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타자기'와 '얼음 궁전'으로 본 미국 남북의 문화차이

17일 남북 실무 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며

등록 2018.01.16 09:47수정 2018.01.1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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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이 17일로 다가왔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실로 오랜만에 남한과 북한이 마주 앉는 소중한 기회다. 분단된 지 어언 65년 째이니, 남북의 언어, 사회, 문화 모든 것이 서로 크게 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역사를 공유하는 한민족이므로 남북의 대화는 참으로 의미 있는 것이다.

이렇듯 남과 북의 차이를 생각하노라니, 미국 소설 속에서 읽었던 남북의 문화 차이에 대한 표현들이 떠올랐다. 우리는 강대국에 의해 억지로 분단되고, 미국은 자발적으로 남과 북으로 따로 연맹을 맺어 나뉘었을 뿐, 남과 북의 생각이 다르고 융화되기 어려운 것은 우리의 처지와 비슷한 면이 있다.

"... 그때까지 나는 메이슨 - 딕슨 라인(주: 노예 해방 전 남부와 북부의 경계선) 남쪽으로는 한번도 내려가본 적이 없었고, 잠시 걷다 보면 파리나 더블린에서 마주친 것보다 훨씬 낯설고 이해하기 힘든 장소에 이르곤 했다. 남부는 다른 나라였다. 내가 북부에서 익히 알았던 것과는 다른, 미국 안의 별세계였다..."(폴 오스터의 <빵 굽는 타자기> 7쪽)

남쪽으로 가지 말라고 한 사람도 없었는데도 늘 북부에만 머물렀다는 폴 오스터의 독백은 남부 작가인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작품과 함께 읽으면 더욱 흥미로워진다.

"남부에서는 약혼녀나 젊은 기혼녀도 사교계에 처음 발을 디딘 여인에게 베풀어지는 조금은 가식적인 농담이나 찬사를 똑같이 기대할 수 있었지만, 여기에서는 그런 것이 전부 금지된 것 같았다(피츠제럴드 단편선 2 - 세계문학 중 <얼음궁전> 76쪽)

'얼음궁전'은 샐리 캐롤 해퍼란 남부 여인이 북부 남자와 약혼해서 북부로 여행갔다가 뜨거운 남부와 얼음 같이 차갑게 여겨지는 북부 간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헤어지는 이야기이다.

그녀에게 북부는 그 자체가 거대한 얼음 궁전처럼 차갑고 무정한 세계이다. 샐리 캐롤이란 이름만 보더라도 남부식으로 두 개의 이름을 붙여 부르는 것인데 북부 사람들은 이런 이름을 촌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이런 북부식 문화(지나치게 격식을 차리는)에 크게 반감을 갖는다.


<얼음 궁전>에서 샐리 캐롤의 약혼자는 북부 문화에 대해 이렇게 변명한다.

"당신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있어. 당신 같은 남부 사람들은 가족이며 뭐 그런 걸 중시하지. 그게 옳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여긴 좀 다를 거야. 무슨 말이냐 하면, 당신은 여러 가지를 보게 될 거야. 처음에는 다소 천박하게 과시하는 것 같겠지만, 여기가 겨우 삼대(三代)의 도시라는 걸 잊지 마. 모두 아버지가 있고 절반은 할아버지가 있지. 하지만 그 위로는 없어."(<얼음궁전> 72쪽)

거기에 샐리 캐롤은 이렇게 쏘아 붙인다.

"아뇨. 북부 사람이야말로 비극적이죠. 그들은 눈물이라는 즐거운 사치를 누릴 줄도 모르니까요."(<얼음궁전> 80쪽)

19세기 중반 미국은 노예제에 반대하는 북부와 노예제에 찬성하는 남부가 충돌하면서 새로운 통합의 과정을 거쳤다. 미국에는 아직도 문화적 잔재가 남아 있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의 결과가 그 사실을 극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만일 남한과 북한이 통일이 된다면 두 한국의 문화 차이는 어떻게 통합되고 변해가게 될까? 우리가 통일된다고 해도 오랜 세월 떨어져 살면서 더 굳어지게 된 문화 차이는 여전히 우리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될 것이다.

나중에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시기에 글을 쓴 남한 작가와 북한 작가의 글을 비교해서 읽어볼 수 있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그날이 온다면, 남한 남자에게 약혼하러 온 북한 여자가 문화가 다른 남한을 가리켜 비극적이라고 평할 지도 모를 일이다.

남북실무회담 개최라는 뉴스에 미래에 올 통일과 그 시대에 쓰일 소설까지 생각해 보았다. 모쪼록 남북 실무 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바이다.
#남북실무회담 #문화차이 #폴오스터 #피츠제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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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작가, 임학박사, 연구직 공무원, 애기엄마. 쓴 책에 <착한 불륜, 해선 안 될 사랑은 없다>, <사랑, 마음을 내려 놓다>. 연구 분야는 그린 마케팅 및 합법목재 교역촉진제도 연구. 최근 관심 분야는 환경 정의와 생태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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