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바 지도예루살렘과 요단강
위 그림은 예루살렘과 주변 일대의 세부도입니다. 동화 같은 배가 사해에 떠 있습니다. 사해는 예로부터 스파가 유명하여 헤롯왕이 즐겨 찾은 곳이라고도 합니다. 사해의 왼쪽 요단강이 시작되는 입구에 큰 물고기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 부근이 예수가 세례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은 곳. 물고기 아래 쪽에 그려져 있는 작은 교회는 세례 요한 교회.
"낚싯배, 다리, 사자, 사슴, 물고기, 건축물, 성서에 나오는 도로 등으로 지도가 가득차 있다. 도로들은 로마의 기독교 학자 유세비우스(Eusebius)의 성서 지명책자 Onomasticon(서기 329)에서 따 온 것이 많다. 이러한 사실은 이 지도가 성지 순례자들의 길잡이로서 만들어졌음을 시사한다." (Jerry Brotton <Smithonian GREAT MAPS> 32쪽)이 지도가 그려지던 시기는 아직 이슬람이 역사의 지평 위에 출현하지 않았을 때입니다.그러나 다음 세기(7세기)에 이르러서는 이슬람이 출현하게 되고 그에 따라 세계사의 지형이 충격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예루살렘과 그 일대가 일찍이 7세기에는 이슬람의 수중에 들어 갑니다. 이슬람의 전설에 의하면 마호메드가 예루살렘에서 승천했다고 합니다. 그런 연고로 이슬람교에서는 예루살렘을 메카, 메디나와 함께 자신들의 성지로 여긴다는 것이지요. 예루살렘을 서로 장악하려는 유혈 낭자한 쟁투가 11세기 초부터 13세기 말까지 무려 300년 동안 기독교과 이슬람교 사이에 벌어졌음을 역사가 말해 줍니다. 십자군 전쟁이라 불리는 그 기간 중에 세계 지도의 걸작이 이슬람 사람의 손에 의해 그려집니다. 모로코 세우타 출신의 al Idrisi가 제작한 지도(1154)가 그것입니다.
참고로 중세 이슬람 지도를 볼 때에는 북쪽에서 남쪽을 바라본다는 상상을 하면서 봅니다. 이를테면 해남의 땅끝에 서서 고개를 들어 저 앞쪽의 제주도를 바라본다고 상상해 보는 거지요. 그러면 남쪽이 저 멀리 위쪽에 보이고 나의 발치, 즉 북쪽은 아래 쪽에 위치해 있을 게 아니겠어요.
아래에서 보게 될 이드리시 지도와 강리도는 훗날 원본을 재현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지도들을 통해 각각 1154년의 이드리시 지도와 1402년의 강리도를 보고 있는 것이지요.
다음 지도는 우리가 보기 편한 방향으로 돌려 놓은 이드리시 지도의 부분도입니다. 좌 상단에 알렉산드리아 등대가 지중해 쪽으로 돌출해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오른쪽 아래 바다는 홍해인데 그 위에 예루살렘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