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총기상점에 진열된 중고 소총.
Black N.
나는 아직도 그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미국으로 유학와서 월마트에 장보러 갔을 때다. 스포츠·아웃도어용품 코너를 기웃거리며 도시락 가방을 고르고 있는데, 계산대 뒤편으로 상상치 못한 물건이 진열되어 있었었다. 총이었다.
나는 당연히 물감탄환을 쏘는 서바이벌 게임용이라고 생각했다. 명색이 '스포츠용품' 코너 아닌가? 하지만 다가가 살펴보니 모두 실탄을 장전하는 살상용이었다.
내 놀란 눈이 가격표를 본 뒤 더 커졌다. 저가 권총과 소총이 10만 원대에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낚시 미끼를 파는 곳에서 총기도 구입할 수 있으며, 괜찮은 낚싯대를 살 돈이면 산탄총을 장만할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었다.
그 뒤로 수많은 총기 난사 사건을 신문과 텔레비전에서 봐야 했다. 논문을 내고 졸업할 때 쯤, 나는 총기사건에 거의 무감각한 지경이 되었다. 쇼핑몰, 식당, 대로, 광장, 대학교, 고등학교, 중학교, 심지어 초등학교에서도 총기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앨라배마대학 총기사건과 오하이오주립대 총기사건이 터질 때즘 나는 미국 대학에 교수로 부임했다. 그리고 가을학기가 시작되자 마자 텍사스주립대에서 총기사건이 벌어졌다. 학생 한 명이 무장한 채 도서관에 들어와 반자동소총을 난사한 뒤 자신의 머리를 쏘아 자살한 것이다.
다행히 다른 사람들은 목숨을 잃지 않았으나, 시민들의 충격은 매우 컸다. 이 아름다운 대학도시에서 벌어진 1966년의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텍사스 공대생이 학교 전망대에 올라가 11명을 조준사살한 것을 포함, 모두 17명을 살해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당시 사상 최악의 총기 사건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시민이 총으로 10여 명을 살해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4년 21명(산이드로 맥도날드 학살), 1991명 23명(루비식당), 2007년 32명(버지니아공대), 2016년 49명(올랜도 나이트클럽 ), 2017년 58명(라스베이거스) 등 난사사건의 사망자 수는 급속도로 늘었다.
2018년 2월 말까지 불과 두 달 동안 미국에서 총기 난사로 살해된 희생자는 플로리다 고교 학살을 포함해 모두 55명에 이른다. 총기폭력의 추이를 분석해 보면, 발생 빈도뿐 아니라 사건당 사망자 수도 급격히 증가한 것을 볼수 있다.
미국의 총기폭력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까닭이 무엇일까? 총기학살은 한국과 상관 없는 미국만의 문제일까? 불행히도 그렇지 못하다.
'북한 코앞에서' 안도감을 느낀 미국 방문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