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었다는 사실(팩트)을 보다 구체화시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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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앞에서 말한 육하원칙들을 넣어 쓰면 문장이 분명히 구체적으로 된다. 구체적으로 쓴다는 것은 두루뭉술한 표현보다는 실질적인 내용을 쓰는 것이다. '점심을' 먹었다 대신 '김치찌개'를, '회사 직원들'과 'OO식당'이라고 명시하는 것이다.
물론 이 문장에서도 "김치찌개가 맛있었는지"와 같은 궁금증이 더 생기게 마련이다. 그럼 글쓴이는 당연히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보다 구체적으로 쓰면 된다.
"이 식당 주인은 김치찌개에 절대로 라면 사리를 넣지 못하게 한다. 김치 고유의 맛을 해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그래서 식당에 아예 사리용 라면을 두지 않는다는 철학을 고집스레 지킨다."글을 구체적으로 쓴다는 것은 어찌 보면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작업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점심을 먹었다"는 표현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래서 글쓴이의 영혼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
그런데 "라면 사리를 못 넣는 김치찌개"라는 표현은 오직 글쓴이만이 할 수 있는 문장이다. 독자들은 이런 문장에 감동한다. 온갖 궁금증을 자아내는 문장에는 시큰둥할 수밖에 없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느냐며, 누군들 점심을 안 먹느냐, 뭘 먹었느냐, 그 맛이 어땠느냐가 궁금한데, 이 문장에서는 도무지 이런 걸 해결해주지 않는다고 푸념한다.
그렇다면 글쓴이는 늘 독자가 뭘 궁금해 하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나라면 이 두루뭉술한 문장에서 궁금해 할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것이 1차적인 방법일 것이다. 물론 이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쓴 글을 공개하기에 앞서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읽히고, 읽고 난 소감을 수렴해서 다시 수정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 좋다.
예전에 학자 출신으로 총리를 지냈던 분을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이 분은 칼럼을 쓰면 반드시 조교에게 읽히고, 그리고 집에 가져가 아내에게 읽히고 의견을 수렴하여 수정한 다음에야 신문사에 보낸다고 했다. 지금도 그가 말한 칼럼 쓰기 방식이 생생하게 기억에 떠오른다.
"사물이나 현상이 일정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는 사전적 풀이를 갖고 있는 '구체적'이란 말이 의미하는 바를 곱씹어보자. 그 의미에 충실할 때 당신의 문장은 독자의 공감을 산다는 사실. 따라서 문장력은 바로 '구체적인 표현력'에 달려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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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쓰는 사람은 '점심' 대신 '김치찌개'라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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