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3kg 스프링 걸고, 민속촌에 '전시된' 여인들

[골든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태국 북부 ⑤] 치앙라이 고산족 마을... 2018년 민속촌의 현실

등록 2018.02.03 12:02수정 2018.02.0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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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산족 마을 배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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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라이의 고산족(Hill Tribes, Highland Thais) 마을은 실제 그곳이 생활터전이 아니고, 5부족을 모여 살게 한 일종의 관광민속촌이다. 이들 다섯 부족은 아카족(Akha), 라후족(Lahu: 拉祜族), 야오족(Yao: 瑤族), 카요르족(Kayor), 카렌족(Karen)이다.

우리는 이들 부족 중 아카족, 라후족, 카렌족 마을을 둘러보기로 한다. 그것은 이들 부족의 인구가 가장 많고 또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와 풍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카렌족은 목에 긴 스프링을 차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실 인구와 마을수로 볼 때 태국의 5대 고산족은 카렌족, 먀오족(Miao: 苗族), 라후족, 아카족, 야오족이다. 부족연구소(Tribal Research Institute) 자료에 의하면 이들 고산족의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산족 자녀들이 교육과 경제생활을 위해 도시로 나가 그곳에 정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러한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고산족의 인구와 마을 수에 대한 통계자료가 최근 것은 없다. 그래서 2002년 통계를 인용할 수밖에 없다.

 태국의 고산족 마을과 인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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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족은 태국의 북서부 산악지대와 계곡에 살았다

 치앙라이 고산족 마을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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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고산족의 고향은 중국 운남성 남부와 마얀마다. 그들은 고산지대에서 농사를 짓고, 사냥을 하고 가축을 키우며 살았다. 그러나 1949년 중국에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주가 시작되었다. 1962년에는 미얀마에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고산족의 이주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1973~1974년 라오스 내전과 공산주의 정권의 등장으로 태국으로의 이주가 이어졌다. 태국 정부는 1959년 이들 고산족에 대한 정책을 담당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이들이 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교육과 문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치앙라이에 있는 다섯 부족촌도 이들 부족의 문화를 보존하면서 그들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이러한 시스템을 그들은 에코 투어리즘 센터라고 말하고 있다. 에코 투어리즘이란 말 그대로 환경과 문화가 잘 보존된 지역을 방문해 현지의 생태와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곳 민속촌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생태관광지는 아니다. 자연 그대로의 주거지와 삶의 방식만 가지고 생태관광지라고 말할 수는 없다.

 아카족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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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볼거리 위주의 관광지가 아니라, 체험 삶의 현장이 될 때 생태관광지가 될 수 있다. 즉 생태현장에서의 체험을 통해 그곳 주민과 관광객이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때 진정한 생태관광지가 되는 것이다. 1시간 20분 정도 마을을 돌아보면서 이들 부족에 대한 연민과 측은함을 감출 수 없었다. 관광객들에게 민속음악을 들려주고, 그들만의 삶의 방식과 문화를 보여주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것이 즐겁지 않다. 그것은 그들의 연주와 공연, 삶과 문화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들 부족을 원래의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라후족이 고구려인의 후예라고?

 아카족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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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족은 누각형태의 초가집을 짓고 산다. 바닥에서 1m 정도 공간을 띄우고, 그 위에 건물의 바닥을 설치한다. 땅으로부터 올라오는 습기를 차단하고, 벌레나 동물의 침입을 어느 정도 막아보자는 뜻으로 보인다. 이런 가옥 형태는 더위를 피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아카족의 의상은 손으로 짠 면직물을 이용한다. 실에다 채도가 높은 색을 염색해 옷을 만들어 입는다. 옷의 바탕색은 검은색과 남색(Indigo)이다. 옷의 소매나 앞단에 화려한 색을 넣어 장식했다.


아카족의 특색을 나타내주는 것은 여인들이 쓰는 모자다. 모자에 은색 구슬과 방울 모양의 털장식을 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자에 줄을 달아 목 아래로 늘어뜨렸다. 모자를 더 화려하게 하기 위해 금속 방울과 동전 모양의 금속판을 달기도 했다. 그들은 또한 종아리를 가리기 위해 양말 또는 각반 같은 것을 착용하는데, 이것 역시 화려한 실을 엮어 만들었다. 이러한 전통의상을 한 여인들이 북소리에 맞춰 굵은 대나무통을 두드리며 전통공연을 보여준다. 그 공연 역시 매너리즘에 빠진 모습이다.

 라후족 공연
라후족 공연이상기

라후족이 음악공연을 펼친 건물은 원추형으로 지붕을 만들고, 대나무를 엮은 다음 짚을 얹었다. 이 공연장은 대나무를 이용해 벽의 뼈대를 만들고, 대나무 껍질을 이용해 벽체를 만들었다. 이들이 공연에 사용한 악기는 꽹과리, 심벌즈, 장구, 피리 등이다. 라후족은 농사보다는 사냥과 채취를 주로 하며 사는 부족이었다. 그러므로 당국에서 권장하는 농업에의 적응이 늦어 상대적으로 가난하게 살았다고 한다. 현지 가이드가 이들이 고구려인의 후예라고 하는데 믿을 수 없다.     

목이 길어서 슬픈 카렌족 여인들

 카렌족(팔롱족) 여인
카렌족(팔롱족) 여인이상기

우리는 이제 태국의 최대 고산족인 카렌족을 찾아간다. 카렌족은 태국의 서쪽 미얀마의 동쪽 고산지대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미얀마에 700만 명 정도, 태국에 40여 만 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태국의 카렌족은 해발 800m 이하에서 화전민으로 살아가지만, 해발이 더 낮은 지역에서는 다락논을 일궈 농사에 종사하기도 한다. 바위, 나무, 산, 물 같은 대상에 정령(Nature spirits)이 있는 것으로 여겨 자연물을 경배한다.

카렌족하면 목에 긴 스프링을 두른 팔롱족(Palong)이 연상된다. 그것은 이들의 모습이 눈에 띄고 관광객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끌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국에 사는 팔롱족은 7개 마을에 2300명 정도 밖에는 되질 않는다. 그러므로 목이 긴 팔롱족이 관광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곳 민속촌에 있는 팔롱족도 민속품을 팔거나, 베짜기 같은 기능을 보여줘 그 대가로 받는 기부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러므로 교육, 의료 같은 기본적인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다.

 3㎏이나 되는 스프링
3㎏이나 되는 스프링이상기

그들이 목에 차는 스프링은 그 무게가 3㎏ 내외다. 대개 5세가 되면 차기 시작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무겁고 긴 것을 차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스프링의 길이가 크면 클수록 미인이라는 속설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일부 학자들은 고산족 여성들이 산속에 살면서 동물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데, 그 공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취약한 부분에 스프링을 차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래선지 발목 등에서도 스프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곳 민속촌에서 차는 스프링은 보여주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스프링을 찬 상태에서 베 짜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아이를 보거나, 기념품을 판다. 일부 인권단체에서는 그러한 행위를 비인간적으로 보고 있다. 성장부진과 육체적인 변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팔롱족에게서 즐거움보다는 슬픔을 느끼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건 에코 투어리즘도 아니고 다크 투어리즘도 아니다. 여행이 더 이상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안타까운 고산족
안타까운 고산족이상기

그들도 슬프고 관광객도 슬픈 이런 유형의 민속촌은 폐지되어야 한다. 그들을 원래의 고산으로 돌려보내면 좋겠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을 아예 마을과 도시로 보내, 보통의 태국 사람들과 똑같은 삶을 살도록 하면 좋겠다. 교육과 의료 그리고 일자리 등이 연결될 때 인간다운 삶이 가능해진다. 그들이 더 이상 동물원의 원숭이 같은 존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택관광으로 고산족 민속촌 답사를 신청했다가 괜히 아픈 마음만 안고 떠나게 되었다.  
#고산족 마을 #아카족 #라후족 #카렌족 #팔롱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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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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