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트레이닝센터에서 운영하는 지원주택 외관.
문세경
마천동의 지원주택은 우리 사회의 많은 서민들이 살고 있는 5층짜리 다세대 건물이다. 이곳은 1가구당 300만 원의 보증금이 있고, 총 19개 호가 있다. 각 가구의 보증금을 합한 5,700만 원은 이랜드복지재단이 지원해주었으며 인건비와 운영비는 서울시가 지원한다. 매월 임대료를 내고 각종 공과금을 책임지며 살고 있는 김봉기씨도 이제 어엿한 입주민이다. 이렇게 살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충청도 보은이 고향인 김봉기씨는 해군 부사관으로 입대해 직업군인으로 평생을 살려고 했다. 배를 타고 한 달씩 훈련을 나가면 술을 마시는 날이 많았다. 결국 술 때문에 문제가 생겨 퇴역했다. 퇴역 후, 고향인 보은에서 관광호텔의 인솔자로 6년을 일했다. 하지만 술을 끊을 수는 없었다. 술을 끊지 못하자 최악의 상황에 내몰려 결국 노숙생활까지 했다. 설마 했는데 그 생활이 7년이나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제가 (술 마시다가) 장이 파열돼 병원에 입원도 했었습니다. 그래도 계속 먹었어요. 담배나 마찬가지로 습관이 돼가지고. 의지할 데가 없고, 외로우니까요. 서울역에서 노숙할 때 다시서기센터의 사회복지사 분들이 와서 상담을 해주셨어요. 저 혼자면 길게 상담을 해주셨을 텐데, 저랑 비슷한 사람들이 많잖아요. 일일이 다 상대를 못 해줘요. 상담 선생님께 제 사정을 얘기할 때는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좋죠. 상담이 끝나고 나면 다시 혼자가 되고, 외롭고, 술 마시고..."
정기적인 수입 없이 술 마시는 일상이 거듭되자 김봉기씨의 알코올중독은 더 심해졌다. 신용불량 상태라 현금 급여로 받는 일용직밖에 할 수 없었고, 그 일은 술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함께 술 먹으며 외로움을 달래는 동료들 역시 서울역에서 노숙하는 사람들뿐이었다.
거리상담을 나오는 노숙인 지원센터에서는 쉼터에 입소할 것을 권했지만 (쉼터에서는 술을 못 마시니까) 술을 끊을 자신이 없었다. 임시 주거 지원을 3개월 받아 고시원에서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술 때문에 또 쫓겨났다.
노숙인 지원센터에서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하며 지원주택 입주를 제안했다. 비록 알코올홀릭이지만 일용직 일을 하면서 탈노숙을 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여기 와서 한 달 정도는 매일 서울역으로 나갔다가 밤에 들어왔어요. 거리생활을 7년씩이나 했는데 하루아침에 온전한 생활을 하려니 금방 적응이 안 됐죠. 서울역에 왔다 갔다 하는 동안에도 이곳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이 많이 신경 써주고 도와주셨어요.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서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어요. 입주하고 3개월 정도는 사고도 많이 쳤죠. 제가 여기서 요주의 인물이었어요. 그때마다 선생님들이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주었어요. 2017년 4월에 여기 들어왔으니까 이제 8개월이 좀 넘었네요.고시원은 술 먹고 소란 피우면 바로 나가야 하지만, 여기는 선생님들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살펴주세요. 밥을 안 먹으면 밥도 해주시고, 아프면 죽도 끓여주시고, 옷 없다고 하면 옷도 사주시고. (냉장고를 열어 보이며) 여기 보세요. 냉장고에 먹을 것 많지요? 냉장고가 비워진 적이 없어요. 후원받은 물품도 있지만 선생님들이 개인 사비로 사다 놓은 거예요. 술이랑 담배 빼고 다 지원해준다고 봐야죠. 정말 고마운 분들이에요. 여기 아니면 제가 어디 가서 사람대접받으며 살겠어요? 저도 여기 와서 사람대접받고 살듯이 지원주택이 더 많이 만들어져서 주거가 불안정한 분들이 이 혜택을 골고루 받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