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교류는 한반도 평화 정착의 뿌리다

시민사회, 남북 정상회담 앞두고 ‘평화의 4가지 원칙’ 발표

등록 2018.04.20 18:05수정 2018.04.2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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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의 거대한 수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냉전이 일상화된 한반도에서 전례 없었던 평화 국면이다. 평화의 국면을 평화의 결실로 이뤄낼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한반도에 평화의 부재가 길었던 만큼, 현재 남북 그리고 북미가 보이는 모습이 달콤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조금 더 나아가면 우리의 관심사는 평화의 정착이 되어야 한다.

지난 역사 속에서 정부 간 춘풍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하지만 북미관계라는 본질적인 부분, 그리고 남북관계의 평화를 제도화하지 못한 탓에 남북은 냉전적 대립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현재 북미 간 춘풍이 불고, 정부 의지가 확고한 만큼 평화의 제도화를 기필코 성취해야 한다.

그렇다면 평화의 제도화는 무엇으로 이뤄낼 수 있을까? 그리고 누가 해야만 하는가? 먼저 주체는 정부, 국제사회, 민간 등 3가지로 나눠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민간이다. 정부 간 협상과 국제사회의 협상은 그 자체로 많은 부분이 상보적으로 맞물려 조정되어야 하는 부분이므로, 장기적인 맥락에서 점진적으로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맞물린 이해의 폭이 커 결과를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민간은 나무의 뿌리와 같아서 민간 교류와 협력의 횟수가 늘어갈수록 관계가 단단해진다. 만남을 통해 신뢰가 쌓이고, 남북 공동의 자산이 늘어갈수록 파행과 대립을 향해 쉽게 돌아서지 못할 것이다. 불가역적 평화는 남북 공동 영역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확장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곧 평화의 정착이다.

16일 민간은 '한반도 평화의 봄을 위한 4가지 원칙'을 발표했다. 평화통일 운동을 펼친 18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우리 정부에 정상회담을 비롯한 한반도 외교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을 제안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와 북한 핵 폐기를 연계하는 포괄적인 해법을 찾을 것 ▷한반도 비핵화 논의는 한반도 혹은 동북아시아 비핵지대 건설의 전망 속에서 진행할 것 ▷남북정상회담 정례화를 비롯해 당국 간 대화와 협력을 제도화하고, 민간 차원의 상시협의기구를 마련하여 다양한 민간 교류 협력을 보장할 것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남북미가 서로를 겨냥한 모든 군사행동을 중단할 것 등이다.

평화체제 수립과 관계 정상화, 북핵문제, 군사행동 중단 등은 정부와 국제사회가 조정해가야 할 부분이다. 문제는 민간의 주체성과 만남의 지속가능성이다. 과거 민간 교류와 협력이 정부 성향 변화 후 극도로 위축되고, 사실상 불가능해진 데는 관련된 제도의 미비가 가장 큰 이유였다.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법적, 제도적, 인적 교류가 추진되도록 제대로 기반을 잡아놓지 못한 것이다. 결국, 정부 성향에 따라 한반도의 분위기 자체가 흔들거리는 모양새가 되었다. 이를 상기하면, 27일 열릴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의제 중 하나로 남북 국민의 안정적인 교류가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남북은 민간의 만남과 지속가능성을 내부 법률로 보장해야만 한다.

한반도의 역사를 움켜쥔 정상회담이 목전에 다가왔다. 정부와 국제사회가 큰 틀에서 평화의 흐름을 만들어 가면 민간은 뿌리부터 평화통일을 위한 배경을 조성하는 모습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남북관계가 흔들림이 없이 자라는 뿌리 깊은 나무로 성장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의 봄을 위한 4가지 원칙


 첫째,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고 북미‧북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과 북한 핵 폐기를 연계하는 포괄적인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한반도 핵 갈등을 불안정한 정전체제의 일부로 파악해야 문제 해결에 본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주지하듯이 한반도 핵 갈등은 지난 수십 년간 지속되어온 대결 상태와 군비 경쟁의 일부로서, 재래식 군사력의 불가항력적인 열세를 만회하려는 북한의 '비대칭 억지력 형성 전략'에 의해 가속화되었습니다. 따라서 한반도 비핵화가 군사적 신뢰 구축, 정전체제 해소와 평화체제 수립, 관계 정상화 등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깊이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협정의 선결 조건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평화협정과 동시에 추진해야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관련국 간의 협상과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양자 혹은 다자 협상과 동시에 또는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둘째, 한반도 비핵화 논의는 한반도 혹은 동북아시아 비핵지대 건설의 전망 속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반도 핵 위기를 북한의 비핵화로만 접근해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한반도의 핵·미사일 갈등은 동아시아 핵·미사일 갈등의 일부이며, 전 세계 핵 비확산·군축 문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폐기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각종 핵 위협을 제거하는 보다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해법을 추구해야 합니다. 핵 위협을 상호 제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한반도로부터 시작하여 동북아시아에 비핵지대를 건설하고, 핵 없는 세계를 향한 전 지구적 핵 군축 협상을 촉진하는 것입니다. 이에 한반도 핵 갈등의 궁극적인 해결을 위한 협상에는 한국과 일본의 핵우산 문제도 의제로 포함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등이 함께 핵무기금지조약에 가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되어야 합니다. 

 셋째, 남북 정상회담의 정례화를 비롯해 당국 간 대화와 협력을 제도화하여 확대하고, 민간 차원의 상시협의 기구를 마련하여 다양한 민간 교류 협력을 보장해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는 일방에 의한 흡수통일을 배제하고,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며, 군사적 신뢰 구축과 상호 불가침, 화해와 협력을 촉진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정상회담을 정례화하고 군사 분야, 경제 분야, 민간 교류 분야의 남북 협력을 안정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기초입니다. 이 과정에서 민간의 역할은 정부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민간 교류 협력을 활성화하고, 한반도 평화에 관한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 민간이 당사자로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5.24 조치를 해제하고 인도적 지원,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 다차원적 교류 협력 사업도 재개해야 할 것입니다. 2007년 10.4 선언과 제1차 남북총리회담에서 합의한 바에 따라 조속히 '남북 사회문화협력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동사무국을 설치하여 남과 북의 민간 교류를 위한 상시적 협의 통로를 마련해야 합니다. 더불어 정부의 남북 및 대외 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사회가 참여하고,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기 위한 안정적 체계 역시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합니다. 

 넷째,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남·북·미가 서로를 겨냥한 모든 군사행동을 중단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조치입니다. 
북한은 지난 3월 5일 남북 합의에서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 및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 등 전략 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하였습니다. 그리고 현재 한·미 정부는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련하여 북한은 이번 연습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북한 점령 등을 상정한 공격적인 군사훈련은 언제든 군사적 갈등과 긴장의 빌미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대화와 협상의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 남·북·미 모두 서로 존중하며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남·북·미가 서로를 겨냥한 모든 군사행동을 중단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조치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미 정부는 하반기 을지프리덤가디언 군사연습의 중단까지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2018년 4월 16일

고양통일나무, 남북경제협력포럼, 녹색연합,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사단법인 평화3000, 생태지평연구소, 시민평화포럼, 원불교 평양교구, 참여연대, 통일맞이, 평화네트워크,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위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YMCA전국연맹,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정상회담 #남북관계 #평화의_제도화 #평화의_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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