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비행기에서 화물이 내려지고 있다. <자료사진>
대한항공
조양호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해외에서 구입한 개인 물품을 불법적으로 들여온 정황이 내부문서로 드러난 가운데, 조씨 일가의 이 같은 행위가 오래 전부터 상습적으로 이뤄졌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증언에 따르면 불법적으로 들여온 물품은 가구 등 대형 물품에서부터 사치품과 심지어 일반 식자재까지 전방위적이었다. 따라서 조씨 일가의 조직적인 탈세와 배임 의혹에 대한 수사당국의 철저한 조사 필요성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오마이뉴스>가 만난 전·현직 대한항공 임직원과 공항 관계자들은 총수 일가의 이 같은 행위가 오래 전부터 관행처럼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한 해외공항 지점에서 근무했던 전직 직원 A씨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씨의 방문에 맞춰, 이씨가 원하는 쇼핑 목록을 알려주며 적당한 곳을 찾아달라는 요청과 함께 국내 반입을 위한 포장 용품을 마련해놓으라는 지시를 본사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대한항공에서 아무런 공식 직함도 없는 이씨를 위해 회사가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렸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시 본사가 A씨에게 요구한 건 해당 지역의 유명한 가구점이었다. 평소 이명희씨는 가구에 크게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이뉴스>가 19일 보도한 항공기 부품으로 위장해서 반입했던 물품도 가구로 추정된다. (관련기사 :
"그때 그 화물은 가구였다" 대한항공, 총수 일가 물건을 항공기 부품 위장 정황).
부피가 작은 화물의 반입은 매우 빈번했다는 게 직원들의 증언이다. 복수의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은 총수 일가를 위한 물건이 항공사 행낭인 '코메일'(Comail) 또는 '퍼서케어'(Purser care)로 분류되었다고 주장한다. 퍼서케어는 비행기 내 사무장(Purser)이 직접 관리하는 작은 형태의 화물을 뜻한다.
A씨는 "항공사의 지점과 지점 사이를 오가는 코메일은 씰로 봉인이 되어있고 외교행낭 정도는 아니지만 검사를 제대로 받지 않는다"면서 "코메일 외에도 퍼서케어로 물건을 전달하라는 지시가 내려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현직 대한항공 부기장 B씨는 "직접 운항한 항공기에 정체가 불분명한 코메일이 갑자기 실리기도 했다"면서 "한국에 도착하면 미리 나와 있던 지상직 직원이 바로 짐을 받아 갔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사치품뿐 아니라 일본 초밥이나 프랑스 디저트, 동남아 열대 과일 등이 실려 반입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마치 총수 일가가 "대한항공을 택배처럼 이용했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이 과정에서 세관은 물론 검역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공항 상주 직원 출입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인천공항 보안 관계자 C씨는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짐은 일반 승객이나 승무원이 다니는 곳이 아닌 상주 직원 통로를 이용해왔다"면서 "정상적인 세관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주직원 통로는 인천공항 1터미널에만 9개가 있다. 상주직원 통로는 세관 대신 용역업체 경비직원들이 세관에서 업무를 위탁 받아 일하고 있다. C씨는 "(용역업체 경비직원들의 업무는) 말이 세관 검사지 지극히 형식적"이라고 전했다.
수십 년 대한항공에서 근무한 뒤 퇴직한 전직 임원 D씨는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물품이) 일부 관계자들에 한해서 은밀하게 오갔을 수 있다"면서 "은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해당 직원이 아니면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