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박근혜, 안가에서 CJ 영화 좌편향이라고 지적"

[박근혜 105차 공판] 조원동 전 경제수석 "대통령이 이미경 CJ 부회장 퇴진 지시해"

등록 2018.01.08 17:27수정 2018.01.0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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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삼성 등 대기업에서 총 592억 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25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후 구치소로 가는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삼성 등 대기업에서 총 592억 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25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후 구치소로 가는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하반기에 청와대 안가에서 이뤄진 대기업 총수 면담 때 "CJ 영화와 방송이 좌편향"이라며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질책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또한 박 전 대통령이 이미경 CJ 부회장 사퇴를 지시했다며 CJ그룹을 압박한 혐의를 인정했다.

8일 손 회장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가 진행한 박 전 대통령 형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손 회장은 지난 2014년 11월 28일, 박 전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 박 전 대통령이 당시 CJ에 질책을 가했고, 창조경제혁신센터에 기업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 공개된 손 회장의 검찰 조사 진술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당시 면담에서 "CJ그룹에서 하는 영화 및 방송 사업이 정치적으로 조금 편향돼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손 회장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는 건 전혀 아니다. 다만 제작하는 사람 중 편향된 성향이 있어 제가 이번에 모두 정리했다"라며 "앞으로는 방향이 바뀔 것이다. <명량> 등 국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화도 제작하고 있다. 심려 끼쳐 드려서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 전 대통령은 "사업을 중점적으로 잘 진행해달라. CJ에서 영화를 잘 만드는 소양도 있으니 방향을 바꿔 잘 해준다면 나라에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미경 부회장, 그냥 푹 쉬라고 한다"

a 박 대통령과 손경식 CJ그룹회장 대화  박근혜 대통령과 손경식 CJ그룹회장이 지난 2016년 5월 20일 고양시에서 열린 K-컬쳐밸리 기공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손경식 CJ그룹회장 대화 박근혜 대통령과 손경식 CJ그룹회장이 지난 2016년 5월 20일 고양시에서 열린 K-컬쳐밸리 기공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앞서 2013년 7월께, 박 전 대통령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사퇴를 압박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7월 4일, 조 전 수석에게 "CJ그룹이 걱정된다. 손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서 물러나고, 이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면 좋겠다"고 지시했다. 당시 CJ는 문재인 대통령이 관람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고 보도된 영화 <광해>, 노 전 대통령의 생애를 모티브로 한 <변호인> 등을 제작했다.


다음날인 5일, 조 전 수석은 손 회장을 만나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전달했고, 손 회장은 이를 이 부회장에게 전달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너무나 당황스러워했고, 결국 손 회장은 이 부회장을 납득시키려고 그해 7월 29일 휴가 중인 조 전 수석과 통화하며 이를 녹음했다. 이 부회장의 사퇴가 VIP(박 전 대통령)의 뜻인지 거듭 묻는 손 회장에게 조 전 수석은 여러 차례 인정하며 이 부회장 퇴진을 거듭 강요했다.

손경식 회장: VIP 뜻은 확실하신 건가
조원동 전 경제수석: 아휴 확실하다.
손 회장: 직접 들으신 건 아니고?
조 전 경제수석: 제가 직접 들었다. 너무 늦으면 진짜 난리가 난다. 지금도 늦었을지 모른다.
손 회장: 청와대 내부 컨센서스(동의)....
조 전 경제수석: (말을 끊으며) 컨센서스가 무슨 컨센서스인가. 그냥 푹 쉬라고 한다. 저한테 그 이상 뭐가 더 필요하신가. 저는 확실하게 전달해 드렸다.
손 회장: 괜히 쉬시는데 미안하다.


이 부회장은 이후 바로 사퇴하지 않고, 영화 <명량>,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등 박근혜 정부에 맞는 영화 배급에 집중했다. 손 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의) 어색한 관계를 잘 갖고 가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국 이 부회장은 2014년 9월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 부회장은 진술서를 통해 "당시 이재현 회장이 구속되고 CJ그룹이 전방위로 수사를 받는 등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였다"며 "제가 사퇴하지 않는다면 CJ에 더 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섰다"고 밝혔다.

검찰이 이를 근거로 이 부회장 미국 출국이 청와대 압박 때문이라고 지적하자, 손 회장은 "(이 부회장의) 유전병이 악화됐고, 회사 내 여러 사람과 문제가 있어 미국으로 가게 된 것"이라고 부인했다.
#박근혜 #손경식 #이미경 #변호인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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