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근
대구 신천의 잉어들이 하나둘 모여듭니다. 모두 어른 팔뚝만한 녀석들입니다. 녀석들이 하나둘 모여드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렇습니다.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고 싶은 것입니다. 본격적인 산란철을 맞아 상류의 낮은 여울목을 찾아 산란을 하고 싶은 까닭입니다.
이것은 물고기들의 본능입니다. 봄철인 산란철엔 물고기들이 산란을 위해 물을 거슬러올라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고, 이것은 물고기들의 생존 본능인 것이지요.
그런데 더이상 위로 나아갈 수가 없습니다. 왜냐구요? 거대한 콘크리트 보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절대로 오를 수 없은 콘크리트 보가 신천을 가로지르며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관련 기사 -
대구 신천에서 만난, 계단을 오르는 잉어).
그래서 녀석들은 지금 떼로 모여 집단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사람들은 구경을 하기 위해 모여듭니다. 한낮 구경거리로 전락한 모습이 참 아프게 다가옵니다.
저 잉어들은 도대체 언제쯤 그들의 본능에 충실히 살 수 있을까요? 인간에 의해 본능이 거세된 잉어들. 이것이 오늘날 대구 신천의 현실입니다.
'붕어가 헤엄치는 희망보'라는 입간판을 세워둔 대구시의 생태적 감수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되는, 오늘, 대구의, 빌어먹을 현실입니다.
대구시는 신천프로젝트라는 신천 개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대구시가 해야 할 신천개조사업은 또다시 인공의 덧칠로 예산 빼먹기란 비난을 자초하는 판에 밖힌 토건공사가 아니라, 저 콘크리트 구조물을 뜯어내 강을 흐르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대구시 입간판에서 말하는 "물고기와 각종 조류들이 상생하는" 신천을 만드는 길입니다. 자연과 인간이 진정으로 공존하는 대구를 간절히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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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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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거슬러 갈 수 없는 대구 신천의 잉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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