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점심맛있는 짬뽕이지만 자주 먹다보면 물리기 쉽상이다
이희동
여기에다 직장인들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드는 것은 몰라보게 오른 점심값이다. 나의 월급은 쥐꼬리만큼도 오르지 않았는데 음식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이제 5천 원을 들고는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거의 없다. 그럭저럭 한 끼를 때우려 해도 7천 원 이상이요, 거래처 직원을 대접하려고 하면 최소 1만 원 이상이다.
몇몇 언론들은 이 모든 것이 2018년 최저임금 인상 탓이라고, 정부의 문제인 양 호도하지만 그것도 이상하다. 나의 월급은 최저임금 인상 폭만큼 오르지 않았는데, 점심 식사의 가격 증가율은 대부분 물가상승률을 상회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나 이런 문제를 소시민인 내가 모두 고민할 수는 없는 법. 대신 이런 엄혹한 시기에 살아남는 나만의 방법을 소개하고자 하니, 그것은 바로 도시락이다.
다시 도시락을 싸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회사에서 도시락을 먹기 시작한 것은 5년 전 사회적경제 분야 쪽으로 직장을 옮긴 뒤였다. 활동가의 월급이 그동안 다니던 일반 기업의 그것보다 훨씬 적은 탓에 여러 가지 삶의 패턴을 바꿔야 했는데, 도시락은 그 일환이었다.
고정비를 아끼기 위해 저축성 보험을 끊고, 교통비를 아끼고자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쓰기 시작한 삶. 그러나 역시 가장 큰 변화는 도시락이었다. 한동안 자전거 출퇴근이 일상에 큰 영향을 끼치는가 싶었지만, 그것은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가 둘이 되면서, 그리고 어린이집이 멀어지면서 자연스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직장인들에게 점심 식사의 형태가 달라진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어쨌든 점심은 하루 일과의 가장 큰 낙으로써, 오후 근무를 가능케 해주는 원동력이요, 사무실 동료들과 관계 맺기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오늘 점심은 뭐 먹지?'를 늘 입에 달고 살지만 그것은 결코 메뉴에 대한 고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회에 나온 뒤 나의 점심 식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첫 번째 회사에서는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면서 내가 그 조직의 일부임을 절감했었고, 두 번째 회사에서는 영업사원으로서 점심 식사가 곧 업무의 연장이었다. 점심을 통해 거래처를 만났고,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신뢰를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