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사위마저... MB 일가 '각자도생' 나섰나

이상주씨 '뇌물 전달' 시인 자술서, 형량 줄이자는 판단 작용한 듯

등록 2018.03.20 11:40수정 2018.03.2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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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21시간만에 검찰에서 귀가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돌아선 데 이어 가족들도 사실상 '각자도생'에 나섰다.

이 전 대통령의 맏사위 이상주 변호사는 지난 11일 검찰 조사에서 A4 한 장짜리 자술서를 제출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5억 원을 받아 장모인 김윤옥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앞서 참고인 조사 때 이 부분에서 만큼은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했던 그는 피의자 신분으로 두 번째 조사를 받게 되자 종이 한 장을 들고 왔다고 한다. 기존 주장을 번복하는 자술서였다. 이씨는 이 전 대통령이 가장 신뢰한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탄탄한 물증 앞에 가족끼리 선긋기 시작

사위가 제출한 자술서는 그로부터 사흘 뒤 이 전 대통령 조사에서 검찰이 제시한 물증 중 하나가 됐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소환 조사를 앞두고 돈의 최종 종착지를 확실히 다지는 수사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때 사위가 번복한 진술은 검찰 측 가설에 손을 들어줬다. 게다가 직접 쓴 자술서는 번복하기 쉬운 피의자 신문 조서보다 법정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이 전 대통령이 "알지 못한다"라고 부인해도 검찰이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이유다.

사위가 돌연 협조한 이유를 두고는 가족끼리도 각자도생의 길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검사 출신 변호사인 사위가 더 이상 부인했다가는 자칫 본인도 구속 위기에 놓일 거라고 판단했다는 거다. 스스로 죄를 털어놓음으로써 향후 형량을 줄이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 모든 건 이씨를 상대로 한 두 번의 조사에서 검찰이 제시한 물증이 탄탄했다는 걸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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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 실소유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명박(77)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40) 다스 전무가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소환돼 16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고 지난달 26일 새벽 귀가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무를 상대로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경영비리 정황과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 등을 강도 높게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2.26 ⓒ 연합뉴스


각자도생의 흔적은 또 있다. 도곡동 땅 판매 자금의 사용처를 두고 큰형 이상은씨와 이 전 대통령의 진술이 엇갈리는 지점이다. 이 돈은 다스 최대 주주 이상은씨가 지분을 사들이는 데 쓰기도 해, 실소유주를 가리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검찰은 매각 자금 150억 원 중 67억 원을 이 전 대통령이 자택 수리비 등으로 썼다고 보고 추궁했다. 그러나 그는 "큰 형에게 빌렸다"라고 답했다. 주장을 뒷받침할 '차용증'은 "못 찾았다"고 했다. 결국 빌려준 사람의 진술이 중요한데, 이상은씨는 검찰에 "알지 못한다"라고 밝혔다고 알려졌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부인한 이 전 대통령은 아들과도 선을 그은 상태다. 아들 시형씨는 다스와 그 협력업체로부터 100억 원대 자금을 무상 대여 받고, 주주가 아님에도 매년 6억 원 가량의 배당금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시형씨가 다스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건 '실소유주의 아들'이라 가능했다고 본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지난 검찰 조사에서 "아들이 다스에 가서 어떤 일을 했는지 전혀 관여한 바 없다"라며 "아들과 큰형 사이 문제다"라고 답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9일 검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오는 22일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을 예정이다.
#이명박 #이시형 #김윤옥 #이상은 #이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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