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대학생은 가상통화 신규거래 어렵다고?

농협을 통한 가상통화 거래 가능...일부은행의 통장 한도제한은 이미 시행중 규제

등록 2018.02.01 15:29수정 2018.02.0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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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 금융위원회는 가상화폐 거래소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중구 가상화폐 거래소 모습.
지난 23일 금융위원회는 가상화폐 거래소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중구 가상화폐 거래소 모습. 연합뉴스

"원래 작동했던 규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데, 이걸 두고 가상통화 투자를 막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죠."

전성인 홍익대 교수가 한 말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 규제로 가상통화의 신규 거래가 어렵다'는 일부 언론보도를 강하게 반박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2월 가상통화 거래와 관련해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를 지난달 30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었다. 가상통화 거래가 자금세탁 목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실명 확인을 한 사람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대로라면 가상통화 거래를 처음 하는 사람은 가상통화 취급업소(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시중은행의 통장을 이용해야 하며, 만약 통장이 없다면 새로 만들어야 한다. 

또 이전부터 가상통화 거래를 해오던 사람도 추가로 돈을 입금해 가상통화를 사고 싶다면 해당 은행 통장이 있어야만 한다. 예를 들어 가상통화 취급업소인 코인원에서 가상통화를 살 때 농협은행 계좌를 이용해야 하는 식이다. 이에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소득 증빙이 어려운 주부와 대학생 등은 한도계좌만 개설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가상통화 투자가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도계좌는 창구거래의 경우 1일 100만원, 자동화기기(ATM)와 전자금융은 30만원까지 인출•이체가 제한되는 통장이다. 

1일 30만원 한도계좌가 가상통화 걸림돌? "규제 풀면 대포통장 악용될 수도"

과연 그럴까. 시중 은행들은 한도계좌에 대해 이미 시행해오던 제도이고, 가상통화 투자를 막기 위한 별도의 규제가 아니라는 설명을 내놨다. 금융거래 한도계좌 제도는 지난 2016년에 도입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득 증빙이 어려운 사람은) 일반통장 개설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부분을 허용해 줄 경우 대포통장 매매에 악용될 가능성이 충분하고, 자금세탁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주부, 대학생 등 소득을 증명하기 어려운 사람은 가상통화 거래와 관계 없이 일반통장을 만들기 힘든데, 가상통화 거래를 위한 경우에만 예외사항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누구든지 가상통화 거래를 핑계로 통장을 만들어 이를 대포통장으로 사용하거나 매매할 가능성도 생겨 사실상 이전부터 유지해오던 규제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것. 또 은행 쪽에선 투자자가 가상통화를 사는 것에 대해 금융거래가 아닌 물건을 사는 것과 같은 것으로 보기 때문에 한도계좌와 관련한 별도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성인 교수도 "대학생 등에 대해 이전처럼 동일한 한도 규제를 하는 것은 차별적인 규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상통화 거래를 위해) 직장인이 계좌를 만들 때 재직증명서를 제출해도 한도를 줄이거나 개설해주지 않는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지만 (지금의 규제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가상통화 거래를 막기 위해 은행 거래를 이전보다 더 옥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대학생 등 특정인을 차별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가상통화 취급업소 코인원에선 농협은행 통장 활용해 신규거래 가능


현재 신한•기업•농협은행 등은 신규계좌 개설 때 통장을 만드는 사람의 실명을 확인할 뿐, 이 통장이 가상화폐 거래에 사용되는지 여부를 따로 묻진 않는다. 다시 말해, 새로 개설되는 통장이 가상통화 거래에 사용된다고 해서 특별히 거래 한도를 줄이거나, 더 풀어주진 않는다는 얘기다. 투자자는 이전과 같은 방법으로 은행에서 통장을 만들고, 가상통화 취급업소 쪽에서 은행에 투자자의 실명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하면 은행이 이를 처리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가상통화 실명확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가상통화 취급업소와 실명확인 관련 계약을 맺은 은행은 신한•기업•농협은행 등이다. 신한은행은 취급업소인 빗썸과 코빗, 기업은행은 업비트, 농협은행은 빗썸, 코인원과 각각 계약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가상통화 거래를 하지 않던 사람이 새로 거래를 하고 싶은 경우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코인원이다. 코인원과 계약한 농협은행의 통장이 있다면 이를 활용해 가상통화 거래를 하면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농협은행에서 새로 통장을 만들면 된다는 뜻이다. 

은행들 가상통화 취급업소 추가 계약은 '신중'

이는 은행에서 결정한 것은 아니며, 가상통화 취급업소들이 자체적으로 판단했다는 것이 농협은행 쪽 설명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빗썸은 기존 거래자를 우선으로 하겠다는 입장이고, 코인원의 경우 거래자 수가 많지 않아서 기존 거래자나 신규 거래자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신한은행과 실명확인 관련 계약을 한 빗썸과 코빗, 기업은행과 계약한 업비트 등은 현재 신규 투자자를 받진 않고 있고, 기존 거래 투자자들의 실명 확인만 하고 있다. 

또 현재까지 KB국민•KEB하나•광주은행 등의 경우 가상통화 취급업소와 실명확인 관련 계약을 하진 않았지만, 앞으로 이런 계약을 맺게 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해당 은행들이 가상통화 관련 실명확인 시스템을 구축해놓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계약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전에도 가상통화 관련 거래를 하지 않았는데 향후 계획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광주은행 관계자는 "현재 서비스 계획은 잡혀 있지 않고, 앞으로 정부 정책 등을 보고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통화 #가상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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