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동해를 가로지르는 첫 번째 길이 열린다

동해선 중부구간, 공사 70년만에 첫 구간 26일 개통

등록 2018.01.25 17:09수정 2018.01.2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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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 터지는 부분은 가차 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 기자 말

경북 동해안 철도시대 개막  (영덕=연합뉴스) 임상현 기자 = 경북 포항∼영덕 간 동해선 철도가 착공 9년 만에 완공돼 25일 영덕역에서 개통식을 했다. 2018.1.25
경북 동해안 철도시대 개막 (영덕=연합뉴스) 임상현 기자 = 경북 포항∼영덕 간 동해선 철도가 착공 9년 만에 완공돼 25일 영덕역에서 개통식을 했다. 2018.1.25 연합뉴스

동해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하고 일상화된 관광지이다. 속초부터 강릉, 동해, 삼척에 이르기까지 강원도 내를 한 줄로 잇는 관광권은 이미 대한민국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았고, 부산 해운대, 포항 등은 여름 피서지, 일출 명소의 대표자 격으로 유명하다. 이들 관광지가 '대히트'한 것에는 교통로의 발달이 있었다. 영동고속도로나 동해남부선 철도처럼 말이다.

하지만 동해를 철도와 고속도로망으로 지나지 못하는 미싱 링크가 있다. 영덕, 울진 등으로 대표되는 경북 북부권의 동해 인접지역에는 그간 고속도로와 철도가 없었다. 이로 인해 부산이나 포항에서 영덕, 울진으로 가거나, 강릉, 속초 등지로 향할 때는 고속도로와 철도가 있는 내륙으로 우회하거나 7번 국도만을 이용하여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로 인해 요금이 가장 비싼 시외버스 노선에 동해안을 관통하는 '부산 - 간성' 노선이 이름을 올릴 정도.

그러한 상황에서 동해선의 중부 구간 중 첫 구간인 포항역 - 영덕역 구간이 25일 개통식을 갖고 26일 첫 운행에 들어간다. 포항역을 출발해 월포역, 강구역, 장사역을 거쳐 영덕역으로 향하는 44.1km 구간이다. 부족했던 동해 종단 교통망을 하나로 잇는 첫 번째 구간이 개통한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의를 가진다.

일제강점기 때 공사... 개통은 21세기에

 개통 준비가 한창인 영덕역 역사와 승강장의 모습. 역과 승강장에는 최신의 시설이 적용되었다.
개통 준비가 한창인 영덕역 역사와 승강장의 모습. 역과 승강장에는 최신의 시설이 적용되었다.박장식

동해선 삼척-포항 구간은 70여 년의 세월을 건너 개통된 노선이다. 일제강점기인 1927년 조선총독부의 '조선철도12년계획'을 통해 부산과 원산, 나아가 함경도와 연해주를 잇는 노선 계획이 발표된 이후 1940년 4월 동해중부선이라는 이름으로 포항-삼척-강릉 간 공사가 시작되었지만 태평양 전쟁으로 인한 공출령 때문에 노반만 닦은 채 공사가 전면 중단되었다.

특히 분단과 6.25 전쟁으로 인해 활용도가 급격히 떨어진 동해 종단 교통망은 해방 이후부터 7번 국도 하나만으로 의지하게 되었고, 이미 열차가 다니고 있었던 고성 - 양양 간 동해북부선 역시 6.25 전쟁을 겪으며 북한 방향으로만 났던 선로가 끊겨 열차가 운행되지 못했고, 그대로 방치되다가 1963년 폐선되며 동해 종단축 교통망의 복구 및 확충은 요원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1999년 대한민국 정부에 의해 다시 동해중부선의 공사를 시작하게 되었고, 이미 7번 국도나 기타 시설로 사용되고 있는 일제강점기 노반의 흔적 대신 최신식 토공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노반과 선로를 깔아 드디어 첫 구간인 포항-영덕 구간이 26일부터 본격적으로 기적을 울린다. 강산이 일곱 번 바뀌는 동안 내내 터를 닦았던 길인 셈이다.

바다와 파도가 보이는 열차... 새로운 바다 열차 등극할까


동해선 포항 - 영덕 구간은 바로 위의 영동선 동해 - 강릉 구간처럼 바다를 그대로 끼고 달린다. 영동선 무궁화호가 묵호역에서 정동진역 사이의 바닷가가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뚫고 달리듯, 장사역 - 월포역을 전후한 구간은 열차 한쪽에서 내내 동해의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기차 여행을 할 수 있다. 34분간의 열차 운행 시간이 그대로 바다와 함께한다.

또한, 장사역에서는 500m, 도보로 7분 거리에 장사해수욕장의 백사장을 만날 수 있고, 월포역에서는 400m, 도보로 5분 거리에 월포 바닷가의 풍광에 빠져들 수 있다. 강구역에서는 1.2km 거리, 택시로 기본요금에 강구면 소재지, 강구 대게타운과 오포리 바닷가를 만날 수 있다. 열차가 지나가는 거의 모든 역이 바닷가를 그대로 구경할 수 있는 즐거운 열차인 셈이다.

 동해선 개통과 함께 많은 관광객들이 찾게 될 강구 대게거리.
동해선 개통과 함께 많은 관광객들이 찾게 될 강구 대게거리.박장식

2020년 영덕 - 삼척 간 122.2km 2단계 구간이 개통하면 부산에서 강릉까지 한 줄로 철길이 이어진다. 수 시간 동안 바다를 바라보며 여행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미 절찬리에 운행 중인 관광 열차인 '바다열차'도 포항에서 강릉까지 동해 해안선을 따라 한달음에 잇는 대한민국을 대표할 관광 노선, 관광 대표열차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영덕까지, 가능할까요

 바다를 끼고 달리는 관광선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영동선 정동진역 구간에 관광열차인 '바다열차'가 달리고 있다. (CC BY-SA 3.0)
바다를 끼고 달리는 관광선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영동선 정동진역 구간에 관광열차인 '바다열차'가 달리고 있다. (CC BY-SA 3.0)Wikimedia(Kabelleger)

동해선 중부구간의 개통이 기대되는 것은 동해의 끊긴 허리가 이어지며 영덕, 울진, 삼척 지역의 관광수요 등 지역 방문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교두보가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1차 개통 구간의 선로 역시 경주, 대구 방향에서 오는 대구선, 중앙선과 동해선을 따라 포항역에서 바로 직진하여 영덕역까지 그대로 이어질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26일 개통하는 동해선 포항-영덕 구간은 당일 구간처럼 별도의 열차가 2시간 간격으로, 하루 7회 운행된다. 대구, 경주, 부산, 순천 등 지역에서 한 번에 열차로 영덕으로 갈 수 없고, 환승을 통해 가야 한다. 포항역은 이미 여러 열차의 종착역 역할을 하고 있어 이들 무궁화호 열차의 시간표 조정을 통해 영덕까지로의 연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면 분명 아쉬운 점이다.

평창올림픽 대비로 인해 이들 부분에 손을 대는 대신 영덕-포항 간 셔틀열차 운행에 그치는 것이 아쉽지만, 평창 올림픽 수송 기간이 끝나면 이들 열차를 연장하거나 KTX 시간표에 맞춰 운행하는 등 시간표 개정을 거쳤으면 한다. 이를 통해 영남, 호남의 다양한 지역에서 한달음에 열차로 대게거리를, 월포 바닷가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새로운 선로, 동해 한달음에 이어주길

현재는 남쪽으로 이어진 선로가 없는 동해선 제진역 동해선이 한 줄로 죽 이어져 강릉에서 부산까지 한 달음에 갈 수 있게 되면 동해선 남북축이 이어져 있는 제진역과 강릉역 사이의 선로도 이어져, 열차로도 북한과 금강산을 찾아갈 수 있게 된다. (CC-BY-SA 3.0)
현재는 남쪽으로 이어진 선로가 없는 동해선 제진역동해선이 한 줄로 죽 이어져 강릉에서 부산까지 한 달음에 갈 수 있게 되면 동해선 남북축이 이어져 있는 제진역과 강릉역 사이의 선로도 이어져, 열차로도 북한과 금강산을 찾아갈 수 있게 된다. (CC-BY-SA 3.0) Wikimedia Commons (のりまき)

동해선 포항-영덕 구간은 개통 직후보다 개통 이후가 더욱 기대되는 선로이다. 2020년에는 삼척 원자력 발전소 건설 관련 문제로 늦추어진 영덕 - 삼척 간 122.2km 구간이 개통한다. 이 선로가 개통하면 경강선을 통해 삼척, 울진 등 동해의 청정한 바닷가를 서울에서 직접 찾을 수도 있고, 부산에서 강릉 가는 철길을 내내 동해와 함께 달릴 수도 있다.

북쪽으로는 강릉역에서 옛 동해북부선이 운행되었던 양양, 속초, 고성을 거쳐 '동쪽의 도라산역'인 제진역을 건너는 통일 열차로 동해의 해안선을 그대로 이어주는 새로운 길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하나로 묶일 동해선은 단순히 관광철도의 가치도 지니게 되지만, 부산에서 태백선 등의 산업선을 직접 연결하고 영남과 강원의 인프라를 하나로 묶는 새로운 역할도 수행할 것이다.  

2018년 1월 26일 개통하는 동해선 포항 - 영덕 구간이 개통으로 '끝'이 아닌, 개통으로 '시작'을 보여줬으면 한다. 짧게는 2020년 이후 동해선이 한 줄로 이어지는 때가 될 수도 있고, 멀게는 동해, 나아가 북한과 러시아까지 한 줄로 철도가 연결되는 때가 될 수도 있다. 새로 개통하는 동해선 중부구간이 무한한 가능성을 현실로 다가오게끔 해 주길 바란다.

#동해선 #철도 #철도 개통 #동해축 #대중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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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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