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방지용 안전벨트 착용 여부에만 초점을 맞춘 TV조선 보도(12/18)
민주언론시민연합
TV조선은 이 뒤에 익명의 경찰 관계자의 "벨트 한 사람들은 다 안에서 안 떨어졌고 (사망자는) 여기서 벨트 했는지 안 했는지 조사해봐야…"라는 발언을 소개하기도 하는데요. 이 발언만 봐도 사망한 작업자가 벨트를 했는지 여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TV조선은 유독 살아남은 사람들이 모두 안전장치를 잘 착용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실상 사망한 작업자는 안전띠 착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변을 당했다는 뉘앙스의 설명을 반복한 셈입니다.
같은 날 SBS <또 타워크레인 사고…1명 사망>(12/18 https://goo.gl/p5krQs) 역시 설비 결함 가능성에 대한 언급 없이 "숨진 근로자는 다른 사람과 달리 안전고리를 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라는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조선일보는 다음날 <8일전 "안전" 판정받은 타워크레인이 부러졌다>(12/19 https://goo.gl/DAanrL)에서 "정씨와 함께 작업을 하고 있던 이 모 씨 등 3명, 조종석에 있던 운전기사 신 모 씨는 다리 등에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이 씨 등 3명은 안전 고리를 착용해 추락을 면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정 씨의 안전 고리 착용 여부는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나마 조선일보는 형식적인 안전 검사 문제 등을 함께 언급한 겁니다.
반면, MBN <또 타워크레인 사고>(12/18 https://goo.gl/fShpEM)는 "작업자들은 모두 안전고리를 매고 있었지만 사고 충격으로 작업자 1명은 안전고리가 끊어져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라며 경찰 관계자의 "(작업자들이 크레인 기둥) 옆에 발판에 있었어요, 케이지 발판이라고 양쪽에있었어요. 안전벨트는 다 착용한 것 같고, 벨트가 끊어진 걸 보면 충격으로…"라는 발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떤 언론의 취재 결과가 사실에 부합할지는 결국 최종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처럼 작업자의 안전 수칙 미이행만을 부각할 경우, 구조적 결함은 감춰지고 '개인이 잘못해 사망에 이르렀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실제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기사 사망사고 직후 조선일보는 '사고가 수리기사의 휴대폰 사용 때문이었다'라는 보도를 내놓았으나, 이후 경찰 조사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크레인 상부가 주저앉고 그 충격에 기둥에 매달려 있던 철제 구조물이 추락하면서 발생한 인명 사고에서, 다른 원인에 대한 추정은 일체 내놓지 않고, 구조적 문제에 대한 언급도 없이 내내 '안전띠 타령'을 하는 것 자체가 적절한지 의문입니다.
'민노총 갑질' 사고 원인으로 지목한 조선일보한편, 조선일보는 민주노총 소속 크레인 기사를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타워크레인 1.7%만 불합격…못 믿을 '안전체크 시스템'>(12/20 https://goo.gl/qvzD1L)은 '믿을 수 없는 타워크레인 안전검사', '설치·해체업자 부족과 부실한 자격 요건', '연식도 제대로 모르는 장비' 등과 함께 '크레인 현장에서도 막강한 민주노총'을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는데요.
기자는 "업계에서는 크레인 공사 현장에서 벌어지는 '민노총의 갑질'도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 분과는 타워크레인 근로자 85%가 소속된 최대 노조다. 평택 타워크레인 사고는 민노총 소속인 운전기사가 임시로 교체된 가운데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타워크레인을 높이는 작업을 앞두고 운전기사가 '위험하고 까다롭다'며 작업을 거부하자 크레인 임대업체에서 부랴부랴 다른 기사를 데려온 것이다"라고 설명합니다. 이어 한국노총 전국타워크레인 건설·해체노동조합 관계자의 "민노총이라는 막강한 조직을 등에 업고 설치·해체 등 위험한 작업의 운전을 거부했다" "새로 온 기사가 익숙하지 않은 기계로 위험한 작업을 하니 사고 위험이 커진 것"이라는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때문에 이 기사만 보면 아무런 이유 없이 '민주노총 소속 운전기사가 억지를 부려 사고를 유발한 것' 같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