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아스 데 레치발도 공립 알베르게 휴게실과 외관. 짐을 정리하려고 나와보니 요구르트 네 개가 탁자 위에 있었다. 그 날 네 명의 순례자가 잤다.
차노휘
전날 잘 때 추웠다. 그곳 담요 하나를 침대에 깔고 담요 두 개를 덮었다. 나도 배드버그가 걱정 되어 다시, 판초 우의를 패드 대신 깔고 얇은 침낭은 이불을 대신해서 덮고 잤다. 그 위에 또 담요 두 개를 올렸다. 담요를 돌돌 말고 자서 그런지 꿈속에서 간지러워서 몸을 긁었지만 그것은 심리적인 반응이었다. 아침에 보니 말짱했다.
내가 가지고 간 얇은 침낭은 보온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곳은 여름이어도 4계절을 다 볼 수 있다. 아침저녁으로 이른 봄이나 늦가을처럼 춥다가 한낮에는 아주 뜨겁다. 그제와 어제는 비바람이 쳤다. 체감 온도는 거의 겨울이었다. 그래서 순례자들이 오늘 넘게 될 고지를 두고 그리 걱정했던 것이다. 철의 십자가는 1505m였다. 고지라 온도 변화에도 신경써야 했다.
아침에 마주친 순례자들은 겨울옷을 입고 있었다. 패딩에 털모자까지 썼다. 유난히 아침이 쌀쌀하기도 했다. 그들의 옷차림을 보자 나는 경각심이 일었다. 얼마나 춥길래 저렇게 완전무장을 했을까. 내가 전혀 알지 못한 뭔가가 있는 걸까. 정보가 없는 곳(대상)은 두려운 법이다. 연석에게 문자를 보냈다. '겨울옷이 없어서 걱정이야.' 먼저 산을 넘은 연석은 '나는 반팔에 판쵸로 다 커버했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메시지라서 진짜 웃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판쵸도 필요없었다. 땀으로 온몸이 젖었으니깐.
폰세바돈(Foncebadon)철의 십자가 조금 못 미처 해발 1400m에 있는 폰세바돈(Foncebadon)에 도착한 시간은 2시가 다 되어서였다. 여섯시간 동안 22km를 걸어 올라왔다. 힘들긴 했지만 다 걷고 난 여정은 힘듦도 희석시키는 마력이 있다. 실은 내일 여정이 더 큰 고비라 힘들다고도 말할 수 없었다. 전체 여정 중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1505m)를 두 곳이나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곳 언덕(?)은 태양과 더 가까워서인지 뜨겁다. 도착하자마자 발바닥 소독을 먼저 하느라 빨래를 5시 지나서 했다. 한 시간도 못 돼서 말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