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끄람 씨는 지난 해엔 식용마를 보냈는데, 올핸 또 우엉을 보냈답니다.
신광태
"설날선물 받았어요. 20개월여 우리 농장에서 일하던 한 네팔 근로자가 우엉 한 상자를 보냈네요."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광덕4리 이종덕 이장님은 사과농사를 짓습니다(
산속에서 열린 사과 시식회). 일손이 부족해 오래전부터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했답니다.
"사장님, 돈을 더 준다는 곳이 있어 그곳으로 옮길까 합니다." 평소 성실하게 일하던 네팔 출신 비끄람씨. 바쁜 시기에 들은 청천벽력 같은 소리지만, '돈을 더 많이 주는 곳으로 가겠다'는데 막을 길이 없었답니다.
그렇게 2년 전 비끄람씨는 이장님을 떠났습니다. 다른 외국인 근로자들보다 소통도 잘하고, 열심히 일하던 사람이라 아쉬움이 더 컸다는 게 이장님 말입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인정이나 의리보다 돈을 먼저 생각해요. 본국에 있는 자녀들 교육이나 가족들 생계가 달린 문제라니 어쩌겠습니까! '한번만 봐 달라'란 호소도 하고 싶었지만, 내 욕심만 차리는 것 같아 입 밖에 내지도 못했어요." 급여를 올려주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으나 도저히 타산이 맞지 않을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보내야했답니다.
"사장님, 사모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From 비끄람."
한국말이 서툴러 표현을 하지 못했지만, 비끄람씨도 이장님에게 미안했던 모양입니다. 비끄람씨는 명절이 되면 잊지 않고 선물을 보냅니다. 직장을 옮겨야 했던 피치 못할 사정을 정성이 담긴 선물로 설명하는 것 같다는 게 이장님의 덧붙인 말입니다.
"지난해엔 식용마를 보내더니 올핸 우엉을 보냈네요. 제대로 해 준 것도 없는데... 이번 설 연휴 지나면 겨울사과 한 박스에 '미안해 하지 말라'는 손 편지를 써 보낼 생각이에요." 찡한 마음도 잠시, 이장님은 같이 생활하는 근로자들이 또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농장으로 간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한답니다.
"사과 단가를 올리고 이 사람들을 붙잡을까"란 생각도 해 봤지만, 그 또한 여의치 못합니다. 이 같은 상황이 지금 한국의 농촌 현실이라는데 어쩌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