인 불안 마케팅에 휩쓸리지 않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영유아 사교육 업체의 잘못된 교육 이론 적용에 대해 감시하고 제어하는 사회적 기구가 절실하다.
<참고 자료>김임순, 김성훈(2015),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이 교육에 주는 함의> 인문학연구 제49집, 395-422김양현(2000), <다중지능이론과 교육적 시사> 한국초등교육 Vol.11 No.1, 263-280하워드 가드너(2007), <다중지능> 서울: 웅진지식하우스이기숙(2015), <적기교육> 서울: 글담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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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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