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어류 해설, 이 책엔 이런 상세한 그림과 설명으로 정리되어 있다
지앤유
봄=도다리, 가을=전어? 진짜 도다리 제철은 가을이라는데사람들의 상식을 흔들어 놓는 물고기 이야기들도 여러 번 등장하는데, 그중 대표적으로 소개할 만한 것은 도다리편입니다. 우선 우해이어보에서는 도다리를 '도달어'라고 하였는데, 가자미 종류의 하나라고 하였답니다.
물고기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들도 고등어, 갈치, 꽁치처럼 도다리나 광어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사는 고장 사람들은 흔히 횟감으로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고 이야기 합니다. 도다리 회는 봄에 맛이 제일 낫고, 전어회는 가을이 최고라는 말이지요.
하지만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신우해이어보>를 쓴 최헌섭, 박태성에 따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도다리에 대한 상식은 여러 측면에서 오류 투성이입니다.
"지난해 가을 끝자락에 고현 앞바다에서 꼬시락과 함께 낚은 녀석도 여러 자료를 비교해 봤더니 도다리가 아니라 문치가자미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이 녀석을 도다리라 부르고 횟집에서도 그렇게 팔고 있다. 봄에 한창 제철을 맞아 도다리쑥국에 들어가는 녀석이 바로 이 녀석이라니 도다리 행세하는 문치가자미가 도다리 철을 봄으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본문 중에서)"도다리 행세를 하는 대표 어종이 가두리에서 키운 강도다리다. 봄철 횟집에서 도다리 횟감으로 내놓는 게 대부분 이 녀석인데, 도다리와 비슷하게 마름모꼴에 가깝게 생긴 몸통에 지느러미에 검은 띠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요약하자면 우리 고장 사람들이 도다리라고 알고 먹는 봄 도다리 회는 가두리에서 키운 '강도다리'이고, 도다리 쑥국에 들어가는 생선은 '문치가자미'라는 것인데, 쉽사리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담정 김려는 <우해이어보>에서 도다리를 가을 생선이라고 하였다는 것입니다.
"맛은 감미롭고 구워서 먹으면 더욱 맛있다. 이 물고기는 가을이 지나면서 비로소 살이 찌고 커진다. 큰 것은 3~4척이나 된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가을도다리 혹은 서리도다리라고 한다."(본문 중에서)200년 전만 해도 도다리는 봄에 즐겨 먹는 생선이 아니었으며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늦가을에 즐겨 먹었는데, 그 까닭은 그 때가 되어야 살이 찌고 커졌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아무튼 흔히 도다리라고 알고 먹고 있는 생선은 문치가자미와 강도다리라니 허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고기에 대한 알쓸신잡... 우해이어보를 읽어보시라그렇다면 진짜 도다리는 없는 걸까요? 없지는 않지만 귀하다고 합니다.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생명자원정보센터에서 낸 자료를 보면 도다리는 문치가자미와 함께 가자미과에 속하는데, 가을에 산란을 하고 1년에 10cm, 2년이 되면 17cm, 3년이면 21cm로 성장하며 성어의 크기는 30cm 정도라고 합니다.
아무튼 바다에서 직접 잡지 않으면 횟집이나 도다리 쑥국 전문점에서 진짜 도다리 회나 진짜 도다리 쑥국을 맛보는 건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며 유난히 눈에 뜨인 물고기들에 대한 소개는 여기까지입니다. 더 많은 물고기들에 대한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신우해이어보>의 원전이라 할 수 있는 <우해이어보>에 나오는 '우해'는 당시 지명으로 '진해'였고, 지금의 행정구역으로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일대입니다. 제가 사는 마산 사람들의 200년 전 삶의 모습을 담고 있는 책인 것이지요. 바로 그 책을 읽고 말하자면 해설판으로 낸 책이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신우해이어보>입니다.
두 저자가 창원 혹은 창원에서 가까운 창녕에서 나고 자라서, 창원에서 공부를 하고 창원에서 창원 지역을 연구하는 학자들이라 더 반갑고 고맙습니다. 옛 사람이 남긴 내 고장 바다와 물고기 이야기를 오늘날 독자들을 위하여 더 쉽고 더 흥미롭게 그리고 더 과학적인 자료를 찾아 비교하면서 바로잡고 풍성하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라는 TV프로그램이 인기지요? 그 프로그램 패널인 황교익 선생의 고향이 바로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신우해이어보>의 배경이된 '우해' 인근이라고 하더군요. 알쓸신잡 같은 지식이 필요하신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물고기에 대하여 아는 체 좀 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권해드립니다.
최초의 물고기 이야기 - 신우해이어보
최헌섭.박태성 지음,
지앤유,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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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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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도다리 가을 전어? 진짜 도다리 철은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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