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섹스'라고 말해도 될까요?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초딩 딸이 "성매매가 뭐냐"고 물었어요

등록 2018.05.02 17:22수정 2018.06.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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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는 미디어나 생활 속에서 궁금한 성이야기를 성교육 전문 강사 심에스터씨에게 묻고 답하는 연재입니다. [편집자말]
15세 이상 관람가 드라마 <라이브>를 8살, 12살 두 딸과 함께 본다.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기린' 광수 오빠와 <윤식당> 정유미 언니가 나오기 때문이다. 아무리 심각한 장면도 광수만 나오면 아이들은 배꼽을 잡고 웃는다.


극중에서 광수가 정유미에게 "사랑한다"고 말해도 아이들은 그저 그런 광수가 웃길 뿐이다. 그런 까닭에 매주 빠뜨리지 않고 꼭꼭 챙겨보게 되는데, 아이들만 보게 할 수 없어 나도 가세했다. 사실 처음엔 탐탁지 않았다.

 지구대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 <라이브>
지구대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 <라이브>tvn

아이들이 보기에 <라이브>는 대사에 욕도 많고, 나오는 장면도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도 많다. 함께 보기가 다소 주저되기도 했다. 특히 강간 장면이나 성폭력 장면이 나올 때면 우습지만 "얘들아, 눈 가려" 하고 옆에 있는 담요를 덮어버릴 때도 있었다. 나도 안다. 이것이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진 엄마의 모습인지. 얼마나 촌스러운 행동인지.

애들도 다 컸다. 학교에서 보고 들은 것도 많다. 그래서 피하기 보다는 마주하기로 했다. 그렇게 들여다보니, 아이들이 미리 알고 있으면 좋을 내용들이 드라마 속에 차고 넘쳤다. 그날도 그랬다. 성매매 사건을 수사하는 지구대 경찰들을 보던 5학년 큰아이가 물었다.

"엄마, 성매매가 뭐야?"
"성은 사고 팔 수가 없는데, 사고 팔려고 하는 게 성매매야. 성은 물건이 아니니까."
"성은 뭔데?"
"성은, 섹스인데... 그런 사랑하는 사람끼리 하는 거야. 근데 돈으로 성을 사고 팔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나라에서 그건 불법이야."

내 입에서 순간적으로 섹스라는 말이 나와 당황했다. 옆에 있던 남편이 말했다.


"성은 남자 여자가 사랑해서 하는 관계를 말해(올~). 그런데 사랑하지도 않는 남녀가 돈을 주고 받으며 관계를 하면 안 되는 건데, 저 사람들은 그걸 해서 경찰이 찾아내려고 하는 거야."

말하면서도 이건 아닌데, 싶은 초보 수준의 대화를 나누면서 새삼 알게 됐다. 성이나 성매매 이런 일반적인 용어조차 아이들 눈높이에서 말해주기가 참 어렵다는 걸. 아이 눈높이에서 말하는 법을 알려면 전문가가 필요했다. 급한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 '성을 사랑하고 성 이야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성교육 상담가 심에스더씨와 그렇게 연이 닿았다.


 드라마 <라이브>에서 불법 성매매 사건을 다뤘다.
드라마 <라이브>에서 불법 성매매 사건을 다뤘다. tvn

- 심에스더 선생님, 제가 성매매'에 대해 제대로 설명한 게 맞나요?
"후우... 아이들에게 성과 관련된 질문을 받을 때 괜히 민망했던 경험, 누구에게나 한번쯤, 두번 쯤, 아니 세 번쯤... 있을 거예요. 아니면 애초에 그런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요리조리 도망다녔거나! 민망함도 민망함이지만 부모들 역시 제대로 된 성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모르는, 참 곤란한 상황이지요.

알다시피 성은 매우 중요한 삶의 부분이기 때문에 알고 알리는 일은 꼬옥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언젠가 알게 되고 알아야 할 이야기라면, 피하기보다 우리가 아는 대로 최선을 다해 이야기 해주는 게 좋아요. 왜곡된 정보에 가감 없이 노출될 위험을 줄여주기 때문이죠. 또 솔직하게 말하려고 노력한다면 완벽하지 않더라도 듣는 아이들에게 편견 없이, 게다가 건강하게 전달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요. 그런 의미에서 아주 멋진 첫 발을 내디디신 것 같아요."

- 칭찬 받으니 어깨가 으쓱해지는데요. 제가 아이들에게 '섹스'란 단어를 사용하고 나서 괜한 말을 했나, 후회했는데... 아이들한테 사용해도 되는 말일까요?
"당연하죠! 먼저 성이라는 말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 하면 좋겠어요. 성이라는 말에는 굉장히 다양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요. 서로 좋아하는 사람끼리 하는-뽀뽀, 포옹, 몸 만지기 등의–성행위, 남성/여성/간성(남성여성의 성기를 모두 가지고 있음) 등을 말하는 성별, 고추와 잠지 같은 성기 등 성과 관련된 모든 행동, 이야기, 신체부위, 생각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거 같아요.

여기서 퀴즈! '성'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말하기 어려운 것들은 무엇일까요? 바로바로 '섹스'나 '성행위'에요. 특히 섹스라는 말은 참 익숙하지만 지금 이 글을 보며 한번 소리 내어 발음해 보라고 하면... 괜시리 콧구멍이 벌렁거리고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나요?

그런데 우리는 섹스가 뭔지 과연 잘 알고 있는 걸까요? 흔히 섹스 하면 아기를 가지기 위한 행동들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그것도 맞지만 섹스는 여러 방법으로 할 수 있어요. 꼭 엄마의 질 속에 아빠 고추를 넣지 않아도 섹스와 비슷한 성행위를 할 수 있지요(섹스를 성행위라고 부르기도 해요). 또 서로의 몸을 만지며 키스를 하거나 다른 사람의 성기를 만지기만 해도 성행위라고 말할 수 있어요."

- (주저주저) 성기 삽입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처음엔 무지하게 쑥스럽겠지만 해도 됩니다. 외국의 경우에도 4, 5세때부터 성교육을 해요. 그에 비하면 우린 상당히 늦게 하는 거죠. 아 참, 그리고 섹스는 꼭 아기를 만들기 위해서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거 다들 아시죠? 섹스를 하면 기분이 좋기 때문에 하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더 알고 싶어서 하기도 해요. 그 밖에도 다른 이유들이 있을 수 있어요.

아이들에게 섹스는 무조건 나쁜 것,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인식하게 교육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는 거 아시잖아요. ^^; 아이들 앞에서 부부 스킨십은 그래서 꼭 필요하답니다.

그나저나 왜 갑자기 왜 섹스 이야기냐고요? 섹스를 섹스라고 제대로 부를 수 있다면! 섹스에 대해 잘 알고 여러 모습의 성행위에 대해 편하게 말할 수 있다면! 아이들과 성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훨씬 자연스럽고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무엇보다 성매매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섹스와 성행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기도 하고요."

- 음... 제가 아이들에게 잘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게다가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생인데 이런 이야기를 해줘도 되는 걸까요? 어떻게 보다 자연스럽게 알려줄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성매매는 저 멀리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에요. 최근엔 스마트 폰 앱 등을 통해서 점점 더 어린 아이들이 성매매의 위험에 쉽게 노출되고 있어요. 오히려 제대로 알려주고 판단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줘야 하지 않을까요? 최대한 솔직하게 차근차근 설명 해보자구요!

성매매에서 말하는 '성'은 앞에 말한 섹스나 성행위를 뜻해요. 매매는 무언가를 사고 판다는 뜻이구요. 즉 성매매는 우리가 물건을 살 때처럼 돈을 주고 받은 후 다른 사람의 몸을 만지거나 뽀뽀를 하거나 섹스를 하는 거예요. 만약 A라는 사람이 B에게 와서 돈을 줄테니 엉덩이를 만지게 해달라고 한다면 A는 '성을 사는 사람', 엉덩이를 만지게 해주고 돈을 받는다면 B는 '성을 파는 사람'이 돼요.

우리에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성은 사고 파는 물건이 아니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돼요. 무엇보다 돈을 주고 성행위를 하는 일은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가 아니에요! 그래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법적으로 성매매를 금지하고 있어요(성구매자와 판매자에 대한 법적 처벌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지만 이번에는 패스할게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간혹 아이들이 예쁘다며 "사탕줄게, 뽀뽀해줄래?", "안아주면 장난감 사주지" 하는 식으로 애정을 갈구(?)하는 어른들이 있지요? 의도야 그렇지 않겠지만, 대가를 받으면 원치 않아도 애정표현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아이들에게 심어줄 수 있답니다. 그러니까 애정표현은 다른 방식으로 하자구요!"

 이런 질문해도 되나요?
이런 질문해도 되나요?고정미

덧붙이는 글 - 심에스더씨는 어려서부터 성이야기를 좋아해 '성영재'로 불렸다. 성을 사랑하고 성이야기가 즐거운 프리랜서 성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성교육 #성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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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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