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으로 인해 가족들이 서울의 작은 오피스텔에 다 같이 몰려 자게 되었다.
정주영
얼마전 포항 KTX에서 택시를 타면서 택시기사가 신경질적으로 내뱉은 말입니다.
"강남 한복판이 흔들렸으면 이렇게 무관심하진 않을텐데..."기사님은 택시에 탄 저를 서울 사람으로 생각하고 아쉬운 듯 이야기 하셨지만, 포항 사람들은 아직도 왜 지진이 일어났는지를 모릅니다. 포항 사람들은 '지열 발전소'가 문제라고 저마다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말입니다.
"포항에서 또 여진 발생, 규모 2.3"
제가 겪은 지진의 공포를 가볍게 한 줄 다루듯이 소개하듯, 지열 발전소 관련 몇 달 째 진상규명 촉구를 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만 애타게 들립니다.
택시 운전한지 20년이 되었다던 기사님은 자기가 운전대를 잡고 이렇게 무서웠던 적이 처음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운전하다 보면 갑자기 언제 흔들릴지 몰라 핸들을 꽉 잡게 되요. 미리 알기라도 하면 이렇게 두렵지 않을텐데..."
지진 경보가 7분 늦었던 그날의 기억이 기사에겐 가장 공포스러웠던 경험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눈에 들어온 포항의 새 아파트들 분양법 또한 눈에 띄었습니다.
"국가에서도 제대로 경보 못하는 데 어떻게 아파트가 경보해요?"한 아주머니가 장을 보다가 분양 상담원에게 틱틱 거리며 물어봅니다. 손님을 잡으려고 급하게 상담원이 설명해 보지만, 아주머니는 이내 카트를 끌고 가버립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언제 일어날지를 모르는 공포와 불신이 포항 주민들 사이에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괜찮겠지' 안심하면 새벽5시에 덮치니까요.
"아들아 이제 내려가야 되는구나" 명절이 끝나고, 어머니는 포항행 KTX에 몸을 실었습니다. 작은 방바닥 위에서 긴 명절의 5일을 보내셨지만, 아들의 침대를 양보하려 해도 "허리가 방바닥에 누워서 자는 게 더 좋다"며 방바닥을 고집하셨던 어머니를 보내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습니다.
그리고 '포항 지진'을 검색하니 어머니가 올라오시고 나서 여진도 뚝! 하고 사라진 모양새입니다. 이제 괜찮을까요? 작은 방바닥에 누워 주무셨으면서도 명절에 역귀성 한 어머니는 아들에게 짐 될까 미안한 표정입니다.
"아들아 이제 내려가야 되는구나""네.. 조심히 내려가세요"저는 또 쉽게 신문으로 기록된 "포항 또 여진"이란 기사를 보고 걱정하면 될까요? 조심히 내려가시라는 말에 정말 조심히 내려가시길 바라는 마음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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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명절에 역귀성한 어머니 "아들아 이제 내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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