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만 8천명이 사는 그림마을... 비현실적 매력

중국 선전 '다펀 유화촌'

등록 2018.03.15 16:10수정 2018.03.1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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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펀의 가난한 화가들에게 건물과 건물사이 통로벽은 그들의 화실이자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접점이기도하다.
다펀의 가난한 화가들에게 건물과 건물사이 통로벽은 그들의 화실이자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접점이기도하다.이안수

 
중국 광둥성의 선전시(심천, 深圳)는 홍콩(香港)에 인접한 도시로 1980년 덩샤오핑의 개방정책에 의해 가장 먼저 경제특구로 지정되면서 크게 성장한 신흥산업도시입니다. 홍콩과 마카오는 육로로 오갈 수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와 중국의 선전을 결합한 캘리차이나(Calichina)라는 합성어가 생겨날 만큼 선전은 하드웨어 제조분야에서 세계 으뜸인 곳으로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곳입니다. 현재 인구 1천400만 명에 평균 연령대가 28세인 가장 젊은 도시로 스타트업 천국이 되었습니다.
 
2015년 5월, 나는 단 한 곳에 대한 호기심으로 선전을 방문했습니다. 다펀 유화촌입니다.

 


중국 선전의 다펀(大芬) 유화촌 입구
중국 선전의 다펀(大芬) 유화촌 입구 이안수

이곳은 모든 골목과 건물이 온통 유화그림으로 가득한 곳입니다. 전 세계 유화 그림의 60%쯤을 공급하고 있는 유화공장으로 불리는 곳으로 길거리에서 혹은 빌딩의 전체가 화실인 스튜디오에서도 수많은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림의 대부분은 유명 그림을 모사하는 것입니다. 다펀의 원주민은 300명 정도인 크지 않은 마을이지만 화가만 8천 명, 갤러리와 화방 등 유화 관련 가게만 1100여 개입니다.

 단지 몇블록으로 이루어진 다펀유화촌은 8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림을 생업으로 삼고 있다.
단지 몇블록으로 이루어진 다펀유화촌은 8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림을 생업으로 삼고 있다. 이안수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이라는 논문에서 사진의 업적에 대해 예술의 원작이 갖는 신비한 분위기나 예술의 유일성인 아우라의 붕괴를 통해 오히려 예술을 발달시킨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종사자가 8천 명에 달한다는 이곳은 소수에 의해 독점된 것을 대중에게 다가갈 기회를 주었다고 해야 할까요?
   
 건물 계단아래의 1평보다도 좁은 공간에서 그림과의 치열한 대면을 이어가고 있는 무명의 화가
건물 계단아래의 1평보다도 좁은 공간에서 그림과의 치열한 대면을 이어가고 있는 무명의 화가이안수

내가 방문했을 당시에도 복제 그림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 이미지를 바꾸려는 노력들이 행정관계자와 예술가들 사이에서 일고 있었습니다. 모사가 아닌 자신의 창작 작품만을 하는 화가들만의 스튜디오가 생겨났고 지방정부에서도 이들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다펀의 가장 큰 경쟁력은 모작을 싼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었다. 싼 그림을 찾는 외국인의 발길도 적지않다. 관련업계는 전세계 유화그림의 60%가 다펀에서 공급된 것으로 추산한다.
지금까지 다펀의 가장 큰 경쟁력은 모작을 싼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었다. 싼 그림을 찾는 외국인의 발길도 적지않다. 관련업계는 전세계 유화그림의 60%가 다펀에서 공급된 것으로 추산한다.이안수

이런 변화의 동인은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에 따른 신흥부자들의 원작 소유에 대한 욕구와 그것을 구매할 수 있는 경제력이 신장되었다는 점일 것입니다. 또한  다펀의 화가들이 세계현대미술의 변방에서 벗어나 세계미술시장의 중심으로 옮겨가는 중국현대미술의 위상 변화를 직접 목도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는 화가 자신들만의 원작에 매달리는 화가들을 지방정부에서 지원하면서 다펀의 변신을 종용하고 있다.
이제는 화가 자신들만의 원작에 매달리는 화가들을 지방정부에서 지원하면서 다펀의 변신을 종용하고 있다. 이안수

나는 온 동네의 거리와 건물이 온통 그림으로 빼곡하고 그곳 사람들의 대다수가 화가인 이 다펀에서 어떤 여행지에서도 느낄 수 없는 비현실적인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예술가가 모이면 그 개성에 매료된 사람들이 찾기마련이다. 갤러리와 카페를 매치한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예술가가 모이면 그 개성에 매료된 사람들이 찾기마련이다. 갤러리와 카페를 매치한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이안수

빌딩 계단 입구의 한 평짜리 화실에서,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좁은 통로에서 희망을 그리고 있는 사람들... 내가 작은 다펀의 골목을 3일간이나 거닐었던 것은 미래의 쩡판즈나 쟝사오강을 그곳에서 만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내 가슴에서 소용돌이가 이는 날이면 나와 눈을 마주쳤거나 말을 섞은 그 무명의 화가들의 오늘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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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다펀유화촌 #선전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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