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여동재개발지구눈부신 겨울햇살이 오히려 야속하게 느껴지는 추운 겨울이다.
김민수
따스한 햇살이 그토록 그리웠는데, 따스한 햇살이 궁상맞은 듯한 날, 사람 떠난 그곳, 따스한 햇살이 무슨 소용인가 싶다.
지난 가을 이후, 내가 사는 집은 안타깝게도 30분 이상 햇살을 받아보질 못했다. 곰팡이가 피어나는 벽을 보면서 빛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느꼈다. 물론, 찬 바람 스미는 허술한 집은 아니다. 재개발지구에 위치한 번듯한 집보다는 훨씬 좋은 집이므로. 그래도 베란다에 햇살 가득한 집을 보면 늘 부러웠다. 저렇게 햇살 잘 드는 베란다가 있다면, 화초도 멋드러지게 키울 터인데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러니 다닥다닥 붙은 지붕들 사이 골목길, 바람 숭숭 들어오면 모래 벽돌로 허술하게 지어진 집에 살던 이들은 또 얼마나 튼실한 집을 갖고 싶었을까? 그러나 너무 지체되었다. 그래도 지나간 일이니 어쩌겠는가?
거여동재개발지구를 십여년 바라보면서 든 생각은 재개발이라는 것이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어떻게 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결국, 어쩔수 없이 자본의 이익을 채워주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사람은 어디로 가고, 자본이 주인된 방식으로.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공유하기
사람 떠난 그곳, 따스한 햇살이 무슨 소용인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