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올라온 인천 A여중 졸업생들의 교칙개정 요구 내용.
장호영
인천의 한 중학교 졸업생들이 후배들을 위해 구시대적인 교칙(학생생활규정) 개정을 학교 쪽에 제안해 눈길을 끈다. 이들이 제안한 교칙 개정 내용엔 추운 겨울 등하교 시 체육복 착용 허용과 교복 착용 기간 제한 삭제 등이 담겼다.
인천 A여중 졸업생 10명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3년간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교칙을 준수하느라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다"며 "추운 겨울 체육복 단속, 교복 착용 기간 제한, 하복 속 반팔티 색깔 규정 등이 그 예"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들이 제안한 교칙 개정 내용은 ▲추운 겨울 등하교 시 치마 안에 체육복 착용을 허용하자 ▲교복 착용 기간의 제한을 없애자 ▲하복 블라우스 안에 민무늬 흰색 티만 입게 돼 있는 규정에 색깔 제한을 없애자 등이다.
아울러 '털이 많은 실내화는 금지한다'는 조항과 '성인화나 성인용 가방을 금지한다'는 조항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털이 많은 실내화를 금지한다는 뚜렷한 이유가 없고, 성인화나 성인용 가방이라는 것도 안전생활부 소수 교사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정해지기에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양성평등의식을 바탕으로 서로 존중한다'는 조항은 다양성이 강조되는 사회 흐름에 따라 '성평등의식을 바탕으로 서로 존중한다'라는 조항으로 바꿔야한다고도 했다.
이밖에 '동맹휴학의 주동·선동·동참한 행위'와 '불법집회·불량서클에 가입·참석한 경우' 등 집단행위를 했을 경우 징계한다는 징계기준표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정당한 동맹휴학을 진행할 경우도 있기에 명확하고 타당한 기준을 제시해야하며, 불량서클의 '불량'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들은 "교칙 개정에 학생들의 참여와 의견이 반영되지 못해 지난해 12월 교칙 개정안을 만들었지만, 학교에선 3월부터나 가능하다고 해 이런 절차를 밟게 됐다"며 "3월부터 실시하겠다고 교사가 약속했으나 교칙 개정이 불발됐다. 후배들이 교칙 개정 실현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글이 페이스북에 올라온 뒤 22일 현재 660명이 '좋아요'를 눌렀으며 200회 정도 공유됐다. '선배님들 최고다' '졸업생 선배들까지 교칙 개정 요구 글 멋져요' '꼭 실현을 위해 재학생들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는 등의 댓글 400여 개가 달렸다.
이에 대해 A여중 관계자는 "지난해 4월 교칙 개정을 했는데 이때는 상벌점제를 폐지하기 위해 추진한 것이었고, 그 이후에는 학생들이 교칙 개정 의견을 밝힌 적이 없었다가 12월에 갑자기 의견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학생들이 제안한 것 중에는 터무니 없는 것도 있어 모두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가능한 부분은 논의를 거쳐 반영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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