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정부서울청사 통합브리핑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하지만 이러한 정부 쪽 입장은 지난 20일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금융행정혁신위원회(아래 혁신위) 발표와 다소 거리가 먼 것이다. 윤석헌 혁신위원장은 "사기성 관련 (키코 문제에 대한 처리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감독당국이 소홀했던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또 혁신위는 키코 문제가 대법원 판결을 받은 사안이긴 하지만 형사소송으로는 희망이 남아있다고 언급하며 금융당국에 재조사를 권고했다. 이런 권고안을 금융위가 끝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태도에 크게 실망한 키코 피해기업들은 이날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금융소비자연맹 등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키코(knock-in, knock-out: KIKO)는 원-달러 환율(아래 환율) 변동폭이 클 때 환율이 일정 구간 안에서 움직이면 미리 정한 환율로 달러를 팔 수 있는 금융 상품을 말한다.
지난 2007년 말 은행들은 키코를 '환 헤지(위험회피)'가 가능하고, 수수료가 0원인 상품으로 소개하며 수출 기업들에게 판매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환율이 900원대에서 1500원까지 폭등하자 계약한 돈의 2~5배를 물어주게 된 수많은 기업들이 손실을 입고 파산했다.
"문 정부 들어 기대했는데 금융위가 휴지조각 만들어... 전면 재조사해야"이날 기자회견에서 조붕구 키코공동대책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키코 사건을 다뤄 기대감이 있었는데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하루아침에 완전히, 혁신위 권고안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면서 "무엇을 혁신하자고 하는 것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조 위원장은 "키코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전면적으로 재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키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적폐청산의 시작"이라며 "(형사소송으로) 대법원에서 제대로 된 판결이 나올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키코 피해기업들과 시민단체들은 금융감독당국이 키코 사태에 대해 사죄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철저한 진상규명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어려움에 처한 피해 기업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금융상품에 대한 판매중지 명령권 제도'를 즉각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날 금융위 기자간담회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문제 등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최종구 위원장은 "금융실명제법 이전에 만들어진 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건 앞으로 입법적으로 (국회에서) 논의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앞서 혁신위는 이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 방안(입법 등)을 적극 검토하라고 권고했는데, 금융위는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지면 조치하겠다고 답변한 것이다.
또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해 은산 분리 제도를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 최 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주고 있는 긍정적인 영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예외를 인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설령 그것이 안되더라도 현 상태에서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해 정책적인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은산 분리는 대기업이 은행을 사금고화하는 것을 막는 제도인데, 앞서 혁신위는 은산 분리 완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예외를 인정해 달라면서도 국회의 판단에 따르겠다며 한 발 물러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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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사태 캐면 MB 비리 드러나... 문재인 정부 용기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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