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뿔이 났어요>
한길사
이 그림책에 나오는 엄마가 머리에 뿔난 이모겐을 인정하지 않듯이 어른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모습에서 벗어난 아이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썰매를 무서워하는 동글이를 인정하지 않은 나도 이모겐 엄마랑 같았다.
눈썰매를 무서워하는 아이를 보며 "얘는 왜 이렇게 겁이 많을까? 다른 애들처럼 신나게 좀 타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 당시에 보지 못 했을 뿐 이런 마음으로 아이를 부정하고 있었다. 그러니 썰매 아저씨한테 핑계를 댄다고 생각하고 말로만 '무서웠구나'라며 공감해 주는 척하고 속으론 참은 거다. 참는 건 한계가 있다. 오늘이 아니었다면 내일, 언젠가 '벌컥' 하게 된다.
어떤 일을 할 때 해보기 전에 겁내고 긴장하는 아이 모습은 바로 내 모습이다. 쓸데없는 긴장으로 중요한 시험이나 일을 망친 적도 있고, 어떤 일에 도전하지 못하는 때도 있다. 내 자신의 모습을 싫어하고 부정하다 보니 아이에게 발견되는 비슷한 부분에 화가 난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지 않고,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고 화내는 엄마. 뿔을 보고 기절하는 엄마가 나였다.
머리에 뿔난 이모겐을 보며 '깔깔' 웃는 우리 아이 머리 위로 뿔이 나 있다. 아이는 힘차게 썰매를 밀어준 아저씨에 빗대어 자신의 뿔을 드러냈다. 두려움, 긴장, 불안이라는 이 뿔을 나는 자르려고만 했는데, 이젠 그냥 바라봐야겠다.
뿔이 다른 모습으로 변하더라도 놀라거나 기절하지 않게 아이 머리보다 내 머리에 있는 뿔을 먼저 바라보고, 자르려는 노력을 내려 놓아야겠다. 뿔 때문에 남들보다 조금 수선스럽게 살지 몰라도 그 나름의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머리에 뿔이 났어요 - 소년한길 유년동화 8
데이비드 스몰 글 그림, 김종렬 옮김,
한길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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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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