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논쟁'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떡볶이가 맛이 없다는 그의 ‘의견’은 개인의 취향 차원에서 충분히 내놓을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한겨레>는 그렇지 못했다.
한겨레 기사 갈무리
황씨의 발언이 담고 있는 문제들이 이렇다면, 그를 비판하는 쪽은 문제가 없었을까? 애초에 이 발언이 문제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떡볶이는 맛있는 음식이다'라는 논리로 반박을 해서는 안된다. 애초에 떡볶이가 맛이 없다는 황교익의 '의견'(이것이 '의견'이라는 '사실'이 중요함은 위에서 설명했다.)은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실과 의견을 넘나들며 조악한 논리구조로 그것들을 이어보려는 무리수를 비판해야 한다.
하지만 <한겨레>는 '바로 그 오류'를 저질렀다. <한겨레> 1월 24일 자 기사의 제목은 무려 '황교익과 '떡볶이 논쟁'... 정말 떡볶이는 맛이 없는가?'이다. 벌써 패한 것 같은 느낌이다. 이 논쟁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떡볶이가 맛이 없다는 그의 '의견'은 개인의 취향 차원에서 충분히 내놓을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떡볶이가 맛이 있는지 아닌지를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는 것은 사실 무의미하다.
그러다 보니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가 페이스북을 통해 이 기사를 쓰기 위해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고 밝혔는데, 황교익의 '떡볶이 사회적 세뇌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문 교수는 '떡볶이 열풍에 대해 부분적으로는 설명할 순 있으나 전체를 설명할 순 없다'라고 대답함과 동시에 'MB 때 정말 떡볶이 진흥의 노력이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그런데 기사에서는 문 교수의 인터뷰가 통째로 날아갔다는 것이다. (문 교수의 지적 이후 한겨레 기사는 몇 시간 후 수정되어 인터뷰 내용 중 일부를 인용한다)
제목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결국 수정 전의 기사는 오롯이 황교익을 공격하기 위해 쓰여졌고 그 과정에서 문 교수 같은 의견은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날아가 버렸다. 이 촌극을 어떻게 봐야 할지 난감하다. 황교익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불필요한 논리구조까지 동원했고, 그런 황교익을 비판하기 위해 언론은 비판지점이 아닌 부분을 강조해서 기사를 써버렸다. 이 흥미로운 논쟁이 소모적인 진흙탕 싸움이 되어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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