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 창당준비위원장인 국민의당 조배숙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 의원과 권노갑 정대철 고문 등 참석자들이 지난 1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창당발기인대회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내부를 들여다보자. 국민의당은 이용주 의원(전남 여수시갑)을 탈당으로 현재 38석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민주평화당 참여를 선언한 지역구 의원이 15석, 비례대표 의원이 3석이다.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당에서 출당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대로 당 소속으로 남을 수밖에 없지만(탈당의 경우에는 의원직을 상실한다), 이들이 합당을 반대하고 있으므로 합당 후의 미래당 당론에 따르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이용호 의원(전북 남원시임실군순창군)은 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는) 이 시점까지 미래당으로 합류가 어렵다는 입장까지는 정했다, 이 시점에 만일 미래당을 가지 않으면 민평당에 가는 것에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라고 밝혔다. 민주평화당 행을 시사하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므로 합당 후의 미래당은 29석 이하를 확보하게 된다.
구속된 자유한국당 의원들까지 고려할 경우 미래당이 국회 캐스팅보트 역할을 자임하지 못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되레 민주평화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안철수 대표가 소위 중재파 의원들을 적극적으로 껴안으려고 노력했던 이유, 비례대표 3인을 출당시키지 않겠다고 말한 이유 모두 합당이 실패로 돌아갈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안철수 대표가 합당을 하려는 이유 중의 하나는 국민의당 의원들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립각을 세우고 싶어도 의원들이 민주당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의원들이 호남 민심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에 대항하려는 안철수 대표의 생각과는 행동을 달리 했다.
안철수 대표의 경우 가능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정권을 흔들고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데,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호남의 색채를 빼고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가 의도하는 바는 지금의 국민의당 처럼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만 존재감이 빛난다. 그러므로 미래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합당은 그 자체로 실패한 것이다.
미래당은 지방선거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안철수-유승민 대표의 경우, 합당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선거에 나설 경우 그 존재감을 전혀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합당의 이유로 삼는다. 그러나 합당으로 탄생할 미래당의 경우에도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으라고 생각한다.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경우 대부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소속이고, 이들을 중심으로 지방선거의 대진이 결정될 예정이다. 또한 지역적으로도 유승민 대표가 대구나 경북에서 이렇다 할 영향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안철수 대표가 자신의 고향인 부산이나 국민의당 지역기반이었던 호남에서 어떠한 지배력도 갖지 못하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유력한 후보들이 미래당 후보로 출마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전히 진보와 보수를 대변하는 유력 정당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주도권 싸움을 하게 될 것이며, 호남의 경우에는 미래당보다는 새로이 창당되는 민주평화당이 오히려 존재감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미래당의 경우 어디에서도 안정적으로 당선을 보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미래당이 지방선거 후에도 그 존재감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자유한국당과 보수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보수의 지지기반 어디에서도 자유한국당에 뒤처진다면 지방선거 후에는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 속에 사라지게 될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보수의 심장인 영남지역에서는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과 경쟁구도를, 호남지역에서는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 대결구도를 이어감으로써 전국의 모든 선거구가 치열하게 경쟁하기를 바랐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보장되는 선거구가 더 이상은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으로 다시 예전의 양자대결로 고착화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서로 다른 길 가는 국민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