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치는 남북, 꼼짝않는 펜스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남북 단일팀 선수 입장에 박수를 치고 있다. 오른쪽은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 내외. 뒤는 손 흔드는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연합뉴스
평창 동계올림픽이 드디어 막이 올랐다. 9일 진행된 개막식은 화려하고 다채로운 모습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날 개막식은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한 선수단의 공동입장, 평화를 상징하는 인면조, 달항아리를 형상화한 성화대, 마지막 성화주자로 깜짝 등장한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에 이르기까지 풍성한 볼거리와 감동을 자아냈다는 평가다.
외신들의 호평도 잇따랐다. 외신들은 "극적인 올림픽이 시작됐다"(미국 CNN), "(김연아 선수의 성화 점화는) 매우 멋진 개막행사의 마무리였다"(영국 BBC), "예상 못했던 통합의 모습으로 남북한이 평화를 상징하는 불꽃 아래 나란히 앉아있다"(AP통신)는 등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외신들은 특히 남북한 동시입장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관련 소식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긴장감에 휩싸여있던 남북 관계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극적인 해빙무드를 맞게 되자 외신들의 기대와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했던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파격적 행동이 연일 화제가 됐다. 김일성의 직계가족인 이른바 '백두혈통'의 첫 방남으로 더욱 화제가 됐던 김여정 제1부부장은 2박 3일 동안 가급적 언론 노출을 피하면서도 카메라에 포착될 때는 미소를 짓는 등 시종일관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개회식에서 보여준 김여정의 파격 무엇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개회식에서 보여준 파격이었다. 북한 대표단을 이끌었던 실질적 실세였던 그는 태극기가 게양되며 애국가가 흘러나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갖췄다. 탈북자 출신 주성하 기자는 11일 페이스북에 "아마 북한 사람이 '적국'인 한국 국기 게양과 국가 제창에 일어선 것은 처음 아닐까 싶다"며 "그건 북에서 정치범으로 몰릴 일이다"라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주 기자는 이어 "지금까지 최고존엄이 어떻고, 공화국 존엄이 어떻고 하며 손톱만큼도 양보하지 않고 펄펄 뛰던 북한이 그런 것까지 감수했다니, 이건 북한이 엄청나게 유연해질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면서 "한국의 청와대 고위인사가 평양에 가서 북 인공기 게양과 국가가 울릴 때 기립했다면 어떤 비난 공세에 직면했을지 상상하면 의미가 와닿을 것"이라고 부연설명했다.
이날 김여정 제1부부장이 선보인 파격은 남북관계를 디딤돌 삼아 북미관계를 개선해보려는 북한의 전략적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의 절박한 대화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같은 속내를 감안한다 해도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위해 상당한 성의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8일과 11일 두 차례 열린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에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최대한 정치적 색채를 배제한 공연 내용으로 정치적 논란을 피해가려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같은 북한의 태도 변화는 보수야당의 행태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올림픽 개막 전부터 '평양올림픽' 프레임을 강조하며 '남남갈등'을 부추긴다고 비판을 받았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이후에도 정치공세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유치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할 시국에 사실 왜곡과 선동으로 국론 분열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첫 경기에서 불거진 '김일성 가면' 논란이 그 비근한 예일 것이다.
북한 응원단이 김일성 가면을 쓰고 하키팀을 응원했다고 <노컷뉴스>가 보도하자 보수야당은 문재인 정부와 북한의 사과를 요구하며 일제히 총공세에 나섰다. 한국당은 전희경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누가 봐도 김일성 얼굴인데 통일부 눈에만 달리 보이냐"며 "북한에 사과 요구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받으라. 못하겠다면 북한응원단을 당장 돌려보내라"고 맹비난했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권성주 바른정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가면 속을 알고 대화하나"라며 "가면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알면서도 전 세계인 앞에서 집단으로 들어 보였고, 순진하게 평화를 외치던 우리 자존심은 농락당했다"고 비판했고,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북한응원단의 김일성 가면 응원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국민과 언론이 보기에 김일성 가면으로 인식하면 김일성 가면이다"라는 황당한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을 논란으로 키운 '김일성 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