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새벽 비 내리고 종일 비 예보 나와 있기에 잠시 비 그친 틈에 산나물 뜯는다고 길을 나섰더니만 산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다시 부슬비 뿌립니다. 돌아가기엔 자존심 상해 일단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예상대로 아직 참취나 곰취는 좀 작고 더구나 선객이 다녀가서 푸짐하게 두어끼 먹을 만큼 채취하고 만족해야 했습니다. 다음에 와서 채취하면 되니 괜찮습니다.
그래도 좀 투덜거리다 돌아서려는데 갑자기 고비가 눈에 뜨입니다. 실제로는 호랑고비 또는 관중 이라고 불리는 고비만 보았고 진짜 고비를 본 건 처음이였습니다. 그동안 그림으로만 보았지만 바로 알겠더라구요. 고비는 참 이쁩니다. 고사리에 비하면 귀족같아 보입니다.
면사포 같은 얇은 그물막으로 온몸을 둘러싸고 어린 시절을 보내다 고개를 들면서 그물막을 걷어 냅니다. 간혹 사람들이 약간 독성이 있는 호랑고비를 참고비라고 해서 팔기도 합니다만 제가 아는 한 참고비나 먹고비는 면사포를 쓰고 있어야만 진짜입니다. 저는 지난번에 호랑 고비를 잔뜩 채취했다가 버렸는데 사람들은 그걸 말려 팔기도 하니 적잖이 혼동되기도 합니다.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도 다르고 또 사람마다 다르더라고요. 그 후로 여러 문헌을 찾아보고 인터넷을 뒤져보니 알겠더라고요. 호랑고비는 어려도 면사포가 없습니다. 지역이나 사람마다 달리 부르는 명칭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산이 제게 그리 귀한 고비의 모습을 보여 주었단 사실에 한없이 기쁠 뿐입니다.
고비의 씨를 말리지 않을 뿐 아니라 보호하고 아낄 수 있을 사람이니 살며시 자기의 한 자락을 보여주었을 거라고 확신하며 제가 드디어 산으로부터 입산 허가를 받았단 기쁨에 뛰고 싶었습니다.
씨를 말리지 않는 범위에서 조금 채취했습니다. 고시리를 재배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그리고 그건 아주 쉽고요. 고비를 재배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적당히 물기 있고 그늘져야 하고 활엽수가 있어야 하는 등등 조건이 까다롭지요. 맛으로 따지면 고사리는 한참 뒤 쪽에 자리 잡아야 합니다.
오늘 밤알 버섯도 채취했습니다. 죽은 소나무에 기생하는 녀석인데 밤알처럼 생겼습니다. 산이 아주 귀한 녀석들을 내어 주니 고마울 뿐입니다.
산삼꾼들 이야기에 산이 내어주지 않으면 삼을 밟고 다녀도 모른다고 하지요. 제가 너무 어린 것이나 귀한 걸 채취하지 않으니 입산 허가를 내주어 눈에 뜨이게 해줍니다.대규모 엉겅퀴 군락지도 둥굴레 군락지도 지도에 추가했습니다. 가을에 조심스레 채취할 예정입니다. 오늘부로 중급자 정도는 허락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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