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운 후 세상이 달라졌어요

[육아대디의 대한민국 들여다보기⑤] 엄마의 감수성과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등록 2018.03.02 10:44수정 2018.03.0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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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 아이의 눈을 바라볼 때마다, 저의 태도와 행동도 조금씩 바뀌어갑니다. ⓒ 나승완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는 모든 사고가 철저히 아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더군요. 그 전까지는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에 눈이 가기 시작했고, 제 태도와 행동도 그에 따라 조금씩 바뀌게 되었습니다.
 
한 어린이가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는 뉴스를 접한 후, 아파트에서 조심조심 운전을 하게 됐습니다. 이제는 아동보호구역을 지날 때마다 규정 속도를 지키고, 정차한 어린이집 버스를 보게 될 때도 속도를 줄이는 일이 익숙합니다. 내 아이가 소중한 만큼, 우리 사회의 다른 아이들도 소중하니까요.
 
"아이들의 건강권을 지켜주세요"
 
새 아파트에 이사 온 후 엘리베이터에 제가 직접 써 붙인 공고문 문구입니다. 가끔 이웃집에서 태운 담배 연기가 저희 집 환풍구를 타고 욕실로 올라오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대수롭지 않게 욕실 문을 닫고 환기를 시켰는데, 아이를 키우면서부터는 이게 꽤 신경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공고문을 붙여 아이의 건강을 지켜 달라 호소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돈을 들여 구입한 전동 댐퍼를 욕실에 설치한 후에야 이웃집에서 넘어오는 담배 연기를 겨우 막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비슷한 피해를 입고 있는 이웃집 엄마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됐고, 아파트의 간접 흡연을 막기 위한 공동주택관리법이나 조례, 제가 사는 아파트의 자체 규정에도 관심을 갖게 됐죠.
 
아이에게 이유식을 만들어주면서부터는 유기농 농산물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지금은 아질산나트륨 같은 불필요한 식품 첨가물은 피하고, 먹기리를 구입하기 전 GMO 식품은 아닌지, 살충제 성분이 깃든 계란은 아닌지, 과도하게 농약이 사용된 과일은 아닌지 구분하고 있습니다.
 
제 아이가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도록 노력도 하게 됐습니다. 아이가 층간 소음을 만들지 않도록 제지하고, 식당에서 아이가 떠들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했죠. 내 아이가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소중하게 대접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만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 또한 당연히 없어야 된다는 생각에서입니다.
 
부모들 중에는, 아이가 분명히 무엇인가를 잘못했음에도 자기 아이만 감싸는 부모도 있습니다. 아이가 범죄를 저지르거나, 학교폭력으로 말썽을 일으킬 때도 우리는 피해자 부모 앞에서 오히려 당당한 가해자 부모를 보고 분노를 쏟아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말 내 아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아이도 소중하다는 인식으로 올바른 감수성을 키워간다면, 이런 일이 조금씩 사라지지 않을까요?
 
어느 날, TV에서 세월호 관련 뉴스가 흘러나왔을 때 와이프가 자동차에 붙일 노란 리본을 하나 주문하는 게 어떻겠냐 하더군요. 같은 사건이지만, 아이가 태어나기 전과 아이가 태어난 후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는 저희 부부의 시선이 달라졌음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엄마의 감수성과 엄마의 섬세한 시선이, 아이를 포함한 장애인, 노약자, 임신부 여성 등 모든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사회적 공감과 배려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육아대디의 대한민국 들여다보기]
[1편] 저는 대한민국의 '특별한' 육아대디입니다
[2편] 강제 야근과 폭탄 회식이 아내를 울립니다
[3편] 남성 육아휴직도 대기업-중소기업 '양극화'
[4편] 저녁 있는 삶을 위한 '워라벨'… 차별을 푸는 열쇠

#육아대디 #간접흡연 #육아휴직 #세월호 #보호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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