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청소노동자 정연순씨
남소연
"그게 시급이야?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돈이냐."
"청소 노동자의 평균시급이 2009년 4000원에서 2017년 7780원으로 1.9배 상승했다"며 "용역비 지출이 학교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연세대 부총장이 동문들에게 보낸 이메일이 언급되자, 연대 청소노동자 정연순씨는 강하게 쏘아붙였다.
청소·경비노동자는 대표적인 최저임금 직종이다. 최저임금이 많이 오르면 월급이 올라가고 생활의 질이 달라진다. 반면 성장률과 물가인상률을 반영하지 못할 정도로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으면, 오히려 이들의 생활은 어려워진다. 정씨는 "2009년과 지금을 왜 비교하냐"며 "우리가 많이 받는 것 같으면 교수들도 우리 돈으로 살아보라고 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연대 청소노동자들은 지난해 8월, 올해 최저임금인 7530원보다 250원 높은 7780원에 임금협상을 마쳤다. 기존의 시급 6950원에서 830원이 올라, 월 209시간 기준으로 162만원 6천원을 받을 수 있다. 정씨가 처음 연대에서 청소를 시작했던 2011년엔 최저임금이 4320원, 수당을 합쳐도 100만 원을 못 받았다.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과 노조의 투쟁을 통해 임금 수준이 크게 향상됐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만만치 않다. 연대 측은 올해 정년퇴직한 31명의 청소경비 노동자의 자리를 채우지 않고, 그곳을 3시간짜리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로 대체하려고 한다. 이에 청소노동자들은 노동강도가 세지고 일자리의 질이 악화된다며, 연세대 본관을 점거해 '구조조정 반대' 농성을 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오전 연대 대우관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만난 정연순(70)씨와 송영호(64)씨는 각각 연대에서 7년, 8년째 일하고 있다. 둘 다 50대 이상의 여성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다가 대학교 청소노동자가 됐다. 이들은 노조를 통해 대학 측과 싸우면서 만들어낸 현재의 임금과 노동 환경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일하는 만큼의 정당한 값을 받는게 왜 이리 어렵냐"고 토로했다.
"일하는 만큼 정당한 값을 받는 게 왜 이리 어렵냐"
"IMF 때 남편 사업이 망했어요. 재산이 0원이 된 거죠. 다른 사업을 하다가 또 잘 안되니까 내가 남편 옆에 있을 이유가 없는 거예요. 나오니까 식당일과 청소밖에 할 게 없어요. 음식점에서 일을 하고, 짜장면 배달까지 했어요. 그런데 식당은 손님이 있어도 문제고, 없어도 스트레스더라고요. 청소일을 해보자고 마음 먹었는데, 이왕이면 학교에 가서 하는게 좋겠다 싶어서 이곳에 오게 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