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군 적성면 하1리 마을회관12월 23일 하1리에서 대동회가 열리고 있다
유문철
시골마을에선 농한기에 접어들면 대동회 또는 마을갈이를 한다. 마을 공동체 정신이 예전보단 많이 쇠락했지만 도시보다는 이웃사촌 정서와 유대가 여전히 강하다. 주민 대다수가 마을에서 나고 자랐거나 시집장가를 와서 아이 낳고 농사지으며 이웃과 더불어 살아왔기 때문이다.
면사무소가 있는 있는 충북 단양군 적성면 하1리를 우리는 적성면 본동이라 부른다. 적성면의 중심 마을이란 뜻이다. 사람이 많이 살던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면사무소와 학교, 소방서, 파출소, 보건소, 농협지소 같은 공공기관들이 모여 있었다. 식당과 각종 상점들이 즐비했고 적성초등학교엔 학생이 8백여 명에 이르렀다. 벼, 고추, 마늘을 비롯한 마을 농산물 수매가 있는 날이면 농협 마당이 들썩거렸고 식당과 술집마다 흥청거렸다.
1970년대부터 농사 지어 먹고 살기 힘들어 도시로 도시로 주민들이 떠나더니 1985년 충주댐 완공으로 인해 강 건너 옛단양읍이 수몰되어 버리자 강윗마을인 적성면도 몰락했다. 마을 주민이 썰물처럼 읍내와 도시로 떠나가자 인구가 급감하고 학생이 줄자 1999년 마을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 적성초등학교가 폐교되었다. 학교가 폐교되자 마을은 더욱 더 졸아들었다. 파출소가 문을 닫더니 소방서도 없어졌다. 보건소는 근근히 유지되고 있고 농협지소도 적자가 많다며 문닫으라는 압력이 거세다.
현재 하1리 마을 주민은 40여 명이다. 대동회에 30여 분이 모였다. 이장님이 지난 1년 마을 기금 입출내역과 마을 행사 보고를 했다. 올해 세번째 임기를 시작한 7년차 최종욱 이장님은 할아버지들의 반대를 뚫고 할머님들이 압도적 지지로 삼선에 성공했다. 우리 마을은 할머님들이 수적으로도 권위로도 다수파다.
대동회에서 가장 중요한 순서는 점심 식사다. 2017년 대동회 점심 메뉴는 소고기다. 가난한 시골 사람들이 대동회 날 만큼은 돈 걱정 없이 마을 기금으로 풍성한 잔치를 한다. 칠팔순 부녀회원들이 차린 점심밥상에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으며 올 한해를 되돌아보고 내년 대동회에도 오늘처럼 함께 모여 밥 먹기를 기원한다. 대다수 주민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고령이기에 내년에도 밥 같이 먹자는 건 이별 인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